자가용이 없는 초등학교 교사인 친구처럼 빠르고 편하게 택시를 잡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차도에 뛰어 나가거나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법이 없다. 출근 길에는 ‘교대’ 종이팻말을 들고 서 있으면 택시가 알아서 척척 서고, 저녁에는 뒷면에 쓰인 집방향 ‘호성동’을 내보이면 된다.

친구의 '마패'격인 이 팻말은 어른 손바닥만한 종이에 빨간 테이프로 글씨를 만들어 붙인 것이다. 테이프가 야광이라 밤이면 더욱 빛을 발한다. 종이를 비닐로 코팅해 비가 와도 젖지 않는다. 양복 안주머니에 쏙 들어가 휴대도 간편하다.

친구가 종이 팻말을 사용한 것은 5 년전 겨울부터. 지독한 목감기가 걸린 상태에서 무려 1시간이나 ‘호성동’을 외친 끝에 겨우 택시를 잡을 수 있었던 악몽같은 일 때문이었다. ‘써다니시라’는 부인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다음날 바로 종이 팻말을 만들어 거리로 나섰단다.

“처음엔 팻말을 드는게 굉장히 부끄러웠어. 사람들마다 킥킥 웃고 지나갈 때는 치워버릴까 생각도 했지.”

친구는 처음에는 이 팻말을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효과가 만점이었음은 물론이다.

종이팻말 덕분에 친구는 지난 5년간 자가용, 승합차, 통근버스 등을 수없이 얻어 탔단다. 심지어 앰블런스를 얻어 탄 적도 있다고 했다.

차를 타기 전 친구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말을 못하는 사람으로 오해하고 차를 타고 가다 갑자기 말을 꺼내면 운전사들이 깜짝 놀라기 때문이란다.

친구는 작은 지혜 하나로 편하고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날보고 웃는 분들이 많으니 국민건강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는것이 아니냐"며 껄껄 웃는 친구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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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태씨는 군복무중이던 22살 때 수류탄 폭발사고로 두 눈을 실명하고 1급 시각장애인이 됐다. 꾸준히 장애인계에서 활동해왔으며 현재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장이자 전북 시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마라토너이자 '삼 일만 눈을 뜰 수 있다면'이라는 시집을 낸 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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