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의 결혼 소식을 들으면 괜히 싱숭생숭해진다. ⓒ한경아

내가 20살이 넘은 후, 어른이 되었다고 느끼게 된 것 중에 하나가 청첩장을 받은 일이었다. 대학교에 다닐 때 같은 과 출신 선배 아무개가 결혼한다더라 소리만 10번 정도 들은 것 같고 내 이름이 반듯하게 적힌 청첩장도 세 장이나 받았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선배들이나 친척 형제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는 나이도 찼으니 '가는구나'했는데 20대 후반이 된 지금, 이제 결혼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끽해야 나와 1~2살 차이 나거나 나랑 동년배거나 심지어 나보다 어린 동생뻘 되는 사람들이 되었다.

물론 내 또래 사람들 중 결혼을 한 사람보다 안 한 사람들이 더 많지만 막상 지인 중 누군가가 결혼 소식을 전하면 나도 모르게 초조해지고는 한다.

결혼이라는 것이 요즘 세대들에게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라고는 하지만 마음 한 구석 불안이 싹트는 것은 왜인지 잘 모르겠다.

결혼은 잠시 재껴두고 연애부터 이야기 하자.

사실 나는 요즘 말로 ‘모태솔로’다. 어느 코미디프로그램을 통해 알려진 모태솔로라는 말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연애를 못해 본 사람을 말한다.

흔히들 여자는 여중, 여고, 여대를 나오면 모태솔로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나는 여중, 여고를 나왔다. 그렇다고 여중, 여고 나온 사람들이 다 연애 무경험자들은 아닌 것 같은 것이 학교 다닐 때도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사람들로부터 케이크나 장미꽃을 받는 친구들이 간혹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원이나 동아리 또는 종교 활동 등이 10대들이 이성을 만나는 창구가 아닌가 생각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학원도 다니지 않았고 동아리도 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종교 활동을 했지만 이성과 그리 친하게 지내는 성격을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성을 만나는 노력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한창 인터넷 채팅으로 이성을 만나는 게 유행이었던 때 남몰래 채팅도 해보고 했지만 결과는 항상 꽝이었다.

대학에 와서는 천지에 널린 게 이성이었지만 주로 한정된 이성과 만나게 될 뿐이었다. 등하교는 엄마가 도와주고 교내에서 이동할 때는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나 동아리 선후배들이었는데, 그들 중에 딱히 마음에 드는 이성도 없었고 그렇게 제한된 생활 패턴을 갖게 되다보니 인맥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설령 짝사랑의 대상이 나타나도 고백할 생각은 하지도 않았는데 10대의 끝무렵 우연히 알게 된 또래 남자에게 고백을 했다가 정중하게 거절당한 이후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

또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그 거절의 이유가 내 장애 때문이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그렇게 연애 한 번 못해보고 이제는 결혼적령기를 맞이하려 하는 것이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결혼소식에 나는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다.

과연 나는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물론 장애를 갖고도 결혼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다큐멘터리에서 보이는 장애를 가진 사위 혹은 며느리를 반대하는 모습에 시작도 못해보고 주눅이 든다. 나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과 예쁜 집을 꾸미고 아이를 낳고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너무나 행복한데 그 이상을 향해 갈 벅찬 현실이 두렵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하반신 장애가 있는 여자 조제는 우연히 만난 대학생 츠네오와 연애를 한다. 깊은 연애 끝에 츠네오는 자신의 집 제삿날에 조제를 데리고 가기로 결심하고 조제의 지인에게서 차를 빌린다. 그리고 여행가기 하루 전 날, 조제의 지인이 차 열쇠를 가져다주려고 조제네 집에 들러서 결혼할 거냐고 묻는데 정작 조제는 반문한다.

“결혼? 바보냐? 그게 가능하겠냐?”

애초에 조제는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헤어진다.

누군가가 나와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지 모르겠다. 조제처럼 결혼을 부정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흔쾌히 하겠다고 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을지는 장담을 못하겠다.

아직 닥치지도 않은 일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고민만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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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때 시인을 꿈꿨으나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음과 더불어 작가는 엉덩이가 무거워야한다는 이야기에 겁먹고 문학인의 길을 포기. 현재 원광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하여 예비사회복지사의 길과 자립생활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대한민국 평범한 20대 장애여성. 바퀴 위에 올라 앉아 내려다보고 올려다본 세상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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