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의 주요 이념인 노멀라이제이션(Normalization)의 확산과 함께 장애인의 인권에 대한 관심은 장애인 관련 제도와 정책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즉, 사회에서 많은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장애를 없애고 장애인의 실질적인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모색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장애인 및 고령자를 위한 정책 제정의 사회적 배경이 되는 국내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적 인식 등을 연대별로 살펴봄으로써, 사회적 인식 변화에 대응한 관련 법규의 반영과 도시건축 측면에서의 방향성을 살펴보려고 한다.

해방 이전까지의 전통문화 속에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동정과 혐오라는 양극단이 공존했다.

장애인을 동정적이며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공적 측면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도움을 주는 한편, 무분별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무능력·무책임하거나 비사회적 인간으로 묘사하기도 하였다.

또한, 조선 후기부터 일제 강점기에는 장애인을 '불구자'라는 개념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는데, 이 용어는 신체적·정신적 결함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이 시기에는 장애인과 관련된 정책이 나타나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은 시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해방이 되고 1960년대는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어지러운 시기였다.

근대적 병영국가가 확립된 이후 장애인은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인하여 사회로부터 배제당할 수밖에 없었으며, 전쟁으로 인한 상이군인의 보호가 필요해지면서 장애인 관련 정책이 처음으로 나타난 시기이기도 하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정책은 ‘전쟁으로 인한 상이용사 등 국가유공자에 대하여 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우’에 대해서만 정책적 지원을 용인하는 수준이었다.

이 시기의 장애인과 관련된 법으로는 ‘군사원호법(1950)’, ‘경찰원호법(1951)’이 있다.

1970년대에는 장애인의 재활을 위한 정책적 방안이 검토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에도 장애인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인식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정책과 사회적 인식에서 장애인에 대한 동정적 관점과 시혜적 접근 방법이 국민인식의 저변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시기에는 신체장애인권리선언(1975)과 1981년 국제장애인의 해가 제정(1976) 되었으며, 장애학생의 대학입학 거부에 대한 궐기대회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시기이다.

1984년 휠체어 장애인의 자살 사건과 1988년 장애인 올림픽을 계기로 장애인 당사자나 국민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다.

'장애인'이라는 용어도 1980년대 초반까지는 불구자, 심신장애자, 정신박약자 등으로 혼용되다가 1980년대 중반 이후 '장애인'이라는 용어로 정착하게 된다.

정책분야에서는 1981년 '심신장애자복지법'의 제정으로 장애인 관련 법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며, 더불어 편의시설에 관한 관심도 증가하게 된다.

1990년대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는 정책의 변화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장애인 관련법이 전면 개·제정되었으며, 정부 차원의 장애인 종합대책이 수립되었다.

장애인 실태조사가 이루어지면서 사회적 관심도 증가하게 되었다.

특히,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계기로 장애인 고용 문제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시작되었다.

199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장애인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편의시설 설치와 관련하여 1997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고, 1998년 ‘장애인복지발전 5개년 계획’과 이에 따라 1999년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의하여 장애 범주의 개념적 확대와 장애 인구의 확대, 그리고 장애 인식에 있어서도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2000년대 이후는 장애 분야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정책적인 변화보다도 장애와 장애인에 관한 당사자들의 인식 변화를 바탕으로 많은 사건들이 있었으며, 이와 함께 장애 언론의 비중도 커지는 시기였다.

장애인이 사회적 소수자로써 사회정책의 주요 대상이 되는 것을 넘어서 사회의 주체로서 태어나기 위해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하고 공동의 권리와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특히 장애인들의 이동권 투쟁이나 편의시설 확보, 차별 반대를 이슈로 한 법적 대응이 늘어나면서 일반 국민들의 인식도 장애를 동정이 아니라 권리로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2005년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이 시행되었고, 2008년에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경제적 비용 등의 다양한 이유로 거부되거나 베제된 편의제공 시설을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최소한의 보장 장치로써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른 관련법의 변천을 살펴보았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도시건축의 측면에서 앞으로의 방향성을 생각해보면, 장애인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주거 부분에서의 편의증진에 대한 정책이 여전히 미비하기 때문에 주택개조 및 주거환경 개선에 관한 정책적 기반이 조성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뿐만아니라, 편의시설 설치 중심의 개념에서 벗어나 기획 및 설계 단계부터 장애물의 제거를 통하여 편의시설 자체가 처음부터 필요 없는 건축과 도시를 만들기 위하여 기존 관련 정책의 개정이나 새로운 정책의 압안시 ‘배리어프리(무장애)’ 측면에서의 종합적 시각이 요구된다.

각종 편의시설 관련법을 체계적으로 종합화하여 불필요한 편의시설의 설치로 인한 사회적·경제적·인적 비용의 감소와 함께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기초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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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길 칼럼리스트
시작은 사소함이다. 비어있는 도시건축공간에 행복을 채우는 일, 그 사소함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어진 도시건축과 지어질 도시건축 속의 숨겨진 의미를 알아보는 일이 그 사소함의 시작이다. 개발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부를 주었지만, 문화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생활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의 온기로 삶의 언어를 노래하는 시인이자, 사각 프레임을 통해 세상살이의 오감을 바라보는 사진작가, 도시건축 속의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통하고자하는 건축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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