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가는 길. ⓒ전윤선

이른 봄 낯빛이 희미해지는 것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 또는 빈터에서 전혀 움직임 없는 물웅덩이와 마주쳤을 때 느끼는 감정을 전하려면 이런 저런 말들을 어색하게 잔뜩 쌓게 되기 마련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은 어떤 장소 자체에 내재한 특징들에 의한, 또는 우리 심리의 내부회로에 의해 결정된다.

길을 걷다 문득 어릴 적 기억을 꺼내본다. 그리곤 기억 속의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주변을 둘러본다.

익숙함에 이끌려 찾은 곳은 국립현대미술관. 학창시절 꼭 한 번은 다녀가야 하는 의무감으로 돌아본 곳은 기억 저 편에 책장을 넘기듯 추억으로 서려있다. 단지, 미술관까지 오는 이동 수단이 전과 다르다. 두 발이 아닌 네 바퀴로…….

과천 대공원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가면 대공원으로 나가는 엘리베이터가 잘 설치돼 이동과 접근에 큰 어려움이 없다.

예전 같으면 대공원역에서 내리지 못하고 과천역에서 내렸어야만 했다. 허나 지금은 잘 정비된 4호선 대공원역에 내려서 분수대까지 걸어서 가면 양 길 옆으로 늘어지게 서 있는 수양버들과 노점상들이 대공원에 왔음을 실감나게 해준다.

대공원역에서 내려 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여러 이동 수단이 있다. 4번 출구 앞에서 20분마다 출발하는 무료 셔틀버스와 분수대 앞 코끼리 열차, 그리고 전동 휠을 이용해서 2키로미터 남짓 대공원 호수를 끼고 왼쪽이나 오른쪽, 자신의 선택 하에 걸어가는 것이다.

주변 산세가 뛰어나 산림욕을 하는 샘치고 걸어가기로 했다. 아니, 걸어가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미술관 셔틀버스와 코끼리 열차는 휠체어 탑승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걸어갈 수밖에 없다. 약이 좀 오르지만 어쩌겠는가. 맘 넓은 사람이 이해할 수밖에.

국립현대미술관은 규모와 시설 및 미술관 내ㆍ외형 건축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국 근ㆍ현대 미술의 흐름과 세계 미술의 시대적 경향을 동시에 수용하는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으로 1969년 경복궁 소전시관에서 개관하였다.

1973부터는 덕수궁 석조전을 개조하여 사용하였다가 1986년 과천의 현 위치에 국제적 규모의 시설과 양회 조각장을 겸비한 미술관을 완공하여 우리나라 미술문화의 새장을 열게 되었다.

이후 1998년에는 덕수궁 내에 국립현대미술관의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을 개관하여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문화 기관으로 성장하였다.

미술관 주변은 자연 환경과 어우러져 인공미와 자연미의 조화를 이루고, 한국의 전통적인 공간 구성방식의 요소를 현대적 요구에 맞게 적용시킴으로써 전통과 현대감각이 표현되도록 건축되었다.

이러한 기본 개념을 가진 미술관은 한국의 성곽과 봉화대의 전통 양식을 투영한 디자인으로, 성곽식의 조각관과 반타원형의 회화관, 그리고 이 두 부분을 이어주는 봉화대형 램프코어의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통해 각 전시실로 연결돼 있다.

또한 주변의 대지와 기존 수목들을 활용하여 야외 조각공원을 겸비하고 있다. 건물의 외부 주 재료로는 국산 화강암을 사용하여 은은한 분홍빛이 도는 석재의 특성과 고요하고 안정된 건물 건물 형태로 전통의 이미지를 충분히 반영하여 현대적 시설과 여건을 완비한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으로 기능을 다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전윤선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면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故)백남준 선생의 작품 '다다익선'이 눈에 들어온다.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 형식의 선구자인 백남준은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과 독일 등지에서 예술이론 및 전위음악 등을 공부한 작가다. 원래 음악에서 시작하여 실험성이 강한 미술로 자기 세계를 구축한 그는 기존의 예술 개념을 거부하고 반 전통적인 행위예술을 전개한 플럭서스 그룹의 일원으로도 유명하다.

플럭서스 그룹의 대표 격인 요셉 보이스는 사회 활동을 예술 활동의 연장이라고 생각하여 삶과 동떨어진 예술을 반대했다 요셉 보이스는 예술가라기보다는 무당이나 혁명가 같은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고, 백남준과는 오랜 교분을 나누며 예술적 이상을 함께 추구했다.

백남준과 보이스를 위한 이 특별한 공간에는 그들이 함께 했던 행위예술의 자료들과 그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지금은 고인이 된 백남준과 보이스가 공유했던 전위적인 예술관을 엿볼 수 있다.

미술관 입구 램프코어에 설치된 '다다익선'은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의 대표적 작품이다.

그의 비디오 아트는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특성과 그 것들간의 교류 문화 인류사에 대한 그의 관심들을 주제로 담고 있다. '다다익선'은 현대미술관의 대표적인 상설 전시 작품이기도 하다.

렘프코어를 따라 1층에서 3층까지 다채로운 작품들로 가슴을 채우고 나면 슬쩍 배가고파진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와 화장실 옆 왼쪽으로 올라가면 식당겸 카페가 손님을 기다린다.

이 곳은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파는 곳으로 살짝 고파진 배를 채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식당 안은 휠체어가 접근하기에도 편리하여 '무장애 건물'이라는 칭호까지 붙이고 싶을 정도이다.

카페에 앉아 샌드위치에 커피 한잔을 시켜 미술관 팸플릿을 보면서 여유 있고 우아하게 먹으며 지적 사치의 호사를 한번쯤을 부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지적 사치에 꼭 돈 이 많이 드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장애인들에겐 어쩌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커피 한 잔 값과 샌드위치 값만 있어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것도 비싸다고 여기지면 집에서 간단한 요깃거리(보온병에 뜨거운 커피. 천 원짜리 김밥한줄)라도 싸들고 오면 더욱 알뜰하고 수준 높은 지적 사치를 누릴 수도 있다.

카페테리아. ⓒ전윤선

밖으로 나와 야외 조각공원을 들러보기로 했다. 미술관 건물 주위에는 청계산과 관악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수려한 자연 경관을 배경으로 푸른 잔디 위에 펼쳐진 약 1만평의 야외 조각장이 있다.

계절마다 특색 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철따라 야외음악회, 무용 공연, 시낭송 등의 행사가 열리는 등 종합 문화공간의 장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현재 야외 조각장에는 국내작가 이우환, 이승택, 곽덕준 등을 비롯하여 국외의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Magdalena Abakanowicz), 탈 스트리터(Tal Streeter), 마우로 스타치올리(Mauro Staccioli) 등 유명 조각가들의 조각 작품 약 6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야외 조각은 작품이 위치한 지점과 배경뿐만 아니라, 보는 방향과 각도에 따라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관람한다면 야외 공간에서의 작품 감상은 실내 전시 공간에서는 맛볼 수 없는 또 다른 감상의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전동휠체어가 없었다면 장애인에겐 야외 작품 감상은 말 그대로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튼튼한 전동휠체어가 야외 작품 감상에 편안함을 안겨준다. 그 중에서도 늘 그 자리에서 워~우~워우~소리를 내며 서있는 철 동상은 눈과 귀 그리고 입 오감을 즐겁게 해주는 일등공신이다.

1. 관광지

관광지명: 국립현대 미술관

입장시간: 03~10월: 오전 10시~오후 6시 /토·일, 오후 9시까지/11월~02월: 오전 10시~오후 5시 /·일, 오후 8시까지/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휴관.

입장요금: 장애인 1급에서 3급까진 동반 1인 무료 / 비장애인 천원/전동,수동, 수쿠터 무료 대여.

화 장 실: 장애인화장실 완비.

주 소: (우 427-701) 경기도 과천시 광명길 209 (막계동 산58-1)

전 화: 02-2188-6000 (ARS:대표전화) FAX : 02-2188-6123

홈폐이지: http://www.moca.go.kr/

2.가는 길

지하철: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 대합실에서 1번 출구(엘리베이터)앞에서 좌회전 5백미터 직진 좌우로 2키로미터.

-안전발판서비스 없음(지하철 승 하차 편리함)

-장애인화장실 (좋음)

-대공원역 전화 : 02-502-5491 (이동약자 원스톱 서비스 시행)

버 스: 셔틀버스 운행 대공원역 4번출구 20분간격 무료운행 휠체어 승차 불가

- 코끼리 열차 운행정보

- 서울대공원의 코끼리열차를 이용하는 경우 제1정류장 하차 (유료)

- 정류장 위치 : 대공원역 2번출구 -> 직진 -> 서울랜드 종합안내소

- 이용요금 : 어른 800원, 청소년 600원, 어린이 500원

- 이용시간 : 09:00 ~ 서울랜드 폐장시간 까지

- 휠체어 승차 불가

승용차:

-사당방면에서 오시는 길

남태령길 ⇒ (라. 지점 참조) 수원방향의 지하차도(1차선 이용)진입 ⇒ 지하차도 진출 후 (마. 지점 참조) 대공원 방향의 고가차도진입 ⇒ 대공원역(지하철 4호선) 좌회전(3.7Km) ⇒ 나들목 다리로 진입하세요.

-과천방면에서 오시는 길

선바위길 ⇒ (다. 지점 참조) 선바위역(지하철 4호선) 우회전 ⇒ 경마공원역 ⇒ 궁말삼거리에서 좌회전 (3.2Km) ⇒ 나들목 다리로 진입하세요.

-수원방면에서 오시는 길

과천대로 ⇒ (마. 지점 참조) 대공원 방향으로 진입⇒ 대공원역(지하철 4호선) 좌회전(3.7Km) ⇒ 나들목 다리로 진입하세요.

-양재방면에서 오시는 길

양재IC ⇒ 안양·과천 방향으로 직진 ⇒ (다. 지점 참조) 선바위역(지하철 4호선) 좌회전 ⇒ 경마공원역 ⇒궁말삼거리에서 좌회전 (3.2Km) ⇒ 나들목 다리로 진입하세요.

-우면산 터널방면에서 오시는 길

우면산 터널 진출 ⇒ 의왕방면 직진 ⇒ (나. 지점 참조) 국립현대미술관 이정표(진입)⇒ 경마공원역 ⇒궁말삼거리에서 좌회전 (3.2Km) ⇒ 나들목 다리로 진입하세요.

3.음식점

상 호: Lounged

메 뉴: 스파게티 샌드위치 , 커피 음료 등

가 격: 5천~1만원선

전 화: 02-2188-6224

접근성: 휠체어 접근가능(편의시설완비)

위 치: 미술관 내 식당/ 서울대공원 입구쪽에도 식당이 많이 있다

상 호: 대공원 분식

메 뉴: 식사 및 주류

가 격: 4천원부터

접근성: 휠체어 접근가능(편의시설완비)

위 치: 대공원역 1번출구 엘리베이터 정면 10미터 내외 위치

4. 숙박

상 호: 그레이스 호텔

가 격: 1박 10만원

전 화: (02)504-2211 (교환)4512,4513,4516,4731

접근성: 휠체어 접근가능(편의시설완비)

위 치: 과천시내 정부청사 앞

4.주변 볼거리

-과천시는 매년 9월에 국제 마등극 축제가 열린다.

-2010 관천 토요예술무대 5월15~7월10일 매주 토요일 시민회관 야외무대

-과천서울랜드. 서울대공원. 국립현대미술관, 관악산등산로,

5.문의

다음카페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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