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장애여성들은 아직도 '여성'이라는 성(생물학적, 사회적성포함)을 인정받지 못하나 보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겪은 일과 더불어 미디어가 다루는 여성장애인을 보며 느꼈던 평소의 불편함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몇 년 전, 우리 집으로 동사무소 사회복지사와 보건소 직원이 온 적이 있다. 아마도 장애등급 재심사 때문에 온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병원에 가기 불편해서 집으로 찾아와 달라고 해서 온 것인데 그 때 직원들은 나에게 정말 시시콜콜한 걸 다 물었다.

'혼자 일어날 수 있나', '옷은 갈아입을 수 있나'에서 심지어 '화장실은 혼자 갈 수 있나'라는 식의, 여자라면 대답하기 곤란한, 힘든 질문까지 서슴없이 던지는 것이었다.

솔직히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휠체어에 앉아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짧은 거리 정도는 휠체어에서 일어나 이동할 수 있는 장애인도 있다. 하지만 나는 눈으로 보기에도 중증인 뇌병변 장애인이다. 5분도 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나는 동물원 원숭이가 된 기분이었다.

이런 기분은 그 후로도 계속 느끼고 있는데, 바로 방송을 볼 때이다.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보면 장애나 질병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을 보여줄 때가 있다.

그 중에는 여성들도 등장하는데, 그들이 갖고 있는 질병이나 장애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신체의 일부를 보여줄 때가 있다. 장애나 질병이 있는 몸을 보여준다는 것도 그렇지만 특히 여성으로서 드러내기 민망한 부위들, 이를테면 가슴부분이라던가 등, 허벅지 같은 곳을 드러내고, 이 부분에 카메라를 서슴없이 들이댈 때는 정말 내가 민망해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내가 너무 예민한 것인지 방송사의 취재방식이 둔감한 것인지 이제는 헷갈릴 정도다.

어제도 어느 프로그램에서 노모와 사는 여성장애인을 보여주었는데 알 수 없는 병으로 누워 지내야 하는 분이었다. 이제 곧 사십을 바라보는 그녀의 몸 상태를 보여주었는데 어린아이같이 자그마한 몸집이었다.

내가 놀랐던 부분은 아기 같은 그녀의 몸보다 그녀의 차림새였다. 그녀의 어머니가 이불을 들춰주자 기저귀만 채워준 맨다리가 드러났던 것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등골이 빳빳해지고 당황했다. 중증장애인이라는 것보다도 성인여성으로서의 그녀가 너무나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내가 당사자는 아니므로 어떤 기분일지는 모르겠으나 자기 또래의 남자피디 앞에서 기저귀만 채워진 다리를 드러내고 싶을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겠나 싶었다. 게다가 이젠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봤을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장애여성을 무성의 존재로 여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었다.

내가 겪은 일들과 다수의 방송에서 저지른 무지(無知)한 일들을 떠올리면서 관공서에서 일하는 장애인 정책부서의 사람들과 방송국 취재진들에게 장애인 인터뷰에 대한 일정한 가이드라인 같은 것은 없는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아니, 가이드라인 이전에 인권에 대한 기초적인 감수성만이라도 갖춰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여성 이전에 '여성' 장애인 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새겨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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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때 시인을 꿈꿨으나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달음과 더불어 작가는 엉덩이가 무거워야한다는 이야기에 겁먹고 문학인의 길을 포기. 현재 원광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하여 예비사회복지사의 길과 자립생활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대한민국 평범한 20대 장애여성. 바퀴 위에 올라 앉아 내려다보고 올려다본 세상이야기를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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