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칼럼에서도 거론한바 있지만, 비장애인 중심의 주류 언론에서 다루어지는 장애인의 모습은 장애라는 불리한 조건을 본인의 굳은 의지로 이겨낸 '의지의 한국인'들이 대부분이다.

사회가 짊어져야 할 부분을 개인의 의지로 극복해내기를 요구한다는 점 외에도 이러한 보도들이 가진 문제는 또 있다. 이들이 비장애인들과의 불합리한 비교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주제의 일련의 기사들을 보면, ‘장애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 못지않은 성적을 내었다’와 같은 문장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이들이 ‘장애인/비장애인’의 이원적 구분을 고착화시킨다는 점 이외에도 장애인의 능력을 최대 비장애인 ‘못지않은 수준’으로 한계짓는다는 문제가 있다.

‘못지않다’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일정한 수준이나 정도에 뒤지지 않다’이다. 이 사전적 의미로 미루어 보건대, ‘비장애인 못지않은 장애인’은 그저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못하다’라는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 ‘그렇지 않다’라고 부정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장애인/비장애인’을 동일선상에 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들을 무시한 일방적 한계 짓기일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비장애인 학생과 시각장애인 학생이 있다고 했을 때 그 두 학생에게 시간의 차이 없이 똑같이 100분의 시간을 부여했다고 해 보자. 문제를 읽는데 불편함이 있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시간이 부족해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시각장애인 학생의 점수가 높기란 사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만약 이것을 토대로 하여 ‘장애에도 불구하고 비장애인 못지않은 점수를 받았다.’ 라고 한다면 그것은 올바른 결론일까.

사실 조건이 불리함에도 좋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조건이 동일하다면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비장애인 못지않은’ 점수로 규정해 버린다면 장애인이 최고로 올라갈 수 있는 위치는 '비장애인 못지않은 점수'의 수준밖에는 되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는 ‘비장애인 못지않은 장애인’에 만족하지 않는다. 장애인이기 이전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하나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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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칼럼리스트
미디어 속 특정한 대상의 이미지는 미디어 생산자의 시각에 따라 자의적ㆍ선택적으로 묘사된 이미지다.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 생산된 이미지는 수용자의 사고와 행동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미디어 생산자의 시각을 살피는 것은 꽤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미디어 속에 표현된 ‘장애인’이라는 집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미디어 속 ‘장애인’이 어떻게 묘사되고, 그러한 묘사가 실제의 ‘장애인’의 모습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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