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적 장애 2급인 장애인 여성(19세)이 인터넷 채팅 프로그램인 '버디버디'를 통하여 20살 가까이 차이나는 남자를 만나 성폭행을 당했다. 채팅을 통해 만난 남자는 모두 3명으로 모든 남자들이 성폭행을 한 것이다.

가족으로부터 신고를 받고 경찰이 수사를 하던 중 피해자인 장애인에 대한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사실상 진술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수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신고를 기각 처리했다.

이에 대하여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통한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장애인단체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재수사에 착수한 강서경찰서는 권 모양의 수사에 대하여 이번에는 성매매방지법 위반으로 처리했다.

피해자 조사를 받을 경우 처음에는 가족도 조사실 밖에 나가 있으라고 하며 경찰 혼자서 조사를 하여 정당한 편의제공이 없이, 장애인에 대한 아무런 이해도 없이 수사를 하였으며, 이번에는 가족과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와 성폭력 상담소 전문직원의 배석 하에 조사를 하였다.

그 과정에서 성폭행을 강제로 당한 것은 어느 정도 인정을 하지만, 강제로 옷을 벗기는 과정에서 욕을 하고 윽박지른 것은 있어도 폭행을 가한 것은 아니라는 점과 밥을 사주고 집에 데려가 잠을 재워 주었다는 것을 이유로 성매매 방지법 위반으로 처리하였다.

단순 형법이나 성매매법을 적용하는 것은 분명한 잘못으로, 당연히 성폭력방지법을 적용해야 한다.

돈을 미리 주거나 주기로 하고 성을 샀으면 성매매방지법 위반이겠으나, 밥을 주고 집에 데려가 재워 주었다는 것을 보상으로 보고 성매매로 판단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주었다고 모두 보상이 아닌 것이다. 밥을 준다고, 잠을 재워 준다고 그 대가로 성을 요구한 것은 분명 아니다. 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 그것을 동의나 허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이런 경우 피해를 보호받지 못한다면 법적으로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성을 함부로 성은 유린해도 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지적 장애 약자가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약자인 점을 노려 얼마든지 폭행을 가해도 되는 사회가 된 것은 바로 이러한 잘못된 수사방법과 동일한 잣대의 행정적 절차 형식으로만 수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라면 지적 장애인을 성폭행 하고도 과자를 사 주거나 천 원 정도 돈을 주어 성매매방지법 위반으로 서로 성을 사고 팔았다고 하여 성폭행보다 가벼운 처분을 받으면 된다.

지적 장애 권 모양은 가해자의 집에 갔으나 간 곳에 대하여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가해자의 신상에 대하여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적 장애인의 판단력 부족으로 성폭행 과정을 진술하기 어렵다는 것과, 성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특별한 수사 기술을 요구한다.

성폭행의 판단 기준은 강제성에 두고 있으며, 피해자의 강한 거부 의사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금전에 있어서는 사기죄도 있는데, 갈취나 착취, 절도나 강도가 아니어도 범죄가 성립된다. 그러나 성에 있어서는 혼인빙자만 아니면 회유로 인한 것이나 판단 미숙으로 인한 피해는 전혀 보호받지 못한다.

막말을 해 보자. 어떠한 경우라도 성관계 사실은 결과로서 남는다. 장애인이 좋아서 원한다면 이 사회는 누구라도 관계를 해도 되는 사회가 된다면 그것이 올바른 것인가?

그렇다면 지적 장애인을 힘을 가하여 강제로만 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성관계를 해도 된다는 말인가? 위력이란 반드시 힘에 의한 것만이 있는가?

지적장애인의 수사는 반드시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집중력이 5분도 이상 가지 못하므로 장시간 수사로 인한 비일관성을 증거의 일관성 기준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 의사표현과 의사소통 방법도 고려되어야 한다.

폭행만 아니면 허용하는 사회라면 난잡한 사회이거나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는 사회가 된다. 아는 만큼 보호되고 모르고 있으면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된다.

몰라도 권리는 보호되어야 한다. 어린이가 스스로 원했다 하더라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경우처럼 보호되어야 한다.

한편으로는 지적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자기결정권은 인정되어야 하고, 법적 행위능력도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충분한 정보 제공과 조력의 시스템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런 것의 판단을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지적 장애인이 할 수 없거나 취약한 것이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도둑이 보는 앞에서 가져가면 가져가는 것을 허용한 것이라 처벌이 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보고도 그것을 만류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면 법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는가? 주인 스스로 가져가라고 주었다면 아무런 가져갈 정당한 이유도 없는데 그것은 정당한가?

남에게 돈을 주어야 할 이유가 없는데, 현금보관증이나 차용증을 써 주면 그것은 채무가 법적으로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협박이나 폭력이 아닌 교모한 분위기 조성으로 이루어졌다면 법에서 참작되지 않는다.

수사 과정에서 정말 싦었는지 본인도 좋았는지가 수사의 주 목적이 되는 것은 면죄부를 주기 위한 의도된 수사이다. 적어도 모텔에 불러냈는데 그곳에 왔으면 모텔은 으례히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곳이므로 피해자도 어느 정도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을 알고 온 것으로 강제적으로 성폭력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그러한 상식이 없는 지적장애는 분명 다른 척도로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저항력도, 판단력도 없이 성관계가 있었다는 결과만 있는 경우 대가가 있어도 매매가 아니며, 분명한 반대 의사가 없어도 성폭행인 것이다.

가해자의 행위의 정당성은 성관계를 할 자격이 있는가를 보아야 한다. 성을 성욕을 위해 즉흥적으로 만나 일시적 행위로 채웠는가가 기준이 되어야 하며, 약자이기에 함부로 한 것이 아닌가에 대한 입증 책임을 가해자가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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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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