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들 도시와 건축을 바라본다. 내부와 외부를 눈으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귀로 듣고, 손발로 만지며 코로 냄새를 맡으면서 공간을 인지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도시건축에 발을 딛고 서 있는 우리들은(잠을 잘 때를 제외하고) 언제 어디서나 발로 도시건축을 만지고 있다는 생각을 순간 순간 잊어버리는 듯하다.

발로 느껴지는 도시건축의 촉감뿐만아니라 손 끝으로 만져지는 출입문, 벽, 창틀, 담 등은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게 하는 중요한 단서 및 메시지들을 제공해준다.

공간은 3차원이기에 공간 안에서 움직이면서 체성감각, 즉 피부감각, 운동감각, 평형 감각 등을 통하여 공간을 지각하게 된다.

빛, 색, 형태는 처음에 시각을 통하여 지각하지만 공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각만으로 모든 것을 지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간은 운동 감각과 결합시킨 촉각으로, 신체를 직접 움직이면서 지각 가능한 것이다.

또한 구체적인 지각은 기억이라는 심층 속에 숨겨진 의미를 골라서 생각해내는 작용이다. 촉각적 공간도 이미 경험되어진 기억을 통하여 공간에 능동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질감(texture), 재질은 시각적으로 볼 수 있다 해도 거의 전적으로 촉감을 통해 평가되고 감상된다.

몇 가지 예외는 있지만 우리는 촉각적 경험을 통한 기억으로 재질을 감상하고 기억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장애인 뿐만아니라 시각장애인에게 있어서 건축물의 실내외 재질은 의식적으로 그리고 심리학적으로나 사회적인 인식적으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 지하철도역, 횡단보도, 버스정류장 등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철 블록인 점자블록이 있는데, 발바닥의 촉감을 통하여 위치와 방향을 알 수 있도록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보행분기점, 대기점, 시발점, 종료지점 등의 위치를 표시하며, 위험물이나 위험지역을 알리는 역할을 하는 점자블록은 갑자기 건물에 정전이 되거나 앞이 보이지 않는 위급한 상황에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이용되어질 수 있다.

또한 영화를 상영하는 어두운 극장 안 등에서도 발이 아닌 손으로 건축물을 일일이 만져보며, 촉각정보로 공간을 파악해야하므로 촉감으로 느껴지는 도시건축의 피부, 즉 건축물 실내외의 질감은 친절하게 고려되어져야 한다.

공간적으로 우리 주변에 놓여있는 계단을 살펴보게되면, 계단은 많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우 안전하고 친절한 공간임을 알 수 있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가장 불안한 것은 자기 손에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 순간이기 때문에 계단에 설치된 난간과 손잡이는 심리적으로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며, 계단의 경사와 진행 방향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계단의 난간을 잡고 올라갈 때는 손잡이도 함께 올라가고 휘어질 때는 손잡이도 함께 휘어진다. 계단이 끝날 때는 손잡이도 평평해지기 때문에 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앞으로의 진행 방향이 어떻게 되는지도 파악 할 수 있다.

또한 발의 감각도 더욱 민감해져서 계단에 설치된 논슬립의 촉감이 발바닥을 통해 전해지는데, 논슬립이 없어지게되면 계단은 끝나고 평평한 바닥이 나온다는 메시지이다.

한 건물에서 실제 모든 계단은 동일한 높이와 동일한 단수를 갖도록 설계되기 때문에, 한 층의 계단만 세어두면 어디를 가더라도 문제될 것이 없다.

이처럼 건축공간의 지각은 촉각적 영역의 재료와 디테일에 있으며, 세심한 공간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

건축재료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재료의 자연적 본성을 잃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안심하고 안전하게 공간을 인지할 수 있도록 친절해야한다.

이 시대의 도시건축은 형태와 어휘의 화려한 개념적 접근도 아니고 정확한 계산에 의해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적 접근만도 아니다.

근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은 인간이 공간 안에서 과연 무엇을 지각하고 느끼고 경험하고 관계하는냐 하는 것이다.

촉감으로 느껴지는 도시건축은 지각의 활성화를 통하여 촉각적 공간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고 몸이 감지할 수 있는 건축을 통하여 우리의 감성에 호소하는 도시건축이다.

만져서 부드럽고 즐거움이 느껴지는 그릇은 도공이 그 그릇과 그 것을 사용하게 될 사람뿐만 아니라 자가 지신도 소중히 여겼음을 전달해준다.

이는 도시건축의 공간도 마찬가지임을 알아야 한다. 친절한 도시건축,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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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길 칼럼리스트
시작은 사소함이다. 비어있는 도시건축공간에 행복을 채우는 일, 그 사소함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어진 도시건축과 지어질 도시건축 속의 숨겨진 의미를 알아보는 일이 그 사소함의 시작이다. 개발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부를 주었지만, 문화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생활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의 온기로 삶의 언어를 노래하는 시인이자, 사각 프레임을 통해 세상살이의 오감을 바라보는 사진작가, 도시건축 속의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통하고자하는 건축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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