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는 한국교통연구원에 용역해 '제2차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을 마련하고 1월 31일 안양소재 아크로 시어터에서 공청회를 가졌다.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은 과거의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의한 법률' 중 교통시설 부분을 분리하여 제정한 것으로, 국토해양부가 주무 부처가 되도록 한 것이다.

이번에 마련한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계획은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 의거, 5년 단위로 수립하여 추진하는 것이다. 제2차 계획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계획이다.

공청회 참석 예상 인원은 150명이었으나, 정작 장애인 참석자는 토론자 2명에 불과하고 방청석에는 단 한 명의 장애인도 없었다. 방청석에는 단지 지자체 교통 담당 공무원 5명이 전부였다.

2010년 현재 장애인·고령자·임산부·어린이·영유아 동반자 등 교통약자는 전 국민의 24.4%이며, 장애인은 3.1% 150만 명이라고 하나 이는 어린이 등 중복을 뺀 수치다.

한국교통연구원은 계획 수립을 위하여 교통시설을 전수 조사하였는데, 교통수단과 여객시설, 보행환경의 편의시설 실치율은 78.9%였으며, 이 중 기준적합 시설은 69.2%, 미적합시설은 9.7%, 미설치는 21.1%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설치율과 장애인단체에 의뢰한 만족도 점수를 평균하여 학점식으로 점수화하였는데, 항공기와 저상버스는 B+, 철도는 B0, 일반버스 안내시설은 C-, 여객선은 F였다.

이에 따라 계획은 일반버스는 편의시설 설치율을 65% 수준에서 75%로 올리고, 저상버스는 중증장애인 200명당 1대를 운행하는 법정설치율을 100%로 하며, 철도에서의 수직손잡이나 행선지 표시 등을 100%로 하고, 여객선은 60%를 목표로 하였다.

저상버스의 경우 12.0%의 보급률을 30%로 올리기 위하여 3,369억 원을 투입하고, 특별운송수단은 현재 1,538대를 2016년까지 2,785대로 늘려 법정대수를 100% 달성한다는 것이다.

연구사업으로는 마을버스·농어촌형 중형저상버스 개발, 스마트폰용 교통약자 어플리케이션 개발이 있으며, 전자지도를 통한 시설 관리, 인증제와 모니터링 강화 등이 있다.

도시철도 승강기 설치를 위해 엘리베이터 43대 등 총액 1319.3억 원을 국고로 지원한다고 한다.

이번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 1차 계획의 평가가 없었음은 아쉬운 일이다. 평가를 통한 문제점들을 새로운 계획에 반영할 기회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통약자편의증진법'의 개정을 통한 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나아가겠다는 계획도 빠져 있어 안타깝다.

현행법 상 법정 기준의 설치율을 더 늘리겠다는 계획으로, 법은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인데 그 법의 준수율을 높이겠다는 것은 아직도 남은 비율만큼의 법은 어기겠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편의시설에 신기술의 도입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찾아볼 수 없었다. 권리기반 교통환경 조성이라든가,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즉시 이행 권리보장이라든가, 유니버셜 디자인 적용이라든가, 국가 교통환경 계획에서의 장애인 이슈 포괄적용 같은 내용이 있었더라면 한다.

그리고 모니터링은 지자체가 하게 되어 있어 사실 장애인 당사자의 감수성이나 참여가 배제돼 있고, 시설의 유지관리 결과는 있으나 관리시스템은 부족하다.

퍼센트로 목표를 정하는 것은 상당히 발전된 것 같아 보이나, 어느 정도 편리성이 보장되는지 가늠하기 어렵고, 특히 만족도 조사는 너무나 주관적인 조사로 보인다.

예산은 저상버스와 도시철도의 승강기 설치가 전부이고, 모니터링이나 다른 예산은 전무하며, 연구사업에서 장애인의 편의증진을 위한 많은 연구들을 할 수 있음에도, 그리고 모든 사업에는 예산이 필요함에도 비예산으로 단 두 가지의 연구만이 제시돼 있다.

결국 이번 계획은 다만 설치율을 조금 더 높여 법 위반을 줄인다가 전부인 것이다.

교통환경 개선을 위한 많은 편의성을 보장하는 연구도, 장애인 하이패스의 보급이나 지원 계획도, 보행자를 위한 내비게이션이나 시청각장애인의 새로운 기기 개발도,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정책도, 전동보장구 보급으로 인한 편의시설의 설치기준에 대한 새로운 연구도 제2차 계획에는 없다.

계획을 세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설치율의 실태조사가 더 비중이 큰 연구였던 것이다.

비전도 목표도 패러다임도 없이 단지 설치율과 만족도만 목표로 하고 있어 이 만족도는 장애인에게 설문 조사하는 것으로 그 대상만 바뀌어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는 것이며, 장애인이 잘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하기 힘든 곳은 자연히 관심이 낮을 것이다.

제2차 계획이 마무리되는 2016년에는 저상버스가 30% 보급되어 거리에 보다 많은 저상버스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나, 벌써 여러 번 약속을 어겼으므로 이 계획 또한 신뢰하기 어렵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고, 편리한 교통시설을 활용하여 사회참여를 하기에는 역시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소한 교통시설이나 정책 수립에서 장애인의 영향평가를 통한 절차를 반드시 넣어 장애인의 입장을 항상 고려한 제도라도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였으나 도시철도의 엘리베이터 설치 몇 곳 더 늘어났을뿐 여전히 이용 불가능한 역사는 존재하는 것이다.

부디 제2차 계획은 대대적으로 보완하여 새로이 수립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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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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