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 나의 얼굴을 모르던 사람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전화의 상대방은 내가 직접 본인임을 밝혔음에도 상대방은 의심섞인 목소리로 본인인지를 거듭 물었다. 아마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내 목소리가 비장애인과 별 차이가 없었기에, 중증에 해당하는 내 장애 등급과 비교해 상당히 의외라고 느끼는 듯 했다.

결국 상대방의 이런 의심은 내가 직접 “장애가 중증인 것은 맞지만 불편한 쪽이 하반신이라 전화 통화를 하는 데 있어서는 비장애인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해명을 하고서야 비로소 없어질 수 있었다.

이러한 해프닝은 전화의 상대방이 나에 대해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던 '중증장애인으로서의 이미지'와 '나의 실제 모습'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서 발생한 것이었다.

상대방은 미리 각인된 이미지에 따라 ‘중증장애인은 전화 통화에 불편함이 있을 것이다’라고 판단해 버렸고, 자신이 생각했던 이미지와 내가 달랐기 때문에 나의 거듭된 확인에도 쉽게 수긍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이미지’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받는 느낌’으로, 다시 말해 ‘이미지’는 대상이 가진 실제적 모습과는 무관한 추상적 느낌에 해당한다.

간혹 이미지가 실제의 모습과 닮아 있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실제에 가까운 ‘대략적인 모사’일 뿐 그 자체가 실제의 모습은 아닌 것이다.

대상에 대한 왜곡 이외에 대상에 대한 이미지화가 가진 문제는 그 것이 가진 여러 세부적이고 다양한 속성들이 무시되고, 대상이 그저 한 두 개의 기준에 의해 단순하게 규정되어 버린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대상의 단순화는 선입견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

앞선 사례에서 전화의 상대방이 '중증 장애인'을 단순히 '몸이 불편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로만 규정한 것이 그 예이다.

그 분이 ‘장애의 유형에 따라 불편함의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었다면 위와 같은 해프닝은 없었을 것이지만, 단순한 하나의 기준에 의해 대상을 규정하고 이미지화함으로써 발생한 일인 것이다.

이전의 칼럼들에서부터 계속해서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는 언제까지 ‘장애인’ 이라는 범주화된 하나의 집합에 묶여서 평가받아야 하는 것이며, 그리고 언제쯤 다른 이들의 일방적 규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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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칼럼리스트
미디어 속 특정한 대상의 이미지는 미디어 생산자의 시각에 따라 자의적ㆍ선택적으로 묘사된 이미지다.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 생산된 이미지는 수용자의 사고와 행동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미디어 생산자의 시각을 살피는 것은 꽤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미디어 속에 표현된 ‘장애인’이라는 집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미디어 속 ‘장애인’이 어떻게 묘사되고, 그러한 묘사가 실제의 ‘장애인’의 모습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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