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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못하는 것이 축복이 됩니다"

세계속의 장애인-중국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2-03 09:33:15
10월 1일은 중국의 국경절(國慶節:꿔칭졔)이다.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이 천안문광장에서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을 선포한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따라서 2010년 국경절은 중국 탄생 61주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는 올해 우리가 선교하는 지역인 중국 남부 S성 여러 지역에서 농아들을 섬기고 있는 농아지도자를 위한 수양회를 열었다. 그동안 수양회 명목으로 자주 모이긴 했어도 이번에는 이들의 노고를 위로도 할 겸해서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아미산' 자락에 위치한 어느 산장을 빌려 모임을 가졌다.

'아미산'은 유구한 불교 문화와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낙산대불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에 등재된 중국 4대 불교성지 가운데 한 곳이다.

두 산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마치 ‘아름다운 여인의 눈썹(峨眉)’을 닮았다고 해서 '아미산'이라고 이름 지어졌을 정도로 산세가 아름답고 웅장해 오래 전부터 불교신자는 물론 세계 각처로부터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우린 '아미산'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머무는 2박 3일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물론 비가 내려서 산에 못 오른 것은 아니다. 2박 3일동안 빡빡하게 짜인 우리들의 스케줄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산에 오르자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는 저자거리 모퉁이에 위치한 산장에서 우리들은 말없이 뜨겁게 주님을 찬양했다.

사실 아직도 중국에서는 기독교인들이 공공연하게 모임을 가질 수가 없다. 60여명이나 되는 믿음의 식구들이 함께 모여 찬양을 하고 성경공부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 부담이 있다.

60여 명 중 10여명의 건청인을 빼고는 나머지는 모두 농아인이다. 건청인들도 농아사역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모두 수화를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모두가 마음껏 뜨겁게 찬양을 해도 노출의 위험부담이 거의 없다.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번은 농아인들의 예배에 공안들이 들이닥친 일이 있었다. 열심히 수화로 찬양을 할 때였다. 도대체 무엇을 하느냐고 공안들이 다그쳤다. 수화를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공안들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농아인들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농아지도자가 얼른 둘러댔다.

“우린 지금 건강 기체조하는 겁니다.”
“아 그래요. 열심히 하십시오” 하고 공안들이 떠났다.

하긴 수화 찬양이 기체조하고 꼭 닮긴 닮았다. 소리 나지 않는 찬양이 위력을 발한 셈이다.

중국 공산당의 탄생을 경축하는 국경절에 드려지는 농아인들의 축제, 참으로 묘한 긴장이 흐르는 축제의 날이었다.

아침부터 미국에서 간 우리 팀의 강의가 이어졌다. 이 모임에 참석하려고 하루 꼬박 버스와 기차를 몇 번씩이나 갈아타고 오느라 하루 종일 굶은 지도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피곤해 하는 기색이 없었다. 모두 행복한 모습이었다. 정말 좋으냐고 물었더니 “그럼요. 제가 언제 이런 명산에 와보겠어요? 그런데 이런 명산의 산자락에 앉아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라고 대답했다.

저녁예배가 시작되었다. 소리 없는 찬양이 시작되자 저마다 손짓으로 열심히 하나님을 찬양했다. 소리가 없으니 멜로디도 없다. 앞에서 찬양을 인도하는 자매도 농아인이다. 멜로디가 없으니 찬양의 흐름을 따라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손동작은 바닷물처럼 은혜의 파도를 일으키고 있었다.

강의가 시작되었다. 강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현란한 불꽃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일제히 창밖을 쳐다보았다. 우리 농아 식구들은 불꽃의 아름다움에 살짝 미소로 답할 뿐 다시 강의에 열중했다.
그런데 정작 밝은 귀를 가졌다고 자랑하던 우리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불꽃이 정신을 빼앗기도 했지만 불꽃과 함께 쾅쾅 터지는 폭죽소리 때문이었다.

강의를 하는 강사의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강의를 통역하는 수화통역사조차 바로 옆의 강사의 목소리를 듣는데 힘이 들 정도였다. 불꽃놀이는 점점 더 난이도를 높여가며 신바람을 내고, 폭죽소리는 더욱 요란해졌다.

우리는 더욱 심란해지기만 했다. 무려 한 시간 가량 폭죽이 난리를 쳤다. 보통 때 같으면 입을 열어 감탄했을 불꽃놀이가 오늘만큼은 복음의 방해물이 된 셈이었다.

그런데 웬일일까? 우리 농아인들에게는 폭죽이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다. 소리가 들리지 않기 때문이었다. 듣고자 하는 복음의 열정때문에 불꽃은 그저 강의를 밝혀주는 반딧불로 생각된 것이었다.

아 복음의 신비함이여. 강의를 하는 강사나 소리를 알아듣는 사람들은 폭죽소리 때문에 강의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는데, 농아인들에게는 전혀 방해가 되지 않았으니 누가 장애인인지 헷갈리는 현장이 아닐 수 없었다.

신비한 밤이었다. 폭죽으로 신나게 떠드는 국경절의 밤에도 이렇게 복음은 소리 없이 전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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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홍덕 (joycenter@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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