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의약품안정청은 지난해 7월 에프씨비파미셀이 개발한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가 세계에서 처음 줄기세포치료제로 허가받은 데 이어, 19일 메디포스트의 연골재생 치료제 '카티스템'과 안트로젠의 치루 치료제 '큐피스템'에 대한 품목 허가도 승인했다.

그동안 화장품은 여러 가지가 개발·판매되고 있었으나, 약품으로서는 세계적으로 개발 순서상 1, 2, 3번째가 모두 한국에서 시작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카티스템은 환자 자신의 줄기세포(자가)가 아닌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를 사용하는 세계 최초의 '타가(또는 동종) 줄기세포 치료제'로 공인됐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한국이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게 됐다고 평가하기도 하고, 안전성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도 하였다.

그리고 한국은 먼저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약품 개발에 치중한 것은 수익성에만 급급한 것으로 기초 연구 기반은 취약하다는 염려도 하고 있다.

아직 승인이 되지 않았으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이 5건, 임상시험 중인 것이 13건이니 개발 중인 것까지 합하면 다양한 제품이 앞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되지만, 선점의 주도성을 지속적으로 확보·유지하기에는 기초적 연구 기반은 약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작성한 '2011 줄기세포 연구 시행계획'에 따르면 2001년부터 작년 11월까지 약 10년간 발표된 줄기세포 관련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논문 수 조사 결과 세부 분야별로 우리나라는 상위권과 큰 격차를 보이며 7~8위권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이 기간 우리나라 연구진이 발표한 성체 줄기세포 관련 논문은 모두 1천178편으로, 미국(1만818편), 일본(3천309편), 독일(2천514편), 중국(2천349편), 영국(1천527편), 이탈리아(1천496편), 프랑스(1천339편)에 이어 8번째였다.

배아 줄기세포 논문(361편) 역시 미국(4천236편), 일본(1천268편), 독일(861편)은 물론 중국(672편), 캐나다(487편) 등에도 뒤진 8위였다.

특히, 국내 줄기세포 치료제의 세계적 타이틀은 결국 '첨단 바이오신약 신속 제품화 지원'에 따라 추진되는 관련 산업 촉진 정책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으며, 정부가 기초 연구의 지원은 미약하여 지속적으로 성장가능성을 보장하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세계 유일의 줄기세포치료제 허가심사 지침으로, 2010년 3월 유럽의약품청(EMA)이 마련한 '줄기세포치료제 검토보고서(Reflection paper on stem cell-based medicinal products)'는 줄기세포 주입에 따른 종양 발생 위험, 목표 부위가 아닌 곳의 분화 여부 등을 장기간 확인하도록 권하고 있다.

임상시험의 규모가 100명 미만으로 크지 않다는 점과 시험 기간이 1년 정도로 장기간의 부작용에 대한 검증을 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우리의 제품이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ICH(의약품국제협력조화회의) 등과 같은 기구를 통해서 국제적으로 조화를 이뤄나갈 필요성도 있다.

자가면역세포치료제(이노먀다시스, 크레아젠, 이노셀, 엔케이바이오사 제품 등)와 자가연골세포치료제, 자가피부세포치료제(태고사이언스, 앰씨티티, 핸슨바이오택사 제품) 등은 임상 3상 실험을 조건부로 승인하고 있는데, 앞으로 보다 다양한 치료제가 나온다면 장애인을 위한 치료제 개발도 눈 앞에 온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입장에서 줄기세포 약품의 판매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면, 어쩌면 조속한 시일 내에 장애의 굴레를 벗어던질 방안이 개발되리라는 기대이다.

실제 셀뱅크에 자기 줄기세포를 저장해 두는 사업이 이미 성행하고 있는만큼 장애인이 완치될 것이라는 꿈을 가지고 살게 된다.

다만 이러한 꿈이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장애를 거부하고 장애에 대한 부정적 감정으로 작용된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공눈의 개발 등의 기사가 나오면 금방 장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사실은 수 십 년 더 걸리기 십상이고, 암치료제가 만들어져 정복이 눈 앞이라는 기사는 현재의 암 환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이러한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의약품 및 의료법의 개정을 통하여, 그리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따라야 할 것이다.

신약 개발이 장애를 다시 환자로 보고, 재활모델로 환원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다.

청각장애인의 인공와우 시술이 청각장애인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정부는 시술은 지원하면서 수 년 간의 적응 훈련은 외면해 부작용이 많은 현실을 보면, 신약개발이 혼란스러운 사회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혹시 내 한 몸 희생되더라도 장애인에게 획기적인 개발을 안겨준다면 내가 피임상시험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일단 증명은 되지 않았으나, 알려지지 않은 다른 효과도 있을지 모르므로 개발된 신약을 먹고보자는 식의 남용도 우려된다.

소련이 붕괴되고 문호가 개방되자 장애인 수술 기술이 발달한 소련에 가서 장애를 치료하겠다며 자산을 팔아 외국으로 갔다가 더욱 중증이 되어 돌아온 장애인이 많다.

하지만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장애인은 신약개발에 대해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기다리면서 정부나 업체의 적극적 노역을 요구하고, 필요한 법 개정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더불어 장애인의 답답한 마음을 미끼로 악용하는 줄기세포 신약 사업에 이용되지 않으려면 더욱 더 신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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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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