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우 박사가 췌장암으로 앞으로 몇 일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우리 장애인의 지도자가 이제 세상과 작별하려 한다. 큰 별이 지지만 우리 가슴 속의 그 분은 영원히 빛날 것이다.

강영우 박사는 시각장애인으로서 개인적으로는 장애를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변화시키며 사회 참여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신 분이다.

연세대학교 입학 당시 대학에서 장애인을 입학시킨 사례가 없어 난감해 할 때, 교육에서의 평등과 기회 균등을 주장하여 입학 기회를 부여받았고, 대학시절 교내 지지 그룹을 조직하여 대학 내 점자도서실을 개설할 정도로 자료를 만드셨다.

미국 유학을 갈 당시에도 유학은 교육부 장관의 승인 사항으로, 장애인이 유학을 간다는 것에 대하여 한 번도 생각조차 해 보지 못한 교육부를 설득해 유학의 길에 올랐다.

난관이 앞을 가릴 때마다 그 가시밭길을 스스로 헤쳐 나아가셨던 것이다.

강영우 박사님은 사회적으로 너무나 큰 거목이셨다.

그 분은 보행이나 일상생활에서는 안내자가 오히려 다른 사람과 교류할 기회를 박탈한다고 생각하시어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것에는 과감히 도움을 거절하셨다.

비가 오는 길을 흰지팡이를 짚으며 우산을 들고 걷다가 지나가는 장관의 차를 얻어타게 되었고, 비행기에서 정치인이나 기업인을 만나 최소한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계기로 사회의 리더들과 인맥을 형성하셨다.

그러한 인간관계를 가지신 것은 독립생활과 철저한 보호에 대한 거부에서 얻은 것이다. 그만큼 그 분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절대 도움을 받지 않으셨고, 도우미의 편리함을 추구하지 않고 편리함보다 당당한 인간 대 인간으로 사회 속으로 뛰어드셨다.

강영우 박사는 대구대학교에서 특수교육 교수로 재직하면서 국내 최초로 컴퓨터 재활공학을 소개하고, 선진국의 장비를 국내로 가져와 전파해 이를 계기로 오늘날의 컴퓨터 공학에서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이만큼 보장받도록 하는 데도 영향을 끼쳤다.

다른 장애 유형의 사람들이 컴퓨터 보조기기 분야에서 시각장애인의 기술이 가장 발달된 것 같다고 말하는데, 그 것은 바로 강영우 같은 분이 계셨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모국을 그리워하면서 2세 교육을 꿈으로 삼아 미국에서 고생하는 교포들 사회에서 2세 교육에 대한 지도를 해 주셨고, 그러한 에너지는 신앙심에서 찾으셨다.

국제 로터리 클럽의 지도자로서 세계 기부문화와 지구인의 복지 책임성을 보여주셨고, 민간외교관으로서 한국의 민주화를 알리고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힘을 기울이셨다.

그리고 백악관 대통령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시면서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하셨고, 내무부 장관을 비롯, 많은 정치인들과 학자들을 국내로 모셔와 교류하게 하셨다.

미국의 법과 제도 등 많은 자료를 한국에 보내 한국의 법과 제도를 만드는 데 이론을 제공해 주셨고, 국제장애인교류재단을 설립, 장애인 복지 향상에도 많은 공헌을 하셨다.

그리고 지난 해 12월 시한부 선고를 받으시고도 마지막 인류를 위해 남은 할 일을 찾으셨고, 로터리 클럽에 25만 달러를 기부하셨다.

강영우 박사님은 장애인이셨기에 그 장애를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하여 사회로 나아가셨고, 항상 감사하며, 남의 도움을 받는 장애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을 지도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사셨다. 장애인의 지도자를 넘어 지구촌의 지도자이셨던 것이다.

하늘은 세상에서 유능하고 진실한 사람을 먼저 데려 가신다고 했던가! 하늘나라에서도 강 박사님이 필요하셨던 것인지, 아직도 할 일이 많으신 분을 이제 데려가시려 한다.

이제 짧은 여생을 앞두고 한국에 다시 오시지 못하실 것이라 생각하니, 그 분이 너무나 보고 싶고, 옆에 있어 드리지 못함이 안타깝다. 이렇게 많은 업적을 남기시고 이제 세상과 작별을 준비하시고 계신다니, 우리는 그 분에게 아무 것도 돌려 드리지 못함이 애석하다.

큰 별이 이제 지려 한다. 그 분의 다정한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한데, 우리는 그저 가슴에 그 분을 영원히 기억하고, 영롱히 빛날 것을 위로로 삼아야 한다.

부디 평안히 가시기를 빌며, 못다한 일들을 우리에게 남기심을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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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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