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운이 좋게도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비장애인들 사이에서 그들과 함께 똑같은 내용을 교육받을 수 있었다.

그 시간 동안 내가 어떠한 결과물을 내놓거나 어떤 과정을 끝마칠 때 친구들 혹은 선생님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항상 '그 몸으로 대단하다'라든가 '불편할텐데 잘 해내는구나' 와 같은 류의 말들이었다.

물론 그런 말들이 친구로서 또는 선생님으로서 ‘수고했다’ 라는 말의 다른 표현인 것을 알기에 그런 말을 듣더라도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는 주변사람들로부터의 그러한 말들을 들을 때 조금은 부끄럽고 때로는 의아스러운 감정을 느끼곤 했었다.

그 까닭은 사실 내가 어떠한 결과물을 내는데 있어서 장애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나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을 다루는 기사나 텔레비전 뉴스가 견지하고 있는 기본적 시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 하나를 가져와 보자.

지난해 4월, 서울대가 언론사에 배포한 '텝스(TEPS)로 장애를 극복하다’라는 타이틀의 보도 자료가 장애인 단체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장애인 텝스 점수, 낮지 않다" 서울대 발표에 "편견 가득" 비난 -'한국일보 2011년 4월 20일자 기사-

당시 서울대 측은 "2010년 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시험에 응시한 특별관리대상자(장애인) 중 64명의 2년내 성적은 평균 약 564점으로 응시자 전체 평균인 약 600점에는 다소 못미치지만 장애로 불편을 겪으며 취득한 점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크다"며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 듯 포장했다.

그러나 장애인은 언제나 ‘비장애인에 못지않은 사람’이며 장애를 '감안'하면 의미가 큰 점수를 취득한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편견은 ‘장애인/비장애인’의 구분이 신체적인 차이에 의한 현상적 구분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이분법적 구분을 통하여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떨어질 것이다.” 라는 잘못된 가치 판단을 유형화하고 범주화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애초에 ‘장애인/비장애인’의 언어적 구분은 그 자체로서 중립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원적 구분이 ‘편견’의 확대ㆍ재생산 및 범주화에 기여하게 되는 과정에는 그 대상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속성들을 무시한 채, 대상을 편견의 당사자가 생각하는 단순한 하나의 속성으로 환원해 버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기사에 나온 '텝스' 점수를 예로 들면, '텝스' 점수를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당사자의 학습량이 되었든, 지식의 습득 능력이 되었든 개개인마다 가진 능력에 따라 점수는 차이를 보이게 마련이다. 그것은 '장애/비장애'의 비교가 아니라 그것과 무관한 시험응시자 개개인의 문제이다.

하지만 기사에서처럼 점수의 비교에 '장애/비장애'라는 비교 기준을 상정하는 순간 '텝스' 점수를 결정할 수 있는 모든 요인은 무시되고 오로지 '장애/비장애'라는 기준만 남게 되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하고 이상론적인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제는 장애인의 모든 행동들을 평가할 때 ‘장애/비장애’의 불합리한 이분법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것인지 새삼스레 의문이 생긴다.

언제부턴가 장애인이 하게 되는 모든 일이(그것이 '장애/비장애'의 구분 이전에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일일지라도) 단일한 하나의 기준으로서 평가되고, 때로는 원치 않는 일방적 평가절하마저 당하고 있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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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칼럼리스트
미디어 속 특정한 대상의 이미지는 미디어 생산자의 시각에 따라 자의적ㆍ선택적으로 묘사된 이미지다.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 생산된 이미지는 수용자의 사고와 행동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미디어 생산자의 시각을 살피는 것은 꽤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미디어 속에 표현된 ‘장애인’이라는 집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미디어 속 ‘장애인’이 어떻게 묘사되고, 그러한 묘사가 실제의 ‘장애인’의 모습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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