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Be Queerful’ 이란 제목으로 칼럼을 쓰게 된 한새라고 합니다.

올해 ▲장애인&운동현장 이슈/인권 이야기 ▲미디어/정치 ▲섹스/젠더/섹슈얼리티/사랑과 연애/성생활 ▲자립생활/여행/직장생활 등 총 4개의 큰 묶음과 12가지 작은 묶음들로 다양한 얘깃거리들을 가지고, 월 3~4회 정도 독자 여러분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저를 뭐라고 소개하면 좋을까요? 저는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인한 전신통증으로 휠체어를 타는 시각장애인입니다”라고 소개하면 될까요? 하지만 그것만이 제 정체성은 아닙니다.

스스로를 안드로진(중성), 오픈섹슈얼(범성애자), 에세머(사도마조히즘 성향을 가진 사람), 다자연애주의자로 정체화한 성소수자 청소년입니다. 소개 글인데 벌써부터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네요.

간단하게 말하자면 저는 신체적 성별과 정신적인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트렌스젠더입니다. 몸은 여성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중성이지요. SM(sadomasochism)이란 즉 사도히즘(가학적 성욕)과 마조히즘(피학적 성욕)을 말하며, 이런 성향을 지닌 사람을 통칭 SMer(에세머)라고 합니다.

사디즘 성향의 사람은 사디스트, 마조히즘 성향의 사람은 마조히스트라고 하며, 저처럼 두 가지 성향이 모두 있는 사람은 스위치라고 부른답니다. 다자연애주의는 1:1의 연애관계가 아닌, 1:다수 이상과 연애관계를 갖는 것을 다자연애, 그런 주의를 다자연애주의라고 한답니다.

제가 조금, 아니 많이 특이하게 느껴질 것 같은 우려가 벌써부터 들고 있네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저는 특이한 것을요. 그래서 제목도 ‘Be Queerful’ 이랍니다! ‘queer’는 성소수자를 뜻하는 언어로, 원래는 ‘기묘한, 기괴한’ 이라는 뜻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 칼럼 명을 한글로 옮기면, ‘특이해집시다!’ 정도 쯤 되려나요?

아무튼, 저는 제 자신의 다름과 특이함을 인정하며, 무한 긍정하려고 늘 노력합니다. 물론 모든 이들이 살면서 한 번쯤은 겪게 되는 자기혐오가 저에게도 종종 찾아오곤 하지만요. 나를 사랑하는 힘, 그 힘마저도 없었더라면, 나를 사랑해주고 내 정체성들을 긍정해주고 지지해주던 이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겠지요. 새삼 이 자리를 빌어 저를 지지해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제 제 정체성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긍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와 병, 성정체성만도 제 정체성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겠죠.

저는 무슨 일을 하느냐구요? 저는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라는 인권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청소년 활동가입니다. 쓰면서도 활동가란 이름이 부끄럽군요. 부디 제 스스로 활동가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날이 어서 오도록 더 열심히 활동해야겠습니다.

직업도 제 정체성을 오롯이 말해주지는 못합니다. 제가 처음 제 소개를 할 때 ‘저는 여기서 일하는 누구누구입니다’ 하고 말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저는 채식주의자입니다. 원래 소화기능이 약해서 고기를 잘 못 먹다가 채식을 알게 된 후로, 지금은 신념적으로도 채식주의적인 가치관을 지향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종 차별과 폭력, 나이주의, 가족주의, 가부장제, 남성우월주의, 성다수자중심주의 등을 매우 혐오하며 지양합니다.

또한 여러 차례의 성폭력을 겪고 살아남아, 생존해나가고 있는 성폭력피해생존자이기도 합니다.

칼럼니스트에 지원을 하는 것도, 칼럼니스트에 뽑힌 후 연재 결심을 굳힌 것도, 실제로 글을 쓰는 것도, 많은 용기를 필요로 했습니다.

여전히 세상은 다름이 죄악시되곤 할 때가 많고, 저의 특이함과 다름에 대한 무지와 혐오, 폭력으로 제가 상처받고 아파하게 되지는 않을까, 내가 너무 무모한 일을 벌인 건 아닐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국, 용기를 내어 벽장 밖으로, 문을 열고 나가보기로 했습니다. 즐겁고 신나게, 재밌게, 공부하고, 나누며, 여러분과 함께 알찬 한 해를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늦었지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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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새 칼럼리스트
희귀난치병으로 인한 전신만성통증으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 시각장애인. 스스로를 안드로진(중성), 레즈비언, SMer(사도마조히즘 성향을 가진 사람)로 정체화한 성소수자 청소년이다. 나이주의와 가족주의, 가부장주의, 남성중심주의를 거부하며 채식주의를 지향하는 인권활동가다. ‘장애인&운동현장 이슈, 인권 이야기’,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 사랑과 연애, 성생활’ 등의 다양한 얘깃거리들을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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