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인식개선 프로그램으로 '장애체험'을 선택하는 단체나 기관들이 많다. 국립재활원은 장애예방센터를 설치해 장애체험관을 운영하고 있고, 복지관들도 행사에 장애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

한 때 서울시는 20억원을 들여 장애체험관을 설치하려고 한 적이 있으며, 대학축제나 장애인 주간 등이 되면 으레 등장하는 것이 '장애체험' 프로그램이다.

'장애체험'은 장애인의 입장을 경험함으로써 인식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인데, 때에 따라서는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교통안전 인식개선 교육을 한다고 모 기관에서 급브레이크가 얼마나 위험한지 체험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초등학교와 유지원 아이들은 '너무 스릴 있고 재미있다'며 '또 급브레이크를 밟아달라'고 했다고 한다.

'장애체험' 프로그램이 장애 아이들을 놀리거나 흉내내는 수단으로 학습될 경우 통합교육 현장에서 장애 아이들을 이해하는 수단이 아니라 일종의 비정상 체험 프로그램이나 흉내내기식으로 전락해 버릴 수도 있다.

그리고 장애가 체험으로 이해될 수 있느냐는 비판도 있다. 불과 몇 시간 답답함이나 힘든 것을 경험하고는 장애를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여기거나, 단기적 체험이 오히려 장애에 대한 편견을 고착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애인들은 대단하다라든가, 시각장애인의 촉감은 훌륭하다, 시각이 나빠지면 청각이 좋아진다 등의 편견이나 잘못된 이해를 하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장애인들이 무장애 체험을 하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가는 체험 프로그램을 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다.

프로그램 내용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지적장애인에 대한 체험은 전반적으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지적장애는 뇌성마비가 아닌데도 협응 운동이나 거울을 보면서 손동작하는 체험을 하고는 지적장애체험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지적장애에 대한 바른 이해를 하지 않고 동작이 둔하거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인식할 것이다.

왼손으로 그리기 등은 상지장애나 뇌성마비 '장애체험'(사실상은 경직성 장애나 긴장성 장애를 체험하는 것과도 거리가 있다.)과 거리가 있고, 특히 지적장애 체험에 이러한 것을 이용하면 문제가 많은 것이다.

임산부 체험을 위해 3.5킬로그램의 모래주머니를 배에 붙이고 생활하게 하면 배가 무거운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체험은 할 수 있으나, 남성은 여성의 생리적 변화라든가 심리적 불안 등은 실제가 아니면 체험을 통해 알 수가 없는 영역이다. 이와 같이 '장애체험' 역시 부분적 경험을 줄 뿐인 것이다.

'장애체험' 프로그램의 역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기획자나 진행자가 운영상의 주의점을 숙지해야 하고, 프로그램들도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무엇을 체험하려는 것인지, 목적과 결과가 일치하는지, 그리고 효과가 잘 나타나고 있는지 철저한 기획과 평가가 있어야 한다.

국가와 지방자치 단체는 장애인 인식개선과 인권교육을 위한 조례를 조속히 제정하고,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기관을 지정, 지원함과 동시에 프로그램이 역효과를 내지 않도록 감독 기능을 가지고 장애인 당사자의 감수성을 반영하기 위한 정책 결정과 진행 과정에서의 당사자의 참여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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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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