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시설에서 나와 지역 사회에서 자립을 하는 데는 활동지원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독거로 인해 추가급여를 받았다가, 결혼을 하면 이 추가급여가 없어지는 것도 일종의 '제도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

결혼이 활동에 대해 부담을 지기 위해 하는 게 아닌데, 장애인으로 결혼하는 것에도 많은 부담과 어려움이 있는데, 배우자에게 활동보조의 절반을 책임지고라도 결혼을 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결국 정부 시책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안정되게 살도록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만 하면 국가의 책무를 배우자에게 맡기는 결과가 된다.

이와 유사한 사례를 하나 더 예로 들어 보겠다.

이 군은 18세이다. 어머니가 중 3때 미혼모로 이 군을 낳아 홀트복지회에 맡겼다. 자폐1급 장애인인 이 군은 장애로 인해 입양이 되지 않아 당시 보육을 맡은 자원봉사자 집에서 키워졌다.

시설에 적을 두고 사실상 전혀 친족이 아닌 남의 손에 의존해 살던 이 군을 보호하던 봉사자는 나이가 들어 별세했고, 그 딸이 결혼도 하지 않고 이 군을 돌보다가 47세가 되어 결혼을 했다. 봉사자의 딸인 박 모씨는 여러 차례 결혼을 하려 했으나, 혹시 이 군이 친아들이 아니냐는 오해로 인해 결혼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결혼을 하고 보니 24시간 이 군을 돌볼 수가 없어 다시 시설로 돌려 보내야 하는가를 고민하던 중, 장애인의 자립 생활을 위한 활동지원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시설에서 퇴소하는 것으로 서류를 처리하고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했다.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신청을 하자, 국민연금에서 서비스 인정조사를 했고, 이 군이 혼자 사는 것이 아니므로 독거는 인정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자폐성 장애인이 독거 생활을 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니 돌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케이스를 독거로 인정하면 악용의 소지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어느 정도 경제력이 있어 독립된 공간을 주거지로 소유하면 독거이다. 하지만 생활능력의 부족으로 아파트나 단독 주택의 방 한 칸에 세들어 사는 경우를 독거로 볼 것인가는 오히려 그동안 문제가 되어 온 사안이다.

만약 이 경우가 독거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오히려 서비스가 줄어드는 어이없는 결과를 맞게 된다.

지금까지 독거의 기준은 출입문이 동일한가 아닌가가 기준이었다. 앞에서 든 예와 같이 아무런 인척 관계도 아닌 사람이 보호할 경우, 그 보호를 개인의 부담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활동보조서비스로 인정해 보호자에게 서비스 제공자 대우를 해줄 것인가는 참으로 애매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악용의 소지로 인해 선의의 희생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출입문을 같이 사용하는가의 기준은 분명 문제가 있다.

아무리 중증 자폐인이라 하더라도 가족처럼 활동보조인이 돌보아 주고 같이 생활하는 경우에는 독거로 인정하고, 오히려 이러한 형태를 장려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활동보조인과 동거형 주택도 무료 보급하고 있으니 이를 적극 참고할만하겠다.

장애인이 월세 계약을 하고 세들어 살면서 같은 생활 공간에 타인이 있는 경우 독거의 추가 급여가 주어져야 한다. 그 동거인이 세대주를 별도로 하고 있고, 인척과 동거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개인적으로 자기결정권을 주지 않으면서 활동보조서비스 비용을 차지하기 위해 악용하여 데리고 있는 경우는 중증 자폐나 지적장애인의 경우 복지수급권 후견제나 지원센터 등을 통해 감독하는 시스템으로 가려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작정 장애인을 시설로 돌려 보내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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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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