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대자본을 배제한 '슬로머니'로 지역경제를 살리는 로컬 투자의 혁명을 다룬 '로커베스팅'의 저자 '에이미 코티즈' 스토리가 언론에 소개됐다.

이 책에 게재된 '로커베스팅' 성공담 중 하나인 뉴욕 브루클린 포트그린 지역의 '그린라이트 책방'의 사례를 장애인 복지를 위해 활용한다면 잡음없는 투명한 복지가 이루어질 것으로 필자는 확신해 장애인 복지의 혁명을 위한 투자를 제안하고자 한다.

작가들이 많이 사는 '글쟁이 동네'로 유명한 브루클린 포트그린 지역의 주민위원회가 "우리 동네에 지금 가장 필요한 시설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주민의 75%가 서점을 꼽았다.

폴오스트 같은 유명 작가들이 둥지를 튼 동네에 책방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셌지만 인터넷 서점이 대형 책방마저 무너뜨리는 상황에서 쉽게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출판사와 서점에서 일하던 두 여성은 이 지역에 서점을 열고 싶었지만 자금이 없었고, 은행들은 신용등급이 높지 않으면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주민위원회에서 누군가 내놓은 아이디어가 돌파구를 열어준 것이다.

"책방이 필요한 건 우리니까 이 여성들에게 우리가 투자합시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소액 직접 투자는 포트그린에 기적을 불러와 2,000여 명이 7만달러를 투자해 2010년 10월에 '그린라이트 책방'이 문을 열었고, 1년이 지난 2011년 10월에 이 책방은 흑자를 기록해 투자자들은 금액에 따라 이자를 돌려받았다.

2,000여 명의 투자자들과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는 이 책방이 지역경제를 살리고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혁명을 이룬 것이다.

우리 나라는 개인의 재산을 출연해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다보니 법인이 공익성을 추구하기 이전에 1인에 의해 지배돼 사회복지법인 운영 문제가 이슈화 되고 있다,

또한 감독권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이사장의 기득권 유지로 눈치를 보게 되면서 법인들이 전횡을 일삼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하고, 족벌운영으로 비리가 발생하거나 인권 유린 등으로 인해 물의를 빚기도 한다.

겉으로는 개인이 출연한 사회복지법인의 재산은 국가의 소유라고 하지만 속내는 출연자 개인의 재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산하의 임직원 인사권도 이사장이 전권을 쥐고 있으니 사유재산이나 전혀 다를 바가 없다.

대표성을 가진 주인이 1인인데, 그 1인에 의해 모든 운영이 결정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당연히 운영의 투명성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공익을 추구하는 투명한 사회복지법인이 되게 하려면 다수가 재산을 출연하고, 전문가로 구성된 재단에 의한 운영체제를 도입한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포트그린의 '그린라이트 책방'처럼 장애인 복지와 관련있는 전문가, 종사자, 장애인당사자, 부모, 기타 관심있는 사람 등, 10,000명이 100,000 원씩 출연해 10억 원으로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고, 이사장과 이사는 누가봐도 적임자라고 인정할 수 있는 사람들로 구성해 임기제로 참여하는 장애인 복지의 '슬로머니 운동'을 창설해 보자.

투자자 대표들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법인의 제반 운영은 운영위원회에서 투명한 논의 절차를 거쳐 실행한다면 민주적이고 투명한 사회복지법인이 출범될 것이다.

다만, 현금 출연자들은 투자가 아닌 후원이나 사회공헌 차원에서 배당이나 이자의 수령은 포기하고 순수한 의미의 후원으로 처리하자. 그리고, 매월 10,000 원씩 후원금을 보내 사업의 활성화와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돕는 일을 맡기로 하자.

수억 원에서 10억 원이 넘는 재산을 출연한 법인의 대표는 모든 것을 자신의 생각대로 운영하려고 할 것이고, 가족들을 중요 보직에 배치해 재산 출연자는 이사장, 아들은 원장(관장), 딸은 사무국장 식의 구시대적 조직으로 운영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공익이사가 참여해 운영에 간섭을 한다면 향후 사회복지법인에 재산을 출연하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특수학교를 설립해 출연자는 이사장, 큰아들은 교장, 둘째아들은 행정실장 등의 조직이 바로 '도가니' 사태를 유발했으며, 따라서 '도가니'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현행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이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른 모습이다.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은 로비에 밀렸는지, 무능한 국회의원들의 무관심 탓인지, 아니면 여당과 야당의 내분에 의한 직무유기인지 모르지만 18대 국회에서는 물건너 간 것 같다.

이제 사회복지법인의 설립도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1인의 재산 출연에 의한 1인 지배하의 무늬만 공익법인이 아닌, 다수의 재산 출연에 의한, 전문가에 의한 투명한 운영이 이루어지는 겉과 속이 모두 공익인 사회복지법인의 출현만이 제2, 제3의 '도가니'를 예방하고, 비리발생을 방지해 사회복지법인 본연의 사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장애인 부모 등 다수가 재산을 출연하여 설립한 사회복지법인들은 비교적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을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다.

필자는 사회복지법인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사회복지법인 설립자를 두둔하거나 비판할 생각은 더구나 없다.

다수의 사회복지법인들은 투명하게 공익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소수의 사회복지법인이 비리를 저지르고 인권을 유린하게 되면 전체가 매도당하는 것은 비단 장애인 복지현장에서만 발생하는 사례가 아닌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가 동일하다.

다만, 기존의 사회복지법인들이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설립자들은 족벌운영체제를 탈피하여 국민들이 공익법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조직 구성과 인력 배치를 통한 환골탈태가 요구된다.

아울러 사유재산을 출연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회복지법인을 운영하여 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는 다수의 사회복지법인 설립자들을 일부 비리와 인권 유린으로 지탄받는 자들과 동일시하여 무조건적 개혁을 요구하는 시각도 제거되어야 한다.

장애인 복지의 혁명을 위해 포트그린의 '그린라이트 책방'과 같은 사회복지법인 설립에 10,000명이 100,000 원씩 후원금을 지원하겠다면, 필자가 발 벗고 앞장서서 한 알의 밀알이 될 용의가 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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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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