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국립재활원에서 '성 도우미나 성매매 합법화 주장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를 주제로 한 사례발표가 있었다. 필자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남성장애인들 다수가 찬성하고 있는 이 내용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였다.

발표 내용은 성도우미의 개념과 도입 배경, 찬·반측 주장과 고민점, 논쟁점 등이었다. 개념과 계기는 앞선 칼럼에서 소개하였으므로 나머지 부분만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찬성측 주장은 장애인이 성생활을 못 누리는 근본적 원인과 책임이 사회경제적 구조에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해결책도 사회가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이지만 비장애인들은 돈으로 성을 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비장애 여성 중심의 관점과 기본의 보수적 성윤리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며, 장애인의 성적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필자는 장애인들이 성을 못 누리는 원인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그 대안이 성도우미나 성매매 합법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장애 여부를 떠나 다른 사람의 성을 도구화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인간의 시각과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인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비장애인에 대한 역차별이다. 여성장애인들이 피해를 본다.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을 것이다.(성도우미를 이용하려는 남성장애인과 도우미를 제공하려는 여성) 돈이 개입되지 않으면 여성도우미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성도우미는 결국 성매매가 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성매매를 합법화하자는 주장이다. 장애인을 대상화 한다.

찬성론자들과 필자의 논쟁점은 이렇다.

찬성론자들의 주장 : 외국에서는 합법화하는데 우리나라는 왜 못하나, 우리나라도 불법이지만 다 하고 있지 않느냐, 차라리 그렇다면 합법화를 통해 양성화시켜서 노동자로 인정하고 세금도 걷고 인권도 보호할 수 있다, 성매매는 필요악이다.

필자의 주장 : 외국은 '필요악'이라서 허용한 게 아니라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달라서 그렇다, 당당하게 자긍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진 않다, 착취와 인권침해가 없어지지 않는다,

찬성론자들의 주장 : 장애인들의 성 향유권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장애인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거나 모른다. 실현 불가능한 이상론만을 이야기한다. 장애인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

필자의 주장 : 장애인의 성향유권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아니다, 욕구 해소를 위해서라면 맞춤형 기구나 가상현실 체험을 통한 섹스와 같은 방법이 있다, 현실은 인정한다, 다만 방법론이 문제다, 양성평등적 관점과 시각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사회적 책임도 있지만 개인의 책임도 있다.

고민점과 논의점은 필자의 논리와 근거가 설득력이 약한가? 발표자의 논리가 모순인가? 설득을 포기해야 하는가? 성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설득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 설득을 한다면 어떠한 논리와 근거로 설득해야 효과적인가? 합법화를 한 나라들은 어떠한 이유로 합법화를 했나? 그에 따른 부작용은 정말 없나? 등이다.

이날 사례발표 후 참석자들 간 다양한 의견과 질문이 나왔는다.

<장애여성공감> 배복주 대표는 성매매 합법화에 대한 필자의 견해를 묻고, "장애인이 성을 못 누리는 이유가 사회에 있다면 장애인인권운동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필자는 "성매매는 분명히 반대하고, 장애인이 성을 못 누리는 이유가 사회에 있다면 장애인인권운동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에 개인적으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다른 문제는 몰라도 성문제만큼은 남성장애인들이 동의하지 않는다. 남성장애인들은 '이상론만을 이야기한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 '그럼 그 때까지 성욕을 참아야 하냐.'고 말하는 것이 현실이고, 성매매를 반대한다고 말하면 '비장애 여성중심의 시각'이라고 주장한다"고 답변했다.

<행복한 성문화 센터>의 배정원 소장은 "여성장애인들은 성욕구 해소에 대한 주장은 어떠냐? 호스트바 같은 여성성매매 업소를 이용하는 여성장애인들이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필자가 성매매를 반대하면서도 찬성하는것 같다는 의견과 비장애인 중에서도 성을 못 누리는 사람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한 필자의 답변은 "성욕은 분명 있으나 비장애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기를 꺼린다. 남녀의 성 차이가 그러하듯이 정서적 만족이 함께하지 않는 성관계는 원하질 않는다. 성매매는 분명히 반대하나 성도우미나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남성장애인들의 입장이나 심정은 이해하고 동의한다. 장애인이 성을 못 누리는 원인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다만 그 해결 방법이 성도우미나 성매매가 되어서는 안된다" 는 것이었.

그리고 비장애인 중에서도 성을 못 누리는 사람이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맞는 말이다. 필자도 그렇게 설득을 해보지만 안 된다. 만약 배 소장이 장애인들에게 그렇게 설득을 하고자 한다면 '장애인의 현실을 모른다. 비장애인이니까 그렇게 말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마침 발표 자리에는 유럽의 성도우미제도 연수를 다녀온 이범석 국립재활원 재활병원부장도 참석하였다. 짧은 시간 때문에 깊이 있는 토론은 못했고, 다음 모임 때 필자가 발표한 주제에 찬반 입장의 토론자를 참석시켜 심층적인 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성도우미나 성매매 합법화 주장의 논리와 근거가 비장애인들의 성매매 합법화 주장의 논리 근거와 동일하고, 장애인들의 성문화와 성인식 또한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것이 사실이다.

이 것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 필자의 역할이고, 그 것의 연장선상에서 성도우미나 성매매 합법화 주장도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해답의 방향이라도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영원히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 듯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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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미숙아로 태어나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됐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다음 인생을 고민하던 중 인터넷으로 장애인시설에 근무하던 한 여성을 만나 그곳에 있는 한 남성생활인과의 고민을 들어주다 호감을 느끼게 됐다. 거절당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장애인 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애인푸른아성 회원을 거쳐 활동가로 일했고, 프리랜서로 지체 및 발달장애와 중복되지 않는 뇌병변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강사이자 장애인 성 분야 활동가다. 현재는 장애인푸른아우성카페 운영자와 장애인성재활네트워크모임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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