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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부모로 산다는 것

“우리가 죽고 나면 자식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1-11-15 10:28:27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 중 직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1급 지적장애인의 어머니가 직원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자고 했다. 자녀로 인해 미안해선지 아니면 고마워서인지, 혹은 그저 식사를 함께 하고 싶어서인지 모르지만 '그럴 필요 없다'며 거절을 했다.

주간보호시설은 가능하면 부모들의부담을 덜어주고자 시설 운영에 적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이용료도 최소화하고, 토요일에도 이용하게 하는 등 부모 입장에서 운영하며, 부모들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자는 운영 방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어머니는 그저 한 끼 식사가 하고 싶다고 했다. 심지어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는 듯 서운한 감정까지 내비치기에 자꾸 거절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다른 이용자 어머니 한 분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한 달여 전, 병원에서 입원을 하라고 하는데 아들을 열흘 정도 단기 보호시설에 맡겨야 입원을 할 수 있으니 좀 알아봐 달라는 이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단기보호리스트를 보고 몇 군데 전화를 해서 상담을 받을 수 있게 주선을 해 주었는데, 상담결과 상담한 시설 모두에서 보호해 줄 수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결국 입원도 못하고 통원치료를 하고 있는 걸 알기에 저녁식사 한 끼 하는 것도 부담을 준다는 생각에 거절을 했던 것인데…….

어머니는 식사 자리에서 눈물까지 보이면서 나와 직원들한테 고마운 마음을 전하셨다. 내 가슴 속에서도 울분이 솟구치고, 마음 약한 내 눈시울도 같이 젖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어머니의 자녀는 너무 말썽을 부리고 직원들을 힘들게해서 나도 어떤 때는 짜증이 나기도 하고, 직원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는 부모들이 운영하는 시설이기 때문에 다른 시설에서 힘들다고 거부하는 장애인도 보호해줘야하므로 근무하는 동안 힘들어도 함께하자는 약속을 한 직원들은 군말없이 따라주었다. 그런 직원들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 어머니의 자녀는 보행에도 조금 문제가 있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중간에서 주저 앉아 일어나지를 않고 차량들의 통행에 지장을 줘 경적 소리와 함께 직원들이 운전자들로부터 욕설을 듣는 것은 일상 겪는 일이다.

집에 데려다 줄때도 차에서 내리지를 않아 10분 이상 실랑이 끝에 겨우 내리기도해서 다음 순서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제 시간에 차가 오지않아 문의전화를 하는 것도 일상이 돼 버렸다.

시설 내에서도 기물을 파괴하고 다른 장애인들에게 피해를 입혀서 잠시도 시선을 떼지 못할 정도로 말썽꾸러기이기 때문에 상담을 했던 여러 단기보호시설에서도 힘들 줄 알고 보호를 거부한 것일게다.

어머니는 그 모든 사정을 다 알기에 불평 한 마디 없이 당신 자식을 보호해 주는 우리가 너무 고마워서 밥이라도 한 끼 대접하고 싶었다는 말을 몇번이나 반복하고 진정으로 고마워했다.

엄마가 병이 나서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한다는데, 아무리 힘들어도 장애인 한 사람을 며칠 돌봐주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

하긴, 필자도 비슷한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필자의 아내도 세 번이나 입원을 해야해 보호해 줄 시설을 찾아보았다. 필자의 아들은 별로 힘들지도 않은데도 불구하고 시설들은 정원이 다 차서 보호할 수 없다고 했으니 상태가 더 심한 아이는 더 말해 주엇하겠나.

그 어머니의 눈물 섞인 하소연은 계속 됐다. 너무 힘들어서 지방의 어느 생활시설에까지 상담을 갔더니 자녀의 상태만 보고 원장이란 자가 단번에 거부를 했다고 말했다.

하도 속이 상해 "그럼 우리애는 우리가 죽고 나면 어떻게 해야 살아갈 수 있나? 아무도 보살펴 주지 않으면 그냥 굶어 죽어야 되나?"라고 하소연을 하니까 그 시설의 원장은 "시설에 몇 억 원 기부를 하고 매월 생활비 몇백만 원씩 부담하면 받아줄 수도 있다"고 했단다.

돈 없는 장애인은 죽어야 하나?

제발, 장애인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마라! 천벌을 받을 것이다. 진정한 복지의 개념을 모르면 사회복지법인도 설립하지 말고, 시설도 운영하지 마라! 이 땅에 더 이상 '도가니'나 장애인 인권 유린이 자행되어서는 안 된다.

이 땅에서 중증장애인 부모로 산다는 게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인지 부모가 아니면 누가 알기나 할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이 아이들이 부모 사후에 살아갈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인가? 아니, 이런 현실을 파악이나 하고 있는가? 중증장애인 부모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자녀를 돌보고 있고, 자녀들의 장래 걱정에 밤잠을 못자고 있어도 부모들의 욕구를 해결해 주는 정책 하나 변변한 것이 있는가? 부모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 한 사람이라도 있는가?

이 땅에서 중증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고통만 있을 뿐이고, 중증장애인 부모로 산다는 것은 자녀의 고통을 수천 배, 아니 수십만 배 고스란히 대신 느껴야 하는 것이다.

부디 중증장애인 부모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고, 그들의 고통을 해소시켜 주는데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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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권유상 (kwonyss03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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