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지식짱에 '친고죄'가 무엇이며, 장애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올라왔다. 영화 '도가니'의 열풍으로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조항의 문제점과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들 법률 조항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친고죄'란 고소와 친한 죄, 즉 범죄의 피해자,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할 수 있는 범죄이다. 형법상의 성범죄가 그러하다.

이 조항 때문에 성범죄는 무조건 '친고죄'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1994년 제정된 성폭력특별법은 그렇지 않다.

법체계상 특별법이 일반법보다 우선한다. 성폭력특별법상의 성범죄는 3개 조항의 범죄를 제외하고는 제3자의 고발로도 수사와 처벌이 가능한 '비친고죄'이다.

여기서 제외되는 3개 조항의 범죄는 "제10조(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①업무, 고용이나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 추행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2조(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등을 말한다.

필자가 그동안 알고 있기로는 장애인 성폭력의 경우 성폭력특별법 제6조(장애인에 대한 간음 등)가 '비친고죄'이지만 합의가 있으면 처벌이 불가능한 반의사불벌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정부가 발표한 장애인 성폭력대책에 '친고죄'폐지가 들어있어서 의문스러웠는데, 칼럼을 준비하며 에이블뉴스 10월 10일자 기사를 통해 그 이유를 알았다.

성폭력을 처벌하는 법률에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형법, 성폭력특별법, 아동청소년성보호법 등이다.

2010년 4월 15일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되어 성폭력특별의 예외조항 3가지를 제외하고 반의사불벌죄도 폐지되었다.

따라서 19세미만 장애아동 및 청소년의 성폭력은 합의여부와 상관없이 처벌이 가능하다 따라서 현재는 '도가니' 속의 어처구니없는 형량의 선고는 불가능하다. 다만 현재의 법률로도 정상참작은 가능하다.

'도가니' 사건 당시의 법률로는 만 13세미만의 아동성폭력만이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었다. 그래서 합의의 효과가 컸다. 공소시효는 아동, 청소년, 장애인 성폭력 모두 7년이고, 성폭력특별법 제20조(공소시효 기산에 관한 특례)에 따라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공소시효는 성폭력범죄로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한다.

또한 디엔에이(DNA)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 더 연장된다.(2010년 4월개정)

'도가니'에 나오는 재판은 2심이었는데 가해자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된 이유가 1심선고전(성폭력사건의 경우 합의는 1심선고전까지다) 합의를 통해 무죄가 된 가해자들과의 형평성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은 작량감경(정상참작의 사유가 있을 때 판사의 재량으로 형을 감경하는 행위) 때문이다.

다행히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도가니' 관련 법안 중에 작량감경을 우선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이 조항은 법안심사과정에서 제외됐다)

필자의 생각도 민주당 최영희 의원의 주장대로 형법상의 '친고죄'를 폐지하는 것이 훨씬 간단하고 근본적인 대책으로 여겨진다.

정부가 발표한 '도가니' 대책은 장애인에 대한 강간죄의 법정형을 3년에서 5년 이상으로 강화하고,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는 1회만으로 전자발찌 부착, 항거불능을 요하지 않는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을 추가해 범죄 인정범위 확대했다.

또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 유형 세분화, 장애인 강간죄의 법정형 상향, 국선변호인 선임, 수화통역사와 같은 전문인력배치, 기존의 해바라기아동센터를 아동 여성센터로의 확대 등이다.

이밖에 에이블뉴스10월 18일자 기사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아동ㆍ청소년,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범죄를 인정하는 범위에 '항거불능'을 입증하지 않아도 되도록 심신 미약 장애 아동ㆍ청소년 간음 등에 대한 처벌' 조항이 관련법에 신설, 내년 3월부터 시행하기 위해 국회 여가위에 제출했고, 역시 에이블뉴스 10월19일자 기사보도에 따르면 법사위에 게류 중인 '도가니' 관련법을 10월 24일 산하 법안심사소위에서 첫 논의키로 했다고 한다.

법사위가 실무적 검토에 들어간 8개 법안 중에는 항거불능 조항이 삭제된 민주당 최영희 의원의 법안도 포함돼 있어 과연 장애인 성폭력범죄 처벌에 획기적인 변화의 문이 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항거불능'의 표현을 삭제하거나 '장애가 있음을 이용하여' 등으로 고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하니 희망을 가져본다.

첫 논의에서 소위를 통과할 경우 10월 중 본회의 상정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바라기는 정쟁으로 인해서 법안심의와 처리가 미뤄져서 또 다른 '도가니'를 막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항거불능 삭제와 공소시효폐지 등을 골자로 한 개정법률 안이 10월28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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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미숙아로 태어나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됐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다음 인생을 고민하던 중 인터넷으로 장애인시설에 근무하던 한 여성을 만나 그곳에 있는 한 남성생활인과의 고민을 들어주다 호감을 느끼게 됐다. 거절당했지만 그것을 계기로 장애인 성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장애인푸른아성 회원을 거쳐 활동가로 일했고, 프리랜서로 지체 및 발달장애와 중복되지 않는 뇌병변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교육 강사이자 장애인 성 분야 활동가다. 현재는 장애인푸른아우성카페 운영자와 장애인성재활네트워크모임에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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