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0/2004 토요일
"아빠가 함께 가야 좋아"
"모젤, 비행기 타니까 좋지? "라는 나의 물음에 모젤이 한 대답이다.
그렇게 비행기 타는 것을 좋아 한다던 아이가……, 그렇게 말하는 모젤의 표정이 마냥 섭섭해하는 표정이었다.
섭섭했다. 공항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공항에 도착해서 짐 부치고 간단히 시네몬 빵을 먹을 때까지도 아쉬운 마음은 내내 계속됐다. 마치 오래 보지 못할 헤어짐처럼 아쉬웠다. 손 흔들며 나가는 가족들이 벌써 그리웠다.
지난 12일 동안 함께한 멋진 워싱턴 생활은 이렇게 접었다.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그리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동안 겉잡을 수 없이 마음이 울적했다. 팬더곰 인형과 사진을 찍던 딸아이, 아들과 함께 건너던 다리. 아내와 들렀던 찻집, 도시 곳곳에 묻어있는 가족들의 모습.
도대체 무언가, 이제 한달 후면 다시 만나는데 잠시 헤어져 있는 것이 뭐 그리 힘이 든단 말인가.
버스를 타고 한참을 와서야 몇 가지를 후회하게 되었다. 쉽지 않은 비행기 여행, 아이들 재미있게 해주라는 말과 또 하나는 동서부 계산을 못해 일곱시 넘으면 도착한다는 바람에 가족들 먹을 것 하나 준비 못해 보낸 것이 몹시 마음에 걸린다. 긴 여행에 배고픔까지, 얼마나 힘이 들까.
그렇게 온통 가족들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가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도착했다는 말에 다소 마음이 누그러졌다.
"이 번이 마지막이야, 다시는 떨어져서 안 살아!"
아내가 말했다. 나 못지 않게 힘들었던 모양이다. 어서 마치고 돌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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