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돈키호테를 위하여' 중의 한 장면. ⓒ신강수.

'돈키호테를 위하여' 이 공연은 내가 했던 공연 중 가장 연습 기간이 짧았던 공연이다. 그런데 공연이 끝난 지 보름이 다 되어가는데도 내 마음 속에 주인공 태오의 여운이 아직도 남아 있는걸 보면 매우 아쉬웠던 공연이었나 보다.

돈키호테를 꿈꾸며 달리는 극 속의 태오. 그리고 현실의 나

올해로 공연이 내 모든 것이라 생각하며 달려온 지 8년이 다 되어간다. 잘 다니던 대학을 자퇴하고 공연을 한다고 말했을 때 붙잡고 말리시며 울던 어머니 얼굴이 아직도 내 눈에 선하다.

내가 본 어머니의 얼굴 중 가장 안타까운 얼굴이었지만 그 때 무슨 심정으로 매몰차게 어머니의 눈물을 걷어차고 내가 하고 싶은 꿈을 향해 달렸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죄송한 마음 한 가득이다.

지금도 이 길을 걸으면서 힘들고 외로울 때는 그 때의 어머니 얼굴을 떠올리면 더더욱 힘이 생기고 이를 악물게 된다. 지금은 나에게 든든한 응원군이지만 한편으로는 이 길을 가고 있는 나를 매우 걱정하고 있는, 나의 하나뿐인 매니저이시기도 하다.

지금도 나는 이 길이 좋다. 왜 공연을 하냐고 물어보면 처음 시작했던 마음과 같이 '좋아서요'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꿈은 좋아해서만은 안 된다는 것을 가끔 현실과 맞닿을 때 느낀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참인지 거짓인지 헷갈리고 때론 방황하기도 한다. 특히 친구들과 또 같이 출발했지만 나보다 더 앞을 향해 달리는 동료들을 보면 더욱 이런 생각들이 나를 붙잡는다.

친구들은 거의 장가를 가고 애도 낳고 가정을 이루면서 살고, 동료들은 방송에 나오면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보고 대화를 하다보면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나 라는 생각이 내 머리채를 잡고 흔든다.

그럴 때면 집안에 틀어박혀 고독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타협을 한다. 그럼 항상 결론은 똑같다. 조금만 더 해보자. 조금만 더. 처음 이 길에 발을 내디딜 때에 비해 많이 성장했으니까 지금처럼 토끼는 아니지만 거북이처럼 걷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길에 가 있을 거라는 위로가 나를 달래준다.

극 중 태오도 꿈을 위해 달린다. 현실은 가시밭길이고 험난한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달리는 태오. 그러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태오.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보다는 자신이 꿈을 향해 달리다 보면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이나 자신 또는 동료들에게 꽃 한 송이를 피울 수 있을 것이라는 소소한 소망, 그 이유 하나만으로 달리는 태오.

현실의 벽에 부딪혀도, 낭떠러지에서 떨어져도 훌훌 털고 눈물 한 번 닦고 또 다시 달리는 태오를 보면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아 딱하기도 하고 왠지 짠해지기도 한 다.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꽃을 피울 거라는 다짐을 하며 나도 태오와 함께 달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복지나 그리고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이 하는 일들이 계란으로 바위 치는 일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회와 현실에서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끝까지 달린다. 가슴 속에 꽃 한 송이를 피우기 위해.

현실의 벽과 싸우고 있는 모든 분들, 그리고 장애인을 위해서 애쓰시는 모든 분들, 장애를 가지고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들지만 끝까지 달리는 모든 분들, 꿈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시는 모든 분들에게 '돈키호테를 위하여'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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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 연기학과를 졸업하고, 개그맨이 되기 위해 방송 3사의 시험을 수차례 봤다. 결과는 보는 족족 낙방. 주위 사람들은 네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떨어진 거라고 말하지만 실력이 부족해 떨어졌다고 생각할 만큼 장애에 대해서는 매우 낙천적이다. 수많은 공연으로 무대 위에서 만큼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무대 위의 배우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자신이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아님 또 다른 부류인지 헛갈려하고 있다. 지금은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장애인 비장애인이 아닌 평범한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하는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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