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부모라면 누구나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해 부모 사후에도 자신이 설립한 사회복지법인이 자녀를 죽을 때까지 보살펴 주도록 하는 것이 꿈이고,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엄청난 재산 출연을 요구하고 절차를 까다롭게 해 사실상 불가능한 현실이다.

지난 2004년 60~70대 연령의 장애인 부모들이 나이가 들어가는 자녀들의 불확실한 미래가 걱정되어 "재산을 출연할테니 내 자식이 부모 사후에 살아갈 주거시설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있다.

당시 사회복지법인을 바라는 부모들의 애원하는 듯한 눈빛은 애처롭기까지 했다.미래에 내가 겪어야 할 일이기에 필자도 부모들과 함께 사회복지법인 설립에 무모하게 도전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당시 지자체는 마치 어떤 트집이라도 잡아서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방침을 이미 정한듯하다는 인상을 받을 정도로 까다로웠으며, 지금도 그 같은 태도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당시 법적 근거도 없는 10억 원 이상의 재산 출연을 요구하는 것은 사회복지법인 설립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었다.

개인이 재산을 출연해서 사회복지사업을 하려는 것은 재산을 국가에 기증하는 것이며, 출연재산만큼 국고나 지자체의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오는데도 왜 이런 규제를 하는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지적, 자폐성 장애인 부모들은 내 자녀가 산 속의 생활시설에 가는 것보다 지역 사회 내 그룹홈에서 삶의 질을 보장받으며 살게 해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부모가 주택을 마련해야 하고, 생활비 일부도 부담하고, 주말에는 집에 데리고 가야하는 현행 제도는 부모 사후 자녀를 다시 생활시설로 보낼 수밖에 없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하고 있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려는 사람 중 재산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정말 있을까?

당시 지자체의 법인설립 허가 담당자는 "왜 이렇게 많은 재산 출연을 요구하고 절차를 까다롭게 하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2~3억 원 출연해서 사회복지법인 허가 받아서 후원금 착복하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보지 않았느냐, 그런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라는 답변을 했다.

물론, 있을 수 있는 사례고 실제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그런 자가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장애인 부모들이 그런 부도덕한 짓을 하기 위해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하겠는가. 정부와 지자체가 우리 자녀 문제를 해결해주면 왜 우리가 무리하게 재산을 출연하면서까지 사회복지법인 설립을 원하겠는가.

장애인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사회복지법인을 설립할 경우 소액이라도 허가해 주는 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예산 절감에 기여하고, 정부와 지자체의 복지 업부를 대행해준다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이런 규제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도권에서 그룹홈을 하나 설치하려면 주택 구입비만 3~4억 원이 필요하다. 이는 시골에서 생활시설 하나를 설치하기 위해 출연하는 재산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따라서 부모들이 그룹홈 하나를 설치 하더라도 사회복지법인을 허가할 수 있도록 대폭 문호를 개방할 것을 촉구한다.

지금의 60~70대 장애인 부모들이 10여 년 후에 세상을 떠나거나 생활 능력과 자녀보호 능력이 상실됐을 경우를 생각해보라. 매년 수 천명의 장애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탈시설화 논리에 굴복한 보건복지부는 2009년부터 생활시설 정원을 3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부모가 없으면 갈 곳이 없고, 10명이 생활하는 공간에 15명, 20명이 수용되어 그들의 삶의 질은 더욱 저하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회복지법인 설립을 규제하지 마라! 그것은 중증장애인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재산 출연액에 제한을 두지 말고 사안에 맞게 허가하되, 장애인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재산을 출연할 경우 소액이라도 무조건 사회복지법인 설립을 허가하여, 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라!

다만 재정적인 능력이 없는 장애인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그룹홈을 마련하여 삶의 질을 보장해 줄 것을 갈력히 요구한다.

규제가 심하니까 브로커가 성행하고, 힘 없는 부모들은 10년을 쫒아다녀도 사회복지법인 설립 허가를 얻지 못하는가 하면, 힘있는 자들은 힘을 이용하여 쉽게 허가를 득하는 현실을 부정할 수 있는가.

무엇이 장애인과 부모들의 고통을 해소하고 미래를 보장하는 것인지 심사숙고하기 바라며, 부디, 정부와 지자체는 부모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책을 제공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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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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