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매체에 '지적장애여성 성폭행' 관련 기사들이 자주 오르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지적장애여성 성폭행'이라는 주제 자체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칼럼을 쓰는 나로서도 무척 조심스럽다.

혹여 단어 한 자라도 실수를 한다면 당사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부쩍 많아진 '지적장애여성 성폭행'사건에 대한 기사를 접하며 장애여성의 한 사람으로서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칼럼의 주제로 택하기로 하였다.

뉴스의 단골 메뉴들인 각종 사건들은 연일 쏟아져 나온다. 사고, 화재, 절도, 폭행, 살인, 비리, 그리고 또 한 가지 끊이지 않고 눈과 귀에 회자되는 사건이 바로 오늘 얘기하고자 하는 성폭행이다.

성폭행 사건의 경우 여아부터 여학생, 성인 여성에 이르기까지 전 연령층의 여성들이 모두 피해 대상이다. 모든 여성들을 공포스럽게 하고, 특히 장애여성과 그 가족에게는 항거불능의 고통을 고스란히 겪게 한다. 급증하고 있는 장애여성 성폭행 사건 중 피례 사례가 가장 많은 장애유형은 스스로 판단이 미숙한 지적장애여성이기에 그 절망감은 더욱 크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정신 연령이 어린 아이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어떻게 배려의 대상이 아닌, 성폭행의 대상이 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이들 지적장애여성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는 대부분 비장애 남성들이다. 평소에는 친절했던 이웃집 아저씨와 오빠에서 친척, 학교 선생님, 시설 관계자와, 복지사, 최근 들어서는 중․고등학교 남학생들까지 지적장애 여성들을 노리고 있다.

범행 장소도 다양해 피해자의 집, 가해자의 집, 학교 뒷간, 모텔, 공중 화장실 등 인적이 드문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발생한다.

지난 2008년에는 지적장애 소녀가 피붙이에게 유린을 당한 사건이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조부와 백부, 숙부 2명이 10여 차례에 걸쳐 강제 성추행과 성폭행을 일삼은 사건은 도대체 인간과 짐승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를 다시 생각캐 하였다.

또, 지난해 발생한 지적장애 여중생 학교 집단 성폭행 사건, 지난해와 올해 발생한 지적장애 소녀 마을 집단 성폭행 사건 등등. 사건은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분노를 넘어 절망을 부르는 일련의 지적장애여성 성폭행 사건들을 보면서 필자는 정도를 넘어서는 사건들이 해마다 되풀이되는 데는 사회적 무관심과 법의 솜방망이 심판이 원인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지적장애 소녀의 친족, 가족이 저지른 파렴치한 성폭행의 경우 1심에서 모두 집행 유예로 판결을 되었다.

장애인단체와 여성단체, 장애인부모회, 네티즌들이 당연히 반발했고, 항소심에 회부된 사건은 조부를 제외하고 백부, 숙부는 3년 징역에 집행유예 4년, 또 다른 숙부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 되었다.

그리고 지적장애 여중생 학교 집단 성폭행 사건의 경우는 가해자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전원 불구속했다.

역시, 장애인부모회와 시민사회단체, 장애인단체가 엄중 처벌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여 재수사를 했으나 구속 영장은 모두 기각되었다.

장차 이 나라의 주역이 될 청소년들이 사회적 약자인 장애여성을 배려하기는 커녕 집단 성폭행을 했다는 사실이 경악스럽고, 나중에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될 지도 모르는 그런 청소년들에게 솜방망이 법을 적용했다는 사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어릴적부터 키워주었다"거나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어떻게 한 여성을 노리개감으로 삼아 짓밟은 죄를 씻을 수 있는 타당한 이유가 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판결은 피해 장애여성을 수십 번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담당 판사는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만약 그 사건을 판결하는 판사가 장애여성이었다면 과연 어떤 판결이 나왔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처럼 가벼운 처벌들이 또 다른 모방 범죄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아닐까.

성폭행범들은 자신의 성적 욕구 해소를 위해 장애여성을 성적으로 이용, 순간의 쾌락을 즐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성폭력 피해자는 피해 당시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물론, 이후에도 심한 우울증, 불안, 자존감 결여 등의 후유증을 앓게 되며, 나아가 자살에 이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는 같은 장애여성으로서 성폭행을 당한 지적장애여성들의 처지가 한없이 억울하고, 못마땅한 사회적 대응에 분노를 느낀다.

비장애, 장애 구분없이 모든 여성들의 몸과 마음은 사회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있고, 스스로의 성적 권리도 지닌다.

세상의 모든 남성들에게 다시 한 번 얘기하고 싶다. 순간적인 치기로 저지르는 성폭행, 자신의 쾌락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성폭행은 피해 여성에게 평생의 상처와 눈물, 아픔으로 남는 다는 것을.

그리고 많은 언론매체에게 요구하고 싶다. 더 이상 여성을 성상품화 하지 말라고. 더불어 피해 여성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신중한 보도를 해 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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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재활학교 졸업 후 몇 년간 직업학교를 다녔다.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로 한국뇌병변장애인권협회 자원 활동가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장애인권 문제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에서 상근활동가하면서 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만나면서 소통과 고민들이 나누다보니 미디어 속 장애인의 삶을 고민을 해왔다. 지금은 개인사정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청주로 자립해 지역사회에서 장애의 문제와 장애여성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당당하게 살고자 하는 장애인권 활동가로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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