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게 뇌병변 장애로 인한 여러 가지 어려움 중에서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으면 나는 주저없이 손을 이용하여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손에 장애가 있으면
나는 정도가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 손에 떨림이 있고 조금이라도 손을 움직일 때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특히 집에 혼자 있다가 주방에서 요리를 하거나 과일을 먹을 때, 그리고 끈이 있는 신발이나 의복을 착용하게 될 때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다. 심지어 그것으로 인해 짜증이 날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디 그뿐인가? 어렸을 때는 머리를 기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도 손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그럴 수 없었다. 성장하면서는 손떨림과 경직으로 인해 마음대로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없는 것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는 비단 나 혼자만 느낀 것이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도 나를 염려하여 권장하지 않았던 일들이었다. 따라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고 여러 장애인들을 만나면서 내가 겪는 이러한 어려움들이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러 사람들도 이러한 문제로 고민할 것이라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다.
생각보다 다양한 보조기구들의 발견
그러던 중 지난 여름부터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 연구지원센터'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그 동안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보조기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내가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보조기구가 없을까 하는 생각에 내가 일하고 있는 센터에 그러한 기구들이 구비되어 있는지, 혹은 구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것을 구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있는지에 대해 궁리하게 되었다.
실제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보조기구는 생각보다 여러 가지가 있었다.
예를 들면, 손에 장애가 있어도 혼자서 과일을 깎아먹을 수 있는 기구가 있고, 한 쪽을 고정시킨채로 사용이 가능한 도마, 그 외에도 식사 도구와 사무 용품 등 내가 요긴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보조 기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센터에서 구비하고 있는 모든 기구들이 모두에게 적당한 것이라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또 실제로 그것들을 사용해 본 결과 내가 잘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듯이 우리 장애여성들 역시 일상 생활에서 손을 사용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럴 때 식사나 사무를 위한 용품만이 아니라 신변 처리나 자기를 가꾸는 일에 있어 여러 가지 보조기구를 활용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편리하고 예쁘게 살아갈 수 있을 듯하다.
더 편리하고, 더 자유롭게
글을 쓰다 보니 내 상태를 기준으로 손에만 한정된 보조기구를 언급한 것 같다.
손으로 인한 장애에 필요한 기구만이 아니라 시각이나 청각, 그리고 이동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장애와 상태에 필요한 보조기구들을 생각해내어 그것들을 잘 선택할 수 있으면 지금보다는 장애인들의 삶이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살아가면서 나는 '어떤 일을 할 때가 가장 힘든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해 고민한다.
많은 여성장애인들이 이러한 것들을 같이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여성장애인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가면서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생활해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칼럼니스트 호은아 씨는 <경기도재활공학서비스 연구지원센터>에서 근무하는 긍정적인 마인드의 장애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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