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쉽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우리 커플의 오해는, 그녀가 자신이 알고 있던 장애인 커플의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속마음을 숨김 없이 이야기한 후 오해를 풀 수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녀는 내가 혹시라도 상처를 받지 않을까 싶어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었고, 나 역시 여자친구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니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나” 라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장애인에 성에 대해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이메일을 확인하던 도중 한 장애인 까페에 가입을 했다가 우연히 읽게 된 익명게시판의 내용이 그것이었다.

보행은 가능했지만, 장애 때문에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았던 A 라는 사람은 어느날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성인영화를 보았는데, 받아놓은 파일을 바탕화면에 그대로 두고 외출을 하는 바람에, 뒤를 이어 컴퓨터를 사용하던 아버지가, 아들이 받아놓은 파일의 내용을 확인한 후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자기 몸에 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운동을 해서 비장애인과 똑같이 걸어다니도록 운동을 해야지, 이런 것(성인영화) 을 볼 정신이 있느냐"는 것이 A씨에게 아버지가 크게 화를 낸 이유였다.

그 일 때문에 “정신력이 장애인 것 아니냐” 는 말까지 들었다는 그는, 자신의 식구들이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서라도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사람 좀 만들어야 한다"고 말을 했다며. "20대 중반에 인터넷으로 성인영화 한 번 보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 자신이 비장애인이어도 그런 말을 들었을지 의문이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했다"는 것이, 여자친구가 물 한잔 마시지 않고 이야기한 내용이다.

나의 여자친구가 읽었던 사연의 A 라는 사람이 어떤 장애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인이 재활 운동을 하지 않고 미성년자 관람 불가인 영화를 보았다고 해서, 장애인 생활시설에 입소 후, 정신 개조를 받아야 할 만큼 심각한 일은 아니다. 다만,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시청하다 보면,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을 수 있고이성에 대해서도 잘못된 생각을 할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할 따름이다.

A씨의 아버지가 말한 “운동” 이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과연 “운동” 이란 “장애를 완전히 털어내고, 휠체어를 타던 사람이 100미터 달리기를 해야만 "운동" 일까? 아니면 자신이 가진 장애 안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와달라” 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휠체어를 혼자 밀 수 있도록 팔의 힘을 기르는 것이 "운동"일까?

현실적으로는 후자의 경우가 맞다. 그러나 아직까지 장애인을 대하는 많은 이들은 전자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립생활을 하려는 장애인에게 “너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 고 묻고, 장애인의 부모님들은 “나와 함께 살다가 같이 죽자“ 고 이야기한다. "해 본 적이 없어서" 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 장애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장애인이 성인물을 접했을 때 , 그릇된 이성관을 갖거나, 일상생활을 소홀히하는 것에서 “보호” 해야하는 것이지, 성인용 영화로부터 “보호” 해야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여자친구는 나에게 “성인 영화를 본 적이 있냐” 고 물었고, 조용히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대답 대신 웃기만 하는 나에게 " 혹시?" 하며 미심쩍은 듯한 웃음을 지었지만, 그녀가 나를 심리적으로 “보호”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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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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