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유선 주연의 영화 [글러브] 포스터. ⓒ심유경

청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글러브」가 현재 300만 명을 돌파하고 있다. 이 영화는 2002년 9월 창단한 충주성심학교 야구부가 아직 못 이룬 1승의 꿈을 위한 도전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영화 개봉 전 청각장애인 야구부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든다는 말을 듣고 흥분과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영화를 본 관람객들의 반응은 대부분 ‘감동과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영화이며, 스토리가 너무 잘 맞아 재미있게 봤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일부는 ‘스토리가 억지스럽고, 감동과 뻔한 내용이라서 약간 아쉽다’고 평했다.

이 같은 평가를 사전에 접하고, 뒤늦게 영화를 봤다. 관람 내내 대사와 이야기의 흐름점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첫 번째는 중학교 최고의 투수였던 명재가 후천적 청각장애로 많은 방황과 갈등에 휩싸였다. 어느 날 명재가 짐과 함께 집에서 나오는데 엄마는 아들의 장애와 장애인학교에 가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던 장면이다.

“너는 달라, 쟤네들은 소리 지를 수도 없고 말도 못해. 근데 넌 말도 할 수 있고 입모양으로 읽을 수 있잖아. 너도 정상인(비장애인)처럼 학교를 다니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어.”

이런 대사가 나오자 슬펐다. 장애를 인정하지 않고 비장애인처럼 살아가길 바라는 명재엄마의 바램은 모든 장애부모들의 희망이지만 현실에서는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교무실에서 교장이 교감과 야구부의 열혈 매니저인 음악선생한테 야구부를 해산시키자고 했을 때, 음악선생의 “그렇게 공부를 시키면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 같나요?”란 대사다.

지금의 현실에서 아무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도 사회에서는 장애가 걸림돌이 된다는 편견 때문에 인정받을 수 없고, 그저 장애인을 동정으로 보는 사회의 시선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난 이 대사를 들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내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영화에서 나오다니….

세 번째는 야구선수 김상남 매니저 찰스가 사람들에게 올바른 장애 용어를 알려주는 대사. “벙어리가 아니라 청각장애인입니다. 청각장애인!!!”

현재 '장애인'을 많이 쓰고 있지만 아직도 장애자, 장애우, 난쟁이, 벙어리, 맹인 등 잘못된 장애용어가 간혹 나오고 있다. 가끔 장애자라고 부르는 분들을 만날 때면 기분이 좋지 않다. 특히 요즘 각 언론매체나 공공장소의 안내판에서 ‘장애인’이란 말 대신 ‘장애우’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는데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차원에서도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사항이 아닌가 싶다.

네 번째는 군산상고와 충주성심학교의 야구 연습경기다. 군산상고가 상대팀이 장애인이라는 걸 알고, 져주는 척한다. 이 사실을 눈치 챈 김상남 선수가 벤치에 있는 군산상고 선수들한테 “나도 니들만큼이나, 쟤들 대책 없고 답 없는 거 잘 알아. 근데, 이건 아니잖아. 일어날 힘마저 뺐어버리면 안 되는 거잖아. 밟고 싶은 대로 밟아봐. 쟤네들은 또 그만큼 굴리면 되는 거고. 그게 쟤네들을 도와주는 거니까….”라고 내뱉는다.

여기서 장애인이라서 많이 봐줘야 되고 비웃음, 동정심, 편견 등 현실적으로 비장애인의 고정관념이 드러나 있다고 생각됐다.

어릴 적 어딜 나갈 때마다 불쌍하다는 말을 밥 먹는 듯이 들을 때마다 내가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지 내 삶의 미래가 무엇인지나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지 한편으로 비참하고 한(恨)이 됐다.

영화「글러브」는 감동과 희망을 주는 영화이지만, 장애인인권과 현실적 장애인의 삶을 드러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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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육재활학교 졸업 후 몇 년간 직업학교를 다녔다. 그러다가 지인의 소개로 한국뇌병변장애인권협회 자원 활동가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장애인권 문제와 관심을 가지게 됐다.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에서 상근활동가하면서 이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만나면서 소통과 고민들이 나누다보니 미디어 속 장애인의 삶을 고민을 해왔다. 지금은 개인사정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청주로 자립해 지역사회에서 장애의 문제와 장애여성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당당하게 살고자 하는 장애인권 활동가로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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