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4일 극단 휠이 참가하는 성미산 공연 포스터. ⓒ신강수

지금 내가 있는 극단은 장애인 배우들로 구성된 극단이다. 이들을 가르치는 연출은 비장애인이다. 연출은 비장애인 배우 즉, 프로 배우들과 작업을 했다. 극단에서 작품을 만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연출의 소통이다.

사람마다 자신의 성격이 있다. 특히 공연을 책임지는 연출은 그 성격을 자주 보인다. 성격은 최고의 공연으로 만들기 위한 연출의 채찍질이다. 그 채찍이 연출에게는 한없는 사랑이지만 그 사랑을 받는 배우들은 힘들어 한다. 이유는 최고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배우들을 힘들게 혹사시키기 때문이다.

먼저 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연기는 내가 아닌 또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야 한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60년 이상 살아온 자신의 인생을 다른 인생으로 바꿔야한다.

배우는 항상 고민을 한다. 새로운 캐릭터로 삶을 살아가야하기에 고민은 파도와 싸우는 배와 같다. 이 배를 항구로 이끄는 건 선장인 연출의 몫이다. 연출은 자신이 만들어 놓은 장면에 배우를 세워야 한다.

연출은 캐릭터 변화가 쉬운 배우라면 공연을 만들기 쉽지만, 캐릭터 변화가 어려운 배우를 만나면 힘들어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성격이 나오고 소리를 지르게 된다. 배우는 자신의 연기 변화에 연출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장애인배우 또는 비장애인배우가 아닌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하는 모든 배우들이 겪는 고민이다. 연출은 많은 변화를 배우에게 숙제로 준다. 자신이 배우라고 생각한다면 그 숙제를 잘 해결하고 소화해내야 한다.

호흡이라는 과정과 발성이라는 과정이 가장 기본이 된다. 그러나 장애를 가진 배우에게는 이 기본과정이 매우 힘들다. 장애의 특성상 발성과 호흡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장 힘든 건 움직임이다. 6~4급의 장애인은 움직임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 그러나 3~1급 이상의 중증장애인들은 움직임이 매우 어렵다.

연출은 장애인배우들을 장애인배우가 아닌 그냥 연기하는 배우라고 생각하기에 많은걸 요구한다. 연출의 입장에서 보면 최고의 공연을 만들기 위해 배우들에게 채찍질을 하지만 장애인 배우의 입장에서 보면 잘 되지 않는 호흡과 발성, 그리고 움직임을 하라고 말하는 연출의 말이 버겁게 느낄 수 있다.

이럴 때면 난 매우 힘든 상황이 온다. 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고 중증장애인이 아니기에 이 과정이 힘들어도 이겨 낼 수 있다. 배운 ‘통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교육이 익숙지 않은 장애인 특히 중증장애인 배우들은 많이 힘들어한다. 그리고 2~3시간 지속되는 연습도 이들은 힘들어한다.

나는 이 과정을 많이 겪어봐서 힘들어도 짜증이 나지는 않는다. 이유는 나의 꿈이고 내가 배우로서 해나가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와 함께 하는 배우들은 이런 과정을 많이 힘들어 한다.

우리 극단에서도 많은 고민이 있다. 10년이 된 이 극단을 과연 전문적인 극단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아니면 장애인 극단이기에 프로를 지향하기 보다는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극단으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다.

우리 극단엔 8년차인 배우도 있고 4년차인 배우들도 있지만, 경력만 화려하지 연기의 기본인 발성이나 호흡이 전문적인 배우들처럼 좋지는 않다. 그러나 장애인 비장애인을 떠나서 극단의 발전과 자신이 진정으로 배우가 되기를 원한다면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내야 한다고 본다.

언제까지 장애인이니깐 이해해야 되라는 말을 들을 것인가? 우리는 배우이고 우리의 공연을 보기 위해 돈을 내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자신을 희생해서 우리를 보러 와주는 관객들에게 실망을 줘서는 안 된다. 공연을 보고 ‘멋진 배우들의 공연을 봤다’는 느낌을 줘야지 ‘장애인들이 무대에서 참 고생 했구나’라는 동정어린 박수를 받으면 안 되는 것이다. 진정으로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저는 배우입니다’라고 말을 듣고 싶다면 땀을 흘려야 한다.

이와 함께 장애인 극단의 비장애인 연출도 풀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연출은 비장애인들을 가르치는 방법으로 장애인들을 가르치려고 한다. 연출은 공연에 대한 지식은 풍부해도 장애인들에 대한 지식은 풍부하지 않고, 많은 장애인을 접해보지도 않았다. 이 점이 연출이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 일수도 있다. 연출은 배려하는 차원에 배우들이 힘들면 ‘오냐오냐’라는 식으로 토닥거릴 뿐 연습 과정의 변화는 주지 않는다.

그동안 연출이 배워오고 가르친 방법이 있기에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장애인 극단의 연출이라면 배우들의 특성도 고려할 줄 알아야 한다. 비장애인들에게 해왔던 방식이 아닌 장애인 배우들의 특성에 맞는 가르침이 있다면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연출이 소통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이 문제는 우리 극단이 풀어가야 할 숙제인 것 같다.

우리는 오는 2월 24일 성미산 공연의 무대에 서게 된다. 혹시라도 우리의 숙제를 풀어주거나 그동안 우리가 풀어간 숙제를 검사하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시간을 내서 한번 보러 와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혹시라도 장애인 배우와 비장애인 연출의 갈등에 대해서 직접 느껴보고 싶으신 분이 있다면 지금 우리 극단에서 매주 화·금요일마다 하고 있는 워크숍에 참여해서 살짝 엿보고 갔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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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 연기학과를 졸업하고, 개그맨이 되기 위해 방송 3사의 시험을 수차례 봤다. 결과는 보는 족족 낙방. 주위 사람들은 네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떨어진 거라고 말하지만 실력이 부족해 떨어졌다고 생각할 만큼 장애에 대해서는 매우 낙천적이다. 수많은 공연으로 무대 위에서 만큼은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무대 위의 배우로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가끔은 자신이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아님 또 다른 부류인지 헛갈려하고 있다. 지금은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에서 배우로 활동하고 있고,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장애인 비장애인이 아닌 평범한 예술가가 되고 싶어 하는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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