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시설을 크게 분류하면 이용시설과 생활시설로 나누고 있다. 장애인시설의 존재감은 당사자와 가족들에게는 북극의 빙하보다 더 크고, 많은 무게와 부피로 다가온다.

이런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모든 시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 중증장애인 부모들의 분노를 자아 낼 정도로 사정은 심각하다.

우선 신변처리가 안 되거나 통제나 보호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은 공동생활가정에서부터 주·단기보호시설, 복지관 등에서 이용을 거부당하기 일쑤고, 생활시설 입주는 서민이 타워팰리스를 구입 하는 것 보다 더 어렵기 때문에 자녀 양육의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부모들은 사랑하는 자식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 앞에서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부모들은 매일 겪어야 하는 자녀 양육의 고통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교사 3명이 15명의 장애인을 보호하기 벅찬데도 각종 행정업무가 산더미처럼 몰려온다.

교사 1명은 행정업무 처리에 매달려도 손이 모자랄 지경이고, 시설 평가 때는 연간 8천여만원 예산을 지원해 주면서 수십억원 지원하는 복지관이나 생활시설에 버금가는 평가지표를 적용하여 교사 1명은 3~4개월 간 평가에 필요한 자료 준비에 밤낮을 새워야 한다.

교사들의 급여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조금이다 보니, 이용료 의존율이 높을 수밖에 없고, 그나마 외부의 펀드라도 유치해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교사들의 눈물겨운 노력마저 없다면 주간보호시설의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10여년전부터 이런 열악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교사 한 명의 증원과 충분하지는 않아도 부모들의 이용료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줄 수 있는 사업비와 운영비의 증액을 요구하고 있어도 ‘우이독경(牛耳讀經)’인지 메아리조차 들려오지 않는다.

부모들의 긴급한 상황 발생 시 이를 해결하기 위해 365일 열려 있어야할 단기보호시설은 주말에는 문이 닫혀 있고, 단기보호시설은 고정 이용자로 넘쳐나서 꼭 필요한 장애인이 이용 하려고 해도 정원 초과로 이용할 수 없다는 냉랭한 답변만 들어야 하는 현실. 또 부모들이 재산을 출연하여 주택을 구입하여 단기보호시설을 운영 하면서 재산출연자 자녀들만 이용할 수 있고 외부인의 이용을 원천봉쇄 하고 있는 사례.

의사소통이 안 되거나, 신변처리가 안 되고, 스스로 등·하원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은 상담조차 받아주지 않는 복지관 등 탈·불법을 자행하고 있어도 감독관청은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장애인시설의 존재감은 부모들이 어떻게 느껴야 하는가?

장애인 복지가 중증과 경증장애인 중 어느 영역에 더 필요한 것일까? 복지는 부자에게 더 필요한 것인가? 서민에게 더 필요한 것인가? 영화 “글러브”의 실제 주인공인 충주성심학교야구부원 등 200 여명을 청와대에 초청한 이명박 대통령께서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다.”이런 말씀을 하셨네요. 이게 정답 맞죠?

경증장애인에게 복지가 필요 없다는 게 아니라, 편하게 돌 볼 수 있는 경증장애인만 선호하지 말고, 서비스가 꼭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공존해야 한다.

우리나라 장애인 부모들 참 순하고 착하다. 이런 상황인데도 뒷전에서 불평불만만 늘어놓고 있지 폭발할 줄은 모른다. 상처가 곪으면 터지듯이, 언제 순하고 착한 부모들이 폭발할지 모르니 빨리 대책을 세워야하지 않겠는가?

공직자 여러분, 현장을 발로 뛰세요! 왜 이런 불법, 탈법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 확인해서 장애인 복지를 제자리에 돌려놓으세요. 그게 여러분이 국민의 세금으로 살아가는 존재감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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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급 지체장애인이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1급 자폐성장애인이다. 혼자 이 험한 세상에 남겨질 아들 때문에 부모 운동을 하게 된 지도 17년여가 흘렀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수급대상자 이외에는 달라진 게 없다.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장애인복지를 하니까 이런 거다. 발이 있으면 현장에서 뛰면서 복지 좀 하길 바란다. 아직까지 중증장애인들의 모든 것은 부모들 몫이다. 중증장애인들은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다. 장애인 단체들도 자신들 영역의 몫만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얻어먹을 능력조차 없는 중증장애인들에게 관심 좀 가져 주고, 부모들의 고통도 좀 덜어 달라. 그리고 당사자와 부모, 가족들의 의견 좀 반영해 달라. 장애인복지는 탁상공론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장애인 부모님들, 공부 좀 하세요.’ 부모들이 복지를 알아야 자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갑을 지나서 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혼자서 우리 자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힘이 모아져야 장애인복지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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