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속에 양심 등불이 꺼져 있어서 세상이 더 춥고 어두워지나 보다. ⓒ한옥선

의정부에는 오래전부터 가족도 포기해 버려 그저 누워만 지내거나 집안에 갇혀 살던 중증장애인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다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쉬지 않고 수고하는 천사 같은 분이 있다.

몸집도 자그마한 분이 제멋대로 손과 발이 움직여지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들을 일일이 업고 다닌다. 계단을 수도 없이 오르내리고 문전 박대 당하면서도 병원으로, 교육센터로 밤낮으로 재활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혼자서는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던 장애인을 몇 달, 몇 년을 매일 같이 같은 곳을 오가며 훈련시키고 교육시켜 인간 승리의 기적 같은 일들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만들어 줬다.

그 분과 함께 지내던 어떤 분은 재활치료와 교육을 통해 사회복지사도 되었고, 어떤 분은 혼자 자립하게 되어 장사도 하고 집도 장만하고 결혼까지 이어지신 분들도 있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나도 병원에 있을 때 우리 오빠가 간병을 얼마동안 하는데 환자를 돌본다는 스트레스가 한 달이 지나니 서서히 눈에 보이고 나타나기 시작했다. 자신이 대신 아파줄 수도 없다는 것에 안쓰럽기도 하고 여러 가지 불편한 게 생기니 아무리 핏줄이라도 사람의 한계는 희생과 봉사의 마음 없이는 정말 힘들다는 것을 느꼈었다.

가족도 그러한데 장애인을 일일이 먹이고 씻기고, 배변도 모두 처리해줘야 하며, 욕창 안 생기게 신경도 써야한다. 그리고 밤이고 낮이고 갑작스럽게 비상사태가 생기면 맨발로 장애인들 업고 병원으로 뛰는 일도 다반사인데 정말 수억 준다고 해도 나 같으면 절대 못할 것만 같다. 그런데 그 분은 한다.

다들 못한다고 그냥 그렇게 살다가게 놔두라고 하는 소리를 장애인 가족들에게 들어도 그래도 해보는데 까지는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그런데 하니까 되더라는 것이다. ‘손도 제 맘대로 못하던 아이가 종이 접기를 하고 많이는 아니어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어린 아이의 걸음마처럼 이루어내고 달라지는 모습들을 보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고, ‘장애인들은 포기 하지 않으면 시간이 좀 걸려서 그렇지 분명 좋아지는 모습이 선물처럼 주어진다’고 말한다.

그 분에겐 시계도 달력도 없는 세상 같다. 그렇지 않고 서야 어떻게 그렇게 “무한 반복과 언제쯤 이 아이가 해낼 수 있다”라는 답도 없는 날을 인내라는 끈 하나 붙들고 하겠는가.

그 분은 최근 큰 걱정이 생겼다. 남성장애인들이 숙소로 쓰고 있는 임대아파트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는 것.

사연은 이렇다. 임대아파트 계약을 같이 생활하고 있던 한 장애인이 명의로 했다. 물론 임대 보증금 등 모든 비용은 그 분이 마련해 지급했다. 하지만 명의자인 장애인이 갑자기 돌아가셨고, 그 가족들이 이 같은 상황을 알면서도, 임대아파트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기가 막혔다. 정말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고 하더니 자기 형제를 그렇게 돌봐주고 도와줬으면 고마워서라도 더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이 추운 겨울에 오갈 때 없는 장애인들을 나 몰라라 하며, 자기 주머니에 그것도 남에 돈 인줄 알면서 챙겨 넣으려고 하는지….

어린 유치원생들의 고사리 손도 얼굴도 모르는 이웃돕기를 한다고 주머니 비우는 요즘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러는지, 속이 답답하고 당장 상황이 급박해 혹시 아는 사람 중에 그런 걸 도와줄 사람 없나 해서 일단 알아보고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다.

그렇게 살면 행복 할까? 누군가의 말처럼 그걸로 살림살이 얼마나 나아지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참 불쌍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제발 장애인들의 웃음을 도둑질 하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 웃음을 쏟아내기까지 흘린 눈물과 땀과 그 뒤에서 희생한 사랑은 시간과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너무도 값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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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타인의 가스 폭발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물 받고 다른 사람들보다 이름표 하나 더 가진 욕심 많은 사람. 장애인이 된 후 고통이라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불평이나 원망보다 감사라는 단어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얼굴부터 온 몸에 58%의 중증 화상에 흉터들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용감하게 내놓고 다니는 강도가 만나면 도망 갈 무서운 여자. 오프라인 상에서 장애인들을 만난다는 것이 어려워 온라인상의 장애인 카페를 통해서 글을 올리면서부터 다른 장애인들과 소통을 하게 되었고 그들의 삶이 사소한 나의 글 하나에도 웃는 것이 좋아 글 쓰는 것이 취미가 된 행복한 여자입니다. 제가 내세울 학력은 없습니다. 다만 장애인으로 살아온 6년이 가장 소중한 배움에 시간이었고 그 기간 동안에 믿음과 감사와 사랑이 제게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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