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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도 슬슬 중독 되어볼까~

가장 좋은 나눔·사랑은 형편에 맞게 하는 것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0-12-01 13:02:50
어제 아침 엄마랑 식탁에 앉아 밥을 먹는데 엄마가 연신 재채기를 하셨다.

"사모님이 이야기 하나보다~"

우리 엄마는 언제나 재채기를 하시면 누가 내 얘기 하나보네 그러신다. 우리 할머니도 그랬었는데 ㅎㅎ귀가 간지럽거나 재채기를 하면 누군가 이야기를 한다고 믿으신다. 그런데 정말 아니나 다를까 엄마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전화벨이 울렸다. 사모님이다.^^

"네 사모님~"

교회 사모님과 오늘 엄마가 작은 소규모 시설에 김장 봉사를 하시러 가시기로 한 날이었다. 아주 오래전 내가 다치기 전부터 알고 지내온 곳이고 정말 사랑이 많은 분들이다. 작년에도 가셨었는데 그때는 미리 가서 주무시고 아침 일찍 하셨는데 올해는 일찍 출발하셔도 되실 거 같으시다더니 벌써 새벽에 출발하셨다고 연락이 왔다.

도와주러 올 사람들이 많을 거 같아 그냥 할머니는 쉬시라고 했었는데 가서 보시니 일할 손이 한 분 밖에 오질 않으셔서 엄마 생각이 나서 이야기를 하시며 혹시나 기다리실까봐 기다리지 마시고 날 추우니 쉬시라고 연락이 왔다. 전화를 끊고 엄마랑 난 눈이 마주쳤다. 아~눈빛만 봐도 아는 이 느낌 씩 웃었다. 그리고는 “엄마도 같은 생각이지?”

“호호 그래! 가자 쉬면 모하냐? 맘이 안 편한 걸. 한, 두 포기 두 아니고”

“근데 큰일 났다. 주소도 모르는데 에라 모르겠다. 더듬어 가보지 뭐 일단 준비하셔요.”

일단 인터넷을 뒤지고 찾아보는데 '오 마이 갓' 안 나온다. 맘은 급한데 전화하면 가르쳐 주지 않으실 거 뻔 한일이고 일단 가자 옛 기억을 더듬어 찾아보면 되겠지 하고는 한 포기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에 엄마도 서둘러 집을 나섰다.

차에 오른 후 네비게이션을 찍는데 어머나 감사해라, 그 곳이 나오는 게 아닌 가. 참 세상 좋다. 무슨 금덩이 주운 듯 엄마랑 난 신나서 출발을 했다. 그런데 에그머니 오전 시간이라 그런지 고속도로도 일반도로도 차들이 가득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는데 도저히 돌아갈 지리를 모르니 그저 막히는 도로에서 애간장만 태우고 시계만 보고 있었다.

다행이 2시간 만에 잘 도착했고 혹시나 다하고 점심이나 얻어먹는 것이 아닌 가 했는데 절반이나 남아있었다. 교회 사모님과 그곳에 계신 사모님, 일손 도우러 오신 분들, 노인 분들 그리고 장애인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다행이 연탄난로가 공기를 훈훈하게 해주는 실내에서 김장을 해서 내려간 기온 때문에 걱정 할 일은 덜었다. 몸살들 나실까봐 사가지고 간 따끈한 쌍화탕에 피로 회복 제를 드리고는 엄마는 바로 앉아 속을 넣기 시작했고 난 배추 나르고 담은 김치 통 바꿔드리고 소금 넣고 배추 꽁지 다듬고 등등 내가 서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몽땅 찾아서 했다.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들도 이곳에 계신데 아주 많이 불편한 분들은 침대에 계시고 좀 덜 불편 하신 할머니들은 김장 하는 모습이 궁금하신 지 모두 나와 앉아서 구경하시는데 그 눈 안에 옛 생각들이 비춰지는 듯해서 가슴이 짠했다.

자식들 가족들 겨우내 먹을 양식인 김장을 나도 했었는데 하시며 그 추억이 이젠 아지랑이 아른 거리듯 그렇게 어른거리기만 하시겠지 싶어 보고 계신 할머니들에게 ‘누가 맛있게 잘하는 지 감독 잘하셔요.’ 했더니 웃으신다.

워낙 김치를 많이 하다 보니 속이 모자랄 거 같아 엄마가 배추 속을 넣다 말고 갓을 가져다 다듬는데 할머니들이 불편 하신데도 같이 거드시겠다고 엄마랑 다듬으신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김장 하는 것만 보시던 할머니들의 얼굴에 갑자기 이야기꽃이 피고 웃음도 피었다. 뭔가를 하고 그것을 해낸다는 것은 인간에게 어쩜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는 가장 큰 의미인 것만 같다.

작년에 엄마가 다녀가신 뒤로 웃음이 눈에 선하다던 장애인 분이 계신데 나이가 들어도 천진난만하게 웃음이 가득한 모습 나도 처음 뵙는데 너무 좋으시다. 김장 하는 거 도와주면서 엄마에게 장난도 치시고 하시는 모습이 정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김장하는 풍경 같아 너무 보기 좋았다.

또 한분은 내가 하는 거 따라다니며 무거운 거 내가 못 들어 펴지지도 않는 손가락으로 질질 끌고 오는 걸 보고는 뭔가를 도와주고 싶은데 뭘 해야 할지 몰라 내 뒤에서 서성이는 모습, 김치 봉지를 묶지 못해 둘둘 돌리니 끈으로 묶어준다고 얼른 다가오는 모습 등 정말 정신지체에 복합 장애를 가졌지만 가슴 따뜻한 모습이 오히려 날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도와줄 때 마다 ‘고맙습니다’라고 말했더니 그 무뚝뚝한 얼굴에 싱긋 미소가 잠시 머물다 간다.

이렇게 불편한 몸과 부족한 힘들이지만 서로 도와가는 마음들이 참 보기 좋았는데 한 가지 가슴 아픈 건 오전에 김장 준비를 하느라 정신없을 때 복지사가 다녀가면서 속상한 일이 있으셨단다.

절인 배추며 배추에 넣을 속이며 일손이라고는 고작 여자 2∼3명이고 먹을 인원은 많아 몇 백포기를 해야 하는데 노인 분들과 장애인 분들만 있어 무거운 것은 남자 장애인 분들이 도와주었다. 그런데 아침에 복지사가 왔다가 그것을 보고는 무슨 노동력 착취처럼 몰아가면서 그곳을 운영하시는 분에게 장애인들을 다른 시설로 보내라고 말을 하셔서, 장애인 분들에게 ‘보다 더 좋은 시설로 보내주겠다’고 말하니 ‘절대 다른 데는 안가겠다’고 이곳에서 지내게 해달라고 해서 맘이 많이 무거우셨다고 한다.

말 못하는 짐승도 자기 예뻐하는지 미워하는지 아는데 하물며 사람인데 아무리 정신지체 장애인이라고 그걸 모르겠는가. 비리로 얼룩진 곳들이 많아 갈수록 봉사자들도 줄고 일손이 부족한데 무거운 거 좀 들어줬다고 어쩜 순수한 마음마저 왜곡 되어지는 것 같아 씁쓸해졌다. 정신, 지체 복합장애를 가진 친구가 자신이 무언가를 했다는 것과 자기도 누군가를 도와준 게 자랑스러워 자랑처럼 말한 것을 복지사가 보고, 듣고 오해한 모양이다.

복지사분들 중에는 정말 가족처럼 친절하게 대해주셔서 존경스럽기까지 한 분들도 있지만 어떤 분들은 과다한 업무로 힘들고 비리가 숨은 곳에서 많이 일어나다보니 잘못하면 책임을 다 져야하는 상황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렇지만 무슨 비리 운영자들 보듯 다 그런 사람 취급하며 대하는 것은 좀 지나치단 생각이 들었다.

한 참 바쁘게 두 세 사람 몫을 해가며 한가득 김장 준비로 실내가 정신없는데도 ‘김장 하시나 봐요’란 말 한마디 없이 거만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걸 보고 봉사하러 오신 분이 다 거북할 정도였다고 한다. 직업상 자세히 파악할 부분이 있어 예민하게 보았다고 한다하더라도 적어도 예의는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아직 우리 사회엔 순수한 사랑과 희생과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걸 알아줬으면, 소규모라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면 그 상황을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왜 그런 상황이었는지 살폈으면 좋겠다.

또한 진심으로 잘하려고 애쓰는 시설에겐 도움이 되는 길을 모색해서 큰 시설에서 다 채우지 못하는 부분들을 가정적인 소규모 시설들이 살아나서 조금이라도 가족들이 못해주는 그런 인간다운 정을 거동이 불편한 노인 분들과 장애인들도 받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가슴 한편은 따뜻하고 한편은 아쉬움을 남긴 오늘이었다. 그렇지만 받는 기쁨도 좋지만 나누는 기쁨이 더 크고, 함께 동참하는 기쁨은 배에 배가 된다는 걸 느꼈다.

많은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내 형편대로 하면 그것이 가장 좋은 나눔이고 사랑이란 사실, 이래서들 봉사란 것에 중독이 되나보다. 이런 중독은 되면 될수록 좋은 것이겠지. 아 나도 슬슬 중독이 되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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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한옥선 칼럼니스트 한옥선블로그 (thakd9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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