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제20조를 보면, 아직 발생하지 않은 근로자의 업무상의 손해에 대한 배상액을 예정해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명시되어있다.

하지만 장애인근로자의 경우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업무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를 예정하고 이를 배상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이를 강요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이런 내용이 포함된 취업규칙이나 사규를 가진 사업장도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런 근로계약 내용을 담고 있는 회사의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사규)은 법적으로 무효다. 원래 이러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목적은 손해가 발생했을 때 손해내용을 정확하게 입증하고 손해액의 구체적인 산정절차를 생략하거나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근로자의 자유의사를 부당하게 구속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업무상과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마저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업주의 경우 민법상의 방법(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근로자의 손해배상 부분을 입증하고, 그 부분에 대해 법원이 결정한 부분만큼(책임의 소재, 근로자의 고의성 여부 등을 따져서 사용자가 청구한 손해금을 감액)의 손해금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 측이 법원의 확정판결 없이 임의적으로 손해배상액을 결정하고 퇴직금을 이와 상계처리 하는 것은, 임금은 통화(通貨)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43조를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다.

경기도 부천의 제조업체에 근무하던 28살의 지체3급 장애인인 윤아무개씨는 근무 중 기계를 잘못 조작하는 실수를 해서 회사에 200여 만원의 손해를 끼쳤고 이 때문에 퇴사하게 되었다. 회사에서는 손해금 전액을 변상할 것을 피상담자에게 요구하였고, 피상담자의 퇴직금 140여만원을 상계처리 하고 60만원도 빨리 변상할 것을 재촉하여 상담센터를 찾았다.

우리 상담센터에서는 피상담자에게 회사에 일단 임금(퇴직금 포함)을 원래대로 전액 지급해 줄 것을 요청하고, 손해금에 대해서는 피상담자와 회사 측의 책임소재에 따라 정당하게 배상하겠다고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는데, 왜냐하면 회사 측도 근로자의 업무수행과 관련한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기 때문에 손해발생액을 모두 근로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근로기준법 제43조의 의미는 법령에 의한 공제금(주민세, 근로소득세, 국민연금보험료, 직장건강보험료 등)이나 법령과 똑같은 효력을 갖는 법원확정판결문이 있는 경우나 노동조합과 체결된 단체협약에 따른 노동조합비 등에 한해 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책임소재가 근로자에게 있다하더라도 업무상 발생한 손해금에 대해서는 위의 법령이나 법원확정판결문이나 단체협약에 의한 것이 아니고서는 회사가 임의적으로 공제할 수 없는 것이며, 근로기준법 제43조에서 말하는 임금에는 단지 월 급여뿐 만아니라 퇴직금까지 포함된다.

근로기준법 제43조는 사회적약자인 근로자의 임금을 단지 사용자의 임의적 잣대나 법률적 기준 없이 일방적으로 공제하거나 체불하는 것을 금하는 강행규정으로, 설령 근로자가 공제에 동의하는 각서를 작성했다 하더라도 이 각서의 효력은 법률적으로 무효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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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근 칼럼리스트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노동상담센터 센터장과 직업재활 팀장을 맡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의 상담사례를 중심으로 장애인노동상담센터를 운영하면서 느낀점, 자기계발 방법, 스트레스 해소법, 성공을 위한 업무습관 등을 곁들여 장애인근로자(또는 예비 근로자)가 알아두면 좋은 쉽고 재미있는 정보가 가득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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