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인터넷에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모임 카페가 논산에서 첫 정모가 열린다. 꼭 참석할 상황이라 가야하는데 지방은 거의 다닌 적이 없고 다닌 곳은 요금만 간단하게 내는 곳이어서 카드를 뽑거나 해본 적이 없어서 운전을 시작하면서 걱정했던 것 중에 혹시나 고속도로를 다니게 되면 요금이나 카드를 어떻게 할까란 걱정이 드디어 현실로 다가왔다. 안그래도 성민씨와 여행 계획도 잡는데 그것이 걱정이다.
나 같이 손이 불편한 사람들은 하이패스로 할인 받으며 다니는 방법이 없을까? 정말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절실한 것인데 그러다 얼마 전 장애인용 하이패스가 판매된다는 말에 이제 걱정 덜었네. ‘휴~’했는데 내용을 읽어보니 지문을 본인인지 확인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아 산 넘어 산일세그려.
손이 장애로 불편한 사람들은 정말 카드를 뽑거나 요금을 낼 때 참 불편할 것이다. 나도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낼 때 잘못하면 떨어질까 조심스럽고 받을 때는 더 하다. 팔도 다 안 펴지고 내 손이 뒤틀어져서 주는 사람도 어떻게 동전을 줘야할지 난감하고 나도 요령 것 받으려고 하고 주는 사람도 받는 나도 미안하고 혹시라도 동전이 내 손에 안 걸쳐져 떨어지기라도 하면 차를 세우고 줍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가버린다.
돈이 많아서도 동전이 안 아까워서도 아니다. 떨어져 바닥에 누운 동전을 줍기란 하늘에 별 따기만큼 내 손에겐 무척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돈을 버리고 가냐고 그러겠지만 바쁜 차들을 줄줄이 세워두고 끙끙거리며 잡히지 않는 동전과 씨름을 하느니 동전을 포기 하는 게 속이 편해서다. 물론 주머니는 허전하겠지만 많은 차들이 빵빵 거리면 내 속이 오죽 하겠는가. 그런 내게 하이패스 장애인용이 나왔다고 해서 기뻐했는데 난 장애인이 아닌가보다. 해당사항이 없다. 나뿐만 이겠는가? 지인중 발로 운전하는 분들도 많은데 나보다 먼저 운전하신 그 분들의 고충은 그동안 얼마나 더 하셨을까.
지문 말고는 방법이 없었을까? 운전학원을 다니면서 제일 난처했던 것이 지문이었다. 본인이 연수를 제대로 받는지 대리자인지 알기위해 자동화 시스템이 되어서 본인 지문을 찍고 연수하고 마치고 지문 확인하고 그것을 시험 합격할 때까지 해야 했는데 내 지문은 화상으로 인해 거의 지워진 상태이다. 남들은 한두 번 지문을 대면 확인이 되는데 난 이 손가락 저 손가락을 다 대어도 내가 아니란다. 무슨 홍길동도 아니고 내 손 지문을 내 것이라고 확인도 못하고 참 난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말 그래서 늘 제일먼저 마치고도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안가도록 다 확인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열 번을 시도해서 안 되면 확인 절차를 서류로 작성해야만 가능했다. 매일 시작할 때 마칠 때 그렇게 열 번씩을 재차 손가락 지문을 대면서 담당자에게 서류를 작성하게 해서 괜히 미안해졌고 어쩌다가 늦게 온 사람들이 뒤에서 차 시간 놓친다고 짜증 섞인 말투를 내 뱉기라도 하면 정말 그럴 땐 쥐구멍을 찾고 싶어졌었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 것을.
장애인으로서 살아갈 때 생활하는 많은 부분들이 자신만 불편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불편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주춤해졌었다. 그렇다고 우리의 잘못도 아닌데 기죽지 말자 더 편리해지고 자유로운 소통이 모든 곳에서 이루어지는 좋은 날 반드시 올 것이다, 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그나마 많은 장애인 분들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지만 우리 같이 손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겐 더 절실하게 필요한 장애인용 하이패스 많이 기대하고 기다려왔는데 또 기다려야하나? 장애인용 하이패스도 장애 구분 없이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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