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소리가 들리는 바다든 산새 소리가 들리는 숲이든 자유로이 여행을 가고 싶다. ⓒ정오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한 번 쯤 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시원한 바다라든가 아님 짙푸른 나무향이 폴폴 나는 휴양림을 산책하고 물소리 바람 소리 들리는 그곳에서 하룻밤 묵으며 지친 몸도 마음도 쉬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나 역시 소독약 냄새와 무거운 공기로 답답한 병원 생활에 이어 집안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던 시간이 지루하고 힘들어 몸보다 마음이 더 지쳐 언제고 그 재미없는 삶을 탈출하고 싶었던 시간이 있었다. 물론 죽었다가 다시 산 이 삶을 마감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여행이 가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 상상 속 그림을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까만 밤 하얗게 새기도 여러 번이었다.

매일 밤 그리던 그림은 6년이 지나 이제 현실이 되었고 이젠 그 답답한 일상들 속에서 언제고 어디로고 갈 수 있을 만큼 보행이나 움직임에는 많은 제약은 넘어갔지만 나의 반쪽 성민씨를 만나면서 또 다시 같은 문제에 부딪쳤다. 성민씨는 휠체어를 타는 1급 척수 장애인이다. 선천적 소아마비 장애인에서 경운기 사고 후 하반신 마비가 되어 휠체어를 타야만 다닐 수 있다. 그런 그 사람이 나와 함께 멋진 음식점이나 좋은 곳에 여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내내 마음에 두고 미안해한다. 버스도 못타던 내게 용기를 불어 넣어 주어 버스가 아니라 운전까지 하게 만들어 준 사람을 위해 근거리는 차로 잠깐씩 함께 다니지만 여행은 아직 해보질 못했다.

내게 새로운 도전을 하게 해준 사람에게 나도 좋은 선물을 해주고 싶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 사람 역시 바다를 본지가 너무도 오래되었고 더구나 동해 쪽 바다는 본적도 없다기에 그 푸르고 멋진 비취빛 바다를 마음껏 보여주어야지 하며 신이 나서 찾는데 하루에 다녀오긴 너무 힘이 들 거 같고 처음 가는데 잠깐보고 오기도 아깝고 숙박시설이며 음식점을 알아보는데 아무리 찾아도 쉽게 나오질 않는다. 물론 비용이 넉넉하면 좋은 호텔을 가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많은 물질이 들어간다. 형편은 빤한데 너무 미안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는 장애인들이 여행하려면 얼마나 불편할지에 대한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산거 같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나라에 살면서 이렇게 소외를 시키고 있다니 어쩜 소외계층은 우리 모두가 만들어 놓은 거란 생각에 이전의 부족했던 생각과 삶이 너무 미안해진다. 사람은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 가에 따라 보는 것이 달라진다고 하더니 그 말 정말 맞는 거 같다. 몇 개의 계단 때문에 들어가고 싶어도 혼자선 못 들어가는 멋진 음식점과 펜션들 동행이라도 힘이 좋거나 손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도움이 되겠지만 나 같은 동행자는 사실상 다니는데 휠체어를 들어주거나 제대로 밀어주지 못하기에 도움을 청해야 하는데 사람이 없는 곳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모르니 여행을 가서 오히려 마음만 아플 거 같다는 생각에 장애인 커플들의 고충을 하나씩 지금 느끼는 중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며 찾는데 장애인 여행에 관한 정보를 찾아 들어가면 외국 여행이 많다. 장애인들이 그렇게 살림이 넉넉한 사람들이 얼마나 된다고 우리나라라도 한번 제대로 가보기라도 했으면 좋겠구만 한참을 뒤지다가 장애인들의 여행을 위해 새롭게 알려진 정보가 있어 들어가니 제주도나 서울에 관한 것만 있다. 동해, 남해, 서해도 좋은 곳 많은데 너무 복잡한 곳만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도 그렇게 개선되어 가고 있다는 게 어딘가 싶기는 한데 그래도 속상하다.

하루 종일 인터넷을 뒤지다가 만나는 곳마다 실망을 하며 뒤돌아서는 마음 속상하다 못해 열 받는다. 그렇다고 포기하면 지는 거다. 에이블뉴스에 나온 글 중 한 곳이 눈에 띄었다. 휠체어를 타시는 주인장이 펜션도 휠체어 이용 가능하게 했다고 나와 있던데 아쉽게 사진은 없다. 그래도 비장애인의 생각보단 더 신경 써서 했을 거 같아 한편 기대를 가지고 가 볼 생각이다. 중증 장애인 커플들도 여느 평범한 연인들처럼 어디로 갈까? 설레는 마음으로 가고 싶은 곳을 꿈길을 걷듯 그렇게 상상만 하는 게 아니라 계산기 두드리지 않고 맘 놓고 고를 수 있는 그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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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9월 타인의 가스 폭발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물 받고 다른 사람들보다 이름표 하나 더 가진 욕심 많은 사람. 장애인이 된 후 고통이라는 시간을 지나오면서 불평이나 원망보다 감사라는 단어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얼굴부터 온 몸에 58%의 중증 화상에 흉터들을 하나도 감추지 않고 용감하게 내놓고 다니는 강도가 만나면 도망 갈 무서운 여자. 오프라인 상에서 장애인들을 만난다는 것이 어려워 온라인상의 장애인 카페를 통해서 글을 올리면서부터 다른 장애인들과 소통을 하게 되었고 그들의 삶이 사소한 나의 글 하나에도 웃는 것이 좋아 글 쓰는 것이 취미가 된 행복한 여자입니다. 제가 내세울 학력은 없습니다. 다만 장애인으로 살아온 6년이 가장 소중한 배움에 시간이었고 그 기간 동안에 믿음과 감사와 사랑이 제게 큰 재산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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