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대학을 다녔던 나는 집에 올라올 일이 있을 때면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친구들과 전철을 타고 서울 집에 오곤 했다.

항상 내가 올라오는 시간에는 나처럼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하교시간과 직장인들의 퇴근시간이 겹쳐서 콩나물시루 같은 전철에 몸을 실었다. 그 시간은 정말 비좁고, 역겨운 땀 냄새로 범벅된 참기 힘든 시간이었지만 조금만 참고 집에 도착하면 날 반겨주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리며 행복해 하는 시간이었다.

그 날도 어김없이 만원 전철에서 서서 오고 있었다.

“빛나야 다리 아프지? 잠깐, 저기 노약자 자리 하나 비었다! 가서 너라도 앉아!!”

친구와 함께 비좁은 전철 속을 뚫고, 비어있는 노약자 좌석에 앉았다. 잠시 후, 전철은 역에 정차하였다. 그리고 한 아주머니가 타셨다. 갓 50쯤 되어 보이는 아주머니께서는 나에게 불편한 심기로 말씀하셨다.

“요즘 젊은 것들이란 어른도 모른다니까. 학생! 좀 일어나지?”

얼굴이 빨개진 나는 머뭇거리자, 보다 못한 친구가 입을 열었다.

“저기요! 제 친구가 몸이 불편해서요.”

“어머 그래?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머쓱해 하시던 아주머니는 혼자 중얼거리시며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셨다.

사실 나는 앉아 있으면 장애인 같지 않아 보인다고들 한다. 그래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이런 일을 여러 번 당했었다. 언제부턴가 앉아있어도 바늘방석에 앉은 듯, 불편하기만 하다.

아무리 젊은 사람이라도 노약자 좌석에 앉아 있으면 말로써 톡 쏘아붙이기 보다는 그만한 사정이 있겠거니 서로 배려를 해줄 수 있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바래본다.

내가 운동하는 헬스장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운동하는 시설이다. 샤워실도 장애인, 비장애인용으로 나누어져 있다.

샤워 하는 시간은 하루 일과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이다. 하루의 피로를 잊게 해주는 상쾌함이 네다섯 시간의 힘든 운동도 가볍게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곤 한다.

그 날도 어김없이 운동을 마치고 콧노래를 부르며 샤워실로 향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언성 높은 소리가 들려왔다.

“아줌마 어디 아파요? 아프지도 않으면서 우리 샤워실에 왜 들어와? 우리가 병신 같은 몸 보여주고 싶겠냐고!”

하이에나가 숨겼던 발톱을 내세우듯 쏘아 붙었다. 그러자 비장애인 아주머니는 어이가 없으신지 얼굴만 붉으락푸르락 하시더니 참지 못하겠다는 듯 입을 여셨다.

“아니! 사우나 하다가 가까운 데로 물 마시려도 못 와요? 병신! 육갑 떨고 있네! 장애가 무슨 대단한 훈장이나 되는 듯 그러네?”

이렇게 알몸으로 원색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나는 무서워서 샤워실 가까이로 가지도 못한 채 생각했다. 육체적 고통이 큰 만큼 정신적 성숙도 꽃 피우신 장애인 아주머니께서 못 본 듯이 이해하고 넘겼으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을 괜한 싹을 건드려 작은 불씨가 화를 부른 것 같아 씁쓸했고, 그 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샤워하는 시간도 휴식 같지 않고 자꾸 그 일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장애인은 독선의 벽을, 비장애인은 편견의 벽을 철옹성처럼 서로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하고 있지만, 그 벽을 무너뜨리고 서로 좀 더 넓은 아량으로 작고 따뜻한 배려를 한다면 밝고 아름다운 사회를 함께 이루어 갈 수 있을 텐데 아쉽기만 했다.

세상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 누가 잘났느니, 못났느니 다투기 이전에 서로 배려해 줄 수 있는 따뜻한 사회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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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국문학도를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 아이.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아이. 안녕하세요^^ 김빛나입니다. 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습니다. '독립연대'에서 '활동가'로 근무 중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심리상담가'가 되겠다는 스물다섯의 당찬 아이. 저는 꿈꾸는 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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