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의 작용 기전: 일단 근육안으로 주시된 보톡스는 근육 말단에 붙어서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차단합니다. 이로서 강직을 줄이게 됩니다. 3-6개월이 지나면 신경은 새로 말단부를 만들어 보톡스의 효과는 사라지게 됩니다. ⓒ김하용

지난 1년간 뇌성마비의 수술적 치료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였습니다. 먼저 제 자신이 일정을 잘 맞추지 못하여서 많은 편수가 연재 되지 못하였다는 점을 사과드립니다. 제 의도는 비교적 교과서적인 지식을 통해 뇌성마비의 수술적 치료가 얼마만큼 왔는지를 알리고자 하였습니다만, 글이 자꾸 어려워지고 전문적인 이야기로 전개되는 바람에 독자 여러분께서 얼마나 이해를 하셨고, 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저로서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재미없는 글 중에 곱씹어 볼 부분은 어느 정도 있지 않을까 나름 스스로를 위안해 봅니다.

제가 대전에 내려와서 소아 정형외과 진료를 한지 어언 15년째가 되었습니다. 지금에 와서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예전보다 엄청 늘었다는 것이지만, 여전히 그 제도를 실행하는데 문제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제가 수술했던 청년의 아버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부 지원이라는 것도 우리 애는 소용이 없어요. 애가 어디 가서 말을 하거나 자기 주장을 할 수 없는 형편인데, 제가 죽으면 어찌 될까 정말 두렵습니다”라고요. 정부나 기관, 혹은 개인의 지원은 1) 오로지 지원하는데 주로 사용 되도록 하기 위하여 2) 지원 시스템에 드는 비용을 효율적으로 하여 가능한 옆으로 새어 나가지 않고 3) 정해진 원칙이 지켜지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많은 재원이나 인력이 옆으로 새어나가는 예를 알고 있습니다.

두 번째 느끼는 점은 보톡스의 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보톡스는 정말 신비의 명약 같은 것입니다. 아직 구축이 생기기 전에 강직만이 주로 있는 경우에 굉장한 위력을 발휘합니다(그림). 현재 주된 보험 인정 기준이 7세 미만의 아킬레스 건 구축입니다. 그 근거는 FDA에서 확실하게 이 부분에 한하여 효력이 인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수의 운동형의 상지 운동 조절이나, 통증 조절, 상지 근육 구축 등에 효과적으로 사용됩니다. 이 경우 약 값이 매우 비싸서 비보험으로 3-6개월(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갑니다) 마다 주사를 맞기는 어렵습니다. 즉 보톡스의 현재 의료 보험 인정 기준을 고려하면 1) 인정의 범위를 좀 더 탄력적으로 할 필요가 있으며, 2) 비싼 악 값을 해결 할 방법(외국의 예를 들면, 비급여라고 해도 효과가 있는 부분에 대하여 국고나 자선 단체에서 일정 부분 지급하거나, 시간이 지날수록 특허를 해제하여 약 값 자체를 낮추는 방법 등)을 찾아야 합니다.

치료 방법의 탄력성과 그 비용의 사회적 부담이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환자분들의 경우에 스스로 비싼 치료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희 병원의 경우에도 병원과 협의하여 장애인의 수술과 검사에 특진을 빼드리고, 입원 기간 등에 많은 편의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특진이 있는 곳을 굳이 찾아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제 경우에 반드시 어느 분을 찾아가시는지 확인하고, 가급적 그 분야에 경험이 많은 분을 추천해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많은 분들께서 잘 알아보시고 가려고 하시지만, 몇몇 분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어머님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수술에 대한 부담이 정말 큰 것을 느낍니다.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수술이란 것도 좋은 시기를 맞추어서 해야지만 최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충분히 담당 선생님에게 물어보고,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뇌성마비라는 장애는 한 번의 수술이나, 한 번의 보톡스 주사, 한 번의 재활 치료로 해결되는 질병이 아닙니다. 평생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 많은 질병 혹은 상태입니다.

1) 따라서 잘 알수록, 정확이 알수록, 많이 알수록- 다시 말해 보호자나 환자가 반 의사가 되어야 최적의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습니다.

2) 그리고 지금은, 과거처럼 평생 돌보아야 할 부분이 있는 장애인을 가정 깊은 내부에 감추고, 그리고 가장에서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돌보던 불합리를 벗어내고 있는 과정입니다. 마땅히 그래야만 함께 가는 사회를 지향할 수 있습니다. 국가와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도록 유도하여야 하며, 그 과정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책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이블뉴스처럼 의견을 모으고, 의견을 유도하는 장이 필요한 이유라 하겠습니다. 실제로 전국에 매우 많은 장애인 단체가 있습니다. 질병마다, 지역 마다 매우 많으며, 종종 중복된 단체들도 많습니다. 단체는 많더라도, 서로 소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글을 마지막으로 칼럼 연재를 마칩니다. 한편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 섭섭하기도 합니다. 늦었지만, 새해에 즐겁고 웃음이 가득한 한 해 되시길 기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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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매산 고등학교를 다녔고, 1988년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공중보건의로 여수 애양재활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소아마비환자와 장애인들을 접한 것이 제 나아갈 길을 정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서울대학병원에서 소아정형외과 전임의를 하고, 대전 을지대학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2002~2003년 간은 미국 오레곤주의 슈라이너 소아병원에서 뇌성마비와 보행 분석을 더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을지대학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와 보행분석검사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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