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햄 경은 자신의 논문에서 1)보존족 치료는 조기 치료로 시작해서 5세까지 열심히 해야하고, 그 이후로도 일정 부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2)수술적 치료는 5세 이후로 증가하여 10세 경에 가장 활발히 시행되었다고 하였다. ⓒ김하용

뇌성마비 어린이를 진료하는 소아 정형외과의사로써 느낀 점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정형외과는 수술하는 과이므로 수술이라는 것에 대하여 많은 질문도 받고 느낀 점도 많습니다. 그 중 가장 많은 질문이 “뇌성마비 환자에서 수술은 언제 하는 것이 좋은가?” 라는 것입니다. 어느 치료나 적기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수술에 있어서 ‘적기(적절한 시기)’란 ①치료 결과가 가장 좋을 수 있는 시기, 혹은 ②가장 간단한 수술로도 치료가 가능한 시기, 그리고 ③재발이 적은 시기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경직형의 뇌성마비가 수술 결과가 가장 좋습니다. 먼저 몇 가지 예를 통해 알려진 사실들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적는 내용은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치료의 방향을 정하는 환자분들의 철학과는 별개의 내용일 수 있지만, 일단 치료의 방향을 정한 분들에게는 그 목적을 이루는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1) 발에서 아치가 무너지는 아이

편마비 어린이는 나이가 들어도 발의 아치가 무너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양하지 마비 어린이-양측 마비는 가장 큰 원인이 조산입니다-의 경우에는 처음에는 까치발을 하다가,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아치가 무너지는 평발 걸음을 보입니다. 그 시기는 아이마다 많이 다릅니다. 이르면 5세 정도도 있지만, 흔하게는 초등학교 2-3학년 무렵인 것 같습니다. 아이가 체중이 불어나고, 많이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까치발이 체중으로 눌리게 되고 평발로 진행합니다. 얼핏 까치발이 좋아진 것 같지만, 이때부터 아이는 보행하는데 에너지 소모가 더 많아지게 되어서, 조금만 걸어도 발이나 종아리가 아프다고 하기 시작합니다.

양하지 마비가 있는 어린이는 아킬레스건의 강직이 진행하여 발의 종아치가 무너지게 됩니다. 아치가 무너지기 전에 아킬레스건의 강직을 해결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알려진 바로는 5세 이전이라면, 재활 치료, 보톡스, 교정 석고 붕대, 보조기 같은 보존적 치료가 유효합니다. 이 시기에 수술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재발률이 높으며, 수술 전 아이의 상태에 대한 평가를 정확히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5세가 넘어가면 보존적 치료의 성공률이 떨어집니다. 반면에 수술 후 재발률이 낮아집니다. 만 5세부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 수술의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그리고 이미 종아치가 무너지게 되면 수술이 복잡해지고, 복잡해진 만큼 수술에서 재활 치료까지 가는 시기가 길어지게 됩니다. 더 많은 시간을 기브스 해야 하고 더 많은 시간을 걷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림)

2) 무릎이 뒤로 젖혀지는 걸음(전반슬, 과신전, Genu recurvatum)

많은 아이들이 무릎을 구부리고 걷는 것 같지만, 그 중에는 오히려 무릎이 과도하게 펴져서 뒤로 젖혀지는 것처럼 걷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를 과신전 보행이라고 하는데, 이는 경도의 까치발을 하는 아이들이 발바닥 전체를 지면에 디디는 경우, 몸이 앞으로 나가기 어려워서 무릎이 뒤로 젖혀집니다(족저굴곡-무릎 과신전 기전). 단지 이 문제로 진료를 받으러 오는 경우는 대게 어른이 되어서입니다. 30-40대쯤 되다 보면, 무릎 뒷부분의 관절막이나 인대가 다 늘어나서 무릎이 휘청거리게 되니까, 보행도 어려워지고 통증이 생기게 되어서 진료실을 찾습니다.

제가 일단 권하는 치료는 얼마 이상은 펴지지 않도록 조절이 되는 무릎 보조기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이 이 보조기를 참아내지 못하십니다. 이 보조기를 차면 몸이 앞으로 잘 나가지지 않습니다. 발목이 꺾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까치 발 상태로 발바닥 전체를 땅에 디디면서 한번 걸어 보시면 그 답답함을 아실 겁니다. 종종 수술을 하게 되는데, 이 경우에 바뀐 몸 상태에 적응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뇌는 8살이 넘으면 적응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수술이란 휘어진 것을 똑바로 하고, 구축된 근육을 늘려주고, 밸런스가 깨어진 근육을 이전 하는 등 병적인 상태를 소위 정상이라는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지만, 수술 직 후 충분한 재활 치료가 되기 전까지는 환자에게서는 30~40년을 특정한 방식으로 보행하였던 것(보행 유형, gait pattern)을 어렵게 만드는 것일 뿐입니다. 이처럼 보행이 가능한 환자에서 보행의 개선(보행의 형태(남이 보기에 절어 보임), 자주 넘어짐, 자주 발목을 삠, 특정 부위에 티눈 등이 생겨서 아픔 등)을 위해서 수술 치료를 결정하였다면, 5세는 넘어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춘기 이전에 하는 것이 적응이나 회복이 빠릅니다.

3) 휠체어에서 한쪽으로 자꾸 기울어지는 아이

한쪽으로 자꾸 기울어지는 원인은 앉는 균형(sitting balance)이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뇌손상으로 전체적인 균형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5~6살 까지는 잘 앉다가 이후로 점점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는 대부분 고관절이나 척추에 문제가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마비성 고관절 탈구는 고관절의 내전근과 굴곡근이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다리가 잘 안 벌어지는 아이)에 발생합니다. 보행이 가능한 아이에서는 드물지만, 보행이 어려운 아이에서 처음에는 단순한 근육의 강직이 시간이 지나 오래되다 보면 고관절에서 대퇴골두를 점점 탈구 시킵니다. 완전히 탈구가 되면 골반이 기울게 되면서 앉는 균형이 무너집니다.

단순히 근육의 강직만이 문제라면, 재활 치료, 보조기, 보톡스 같은 방법으로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합니다. 7~8살 정도되면 근육의 구축이 진행하면서 부분 탈구(아탈구) 상태가 되는데, 이 경우에는 간단한 수술(근육 연장술)이 도움이 됩니다. 완전히 빠진 경우에는 치료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4) 손과 팔목, 팔꿈치가 너무 구부려져 있는 아이

사지 마비형의 경우 심한 강직이 있다 보면 손과 팔목, 팔꿈치가 너무 구부려져서 옷을 갈아입히기나, 목욕을 시키는 게 어려운 아이들이 있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습진이 생겨서 가렵고 악취가 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치료의 목적을 개인위생의 향상과 쉽게 돌보기 등으로 하여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수술은 팔꿈치를 완전히 펴는 것이 결코 목표가 아닙니다. 근육의 긴장도는 어느 정도 유지하고, 팔꿈치는 어느 정도 펴져서 바람이 잘 통하고 목욕이나 옷 입히기에 서로 간에 힘이 덜 들 정도로 하게 됩니다. 이런 치료는 아이의 상태에 따라 대게는 직접적으로 돌보는 가족이나, 물리치료사 선생님들에 의해서 치료의 방향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특별한 치료의 시기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상의 몇 가지의 흔한 경우를 예로 수술의 시기를 설명드렸습니다. 요약하면, ①각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의 시기가 있으며, ③적기에 수술 치료를 하면 심한 골 변형으로 진행을 막을 수도 있고, ③ 좀 더 간단한 수술로 해결이 가능합니다. 다른 많은 정형외과 질병들에서는 대게 수술은 최후의 방법으로 여기시는 경우가 있지만, 뇌성 마비와 같은 성장하는 어린이들의 질병에서는 수술은 결코 최후의 수단이 아니며, 적절한 시기를 맞추어 시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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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나 매산 고등학교를 다녔고, 1988년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공중보건의로 여수 애양재활병원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소아마비환자와 장애인들을 접한 것이 제 나아갈 길을 정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서울대학병원에서 소아정형외과 전임의를 하고, 대전 을지대학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2002~2003년 간은 미국 오레곤주의 슈라이너 소아병원에서 뇌성마비와 보행 분석을 더 공부했습니다. 현재는 을지대학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와 보행분석검사 실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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