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아주,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2008년말 우리나라 최초 시각장애인 사법고시 합격자로 화제가 됐던 최영 씨가 올 3월에 사법연수원에 들어가게 됐다는 소식이 뉴스거리가 되고 있다. 최영 씨는 이미 사법연수를 마쳤어야 하는데 뒤늦게 연수를 받는 것이다.

지난해 최영 씨가 사법연수원에 들어가지 못한 것은 사법연수원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없기 때문이었다. 사법연수원에서는 최영 씨를 위해 1년 동안 1억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사법연수원에 점자블록을 깔고 음성안내장치를 설치했다고 뉴스는 전했다.

비장애인 위주로 된 사법연수원인 것을 부끄러워해야 하는데 단 한 사람의 시각장애인을 위해 자신들이 한 노력을 자랑하는 것이 민망하다. 이럴 때 딱 맞는 말이 '비장애인만 편리한 더러운 세상!'이 아닐까 싶다.

명아주,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우리나라에 편의시설 얘기가 나온 것은 불과 20년 남짓이다. 박경석 대표가 이동권을 주장하며 버스타기 투쟁을 벌였을 때만 해도 장애인 편의시설은 꿈같은 일이었다.

15cm의 보도턱을 넘지 못해 집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았고

공공건물 출입구마다에 버티고 있는 계단은 장애인을 입구에서 쫒아내고 있었다.

어렵게 그 계단을 오른다 해도 끝없이 이어지는 건물 안 계단은 뭔가를 해보겠다는 장애인의 의욕과 열망을 여지없이 짓밟았다.

그 때는 누구도 그 계단이 나쁜 거라고 말하지 않았다. 심지어 장애인 당사자조차도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세상은 비장애인만 편리한, 그래서 장애인에게는 매우 잔인했다.

지금은 장애인편의를 법적으로 보호해주고 있으니 참 좋은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피와 땀이 쏟아졌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런데 왜 아직도 '비장애인만 편리한 더러운 세상!' 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일까?

청각장애인 안태성 교수는 교수 사회에서 왕따를 당하다가 결국 대학에서 쫒겨났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1호 사건은 장애 때문에 보건소 소장 승진이 안 된 장애인 의사였다.

뇌성마비 여성이 좋은 점수를 받고도 박사과정 시험에서 장애를 이유로 탈락된 것이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밝혀졌다.

모 방송국 시청자위원에 장애인계 대표 인사가 빠진 것은 장애인위원이 있으면 회식을 할 음식점을 찾는데 어려움이 있어서라는 웃지 못할 이유 때문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장애인기관장 선정에 시각장애인 응시자를 배제시킨 것은 정부기관에서 시각장애인이 어떻게 결재를 하느냐는 불필요한 친절 때문이었다.

한 번은 스태프들과 점심을 먹으러 63빌딩에 갔었는데 경비원이 나를 가로막으며 물었다.

"어디 가세요?"

"점심 먹으러요."

다른 사람들은 다 자유롭게 드나드는데 나만 검문을 받은 것은 단지 내가 휠체어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장애인만 인정하는 더러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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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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