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순수하고 청순함의 상징이다. ⓒ김빛나

경인년 새해가 밝았다. 세상에 태어나 맞는 나의 두 번째 해인만큼 다른 해와는 달리 감회도 새롭고, 2010년의 주인공은 나라는 자신감이 매우 설레이게 한다. 새해부터 눈이 모든 화젯거리가 되었다. 새해에 눈이 오면 그 해 농사가 풍년이라는 말도 있다. 나도 눈 생각에 잠시 젖어본다.

어렸을 적 나는 눈만 오면 강아지 마냥 좋아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지칠 줄 모르는 온 천지는 가장 훌륭한 놀이터였다. 눈으로 할 수 있는 놀이는 참 많았다. 먼저 친구들과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었다. 삐뚤빼뚤 나뭇가지를 꺾어 눈, 코, 입을 만들었다. 또 추워 보이는 눈사람에게 모자와 목도리를 모두 주고 어머니께 혼나는 일은 의례적 행사였다. 정말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추운 줄 모르게 정신없이 뛰어놀던 어린 시절의 눈 오는 날이었다.

내 나이 스물다섯 지금…. 눈 오는 날의 내 모습은 예전과는 다르다. 그렇게 좋아하는 눈이라도 창문으로 "어머! 눈이 내렸네"하고 감탄만 할 뿐이다. 그리고 기상예보부터 살피게 된다. '내일 길이 얼어붙으면 어쩌지? 미끄러우면 큰일인데…." 걱정부터 앞서게 된다. 그런 걱정을 싹 잊은 채, 어린 시절의 나처럼 눈이 오면 밖으로 뛰어 나가고 좋아하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정말 '장애'라는 굴레를 벗어나 '자유'를 갈망하는 한 영혼이고 싶다.

며칠이 지나도 눈이 녹지 않았다. 날씨가 계속 추운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골목길에 쌓인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니 지금의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은 내릴 때 정말 아름답다. 사람들은 눈이 하얗다고 하지만, 보면 볼수록 불투명하다. 나도 그렇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 20대를 보내고 있지만, 4년제 대학교 졸업예정자로 불투명한 기로에 서 있을 뿐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꿈과 열정을 가지고 일해야 할 20대 청년실업자가 83만 명이나 되어 '이태백'(20대의 태반이 백수)을 넘어 '이구백'(20대의 90%가 백수)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상에서 제일 갖고 싶은 것이 회사직원들이 걸고 다니는 '회사출입카드'라는 젊은이들의 간절한 소망이 가슴에 와 닿는다.

나는 지난 8개월 동안 동료상담가로 학교 안에서 근무하였다. 여러 장애 학생을 만났지만,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그 중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불확실한 미래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구백’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만큼 비장애인들의 취업도 어려운데…. 장애인들에게 취업이란, 산 너머 산 일 뿐이다.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과 다르다. N세대, P세대…. 요즘 세대들을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낯선 인종 보듯 낯선 눈으로 바라보고, 소통을 포기하려한다. 세대 차를 말하지만, 정작 철저히 소외된 부류는 청년 실업 83만 명이라는 사상 초유의 실업난을 겪고 있는 20대 들이다. 이들은 직업만 없을 뿐만 아니라 싸가지도 없고, 희망도 희박하다.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해주는 선배도 없고, 기나긴 삶의 행로에서 오랫동안 등불이 되어 줄 지혜를 가진 어른도 없고, 철학과 전통 문화를 전수해 주고자 하는 은사도 없고, 인성과 감성과 교양을 가르쳐 주는 학교도 없다. 그래서 오늘날의 20대는 무섭고 불안하고 외롭고 답답하다.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변한 것이라고는 기계들이 더 작고 빠르고 비싸졌다는 것 뿐, 인간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믿는다. 그런 까닭에 아무리 세상이 변했고, 요즘 아이들이 예전과 다르다고 하여도 인류는 늘 그랬듯이 청춘의 번민과 고뇌와 변화하고자 하는 열망과 도전 정신은 변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20대가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들에겐 선배가 필요하다. 이야기를 나눠줄 어른도 필요하다. 나는 오늘의 청년실업자들이 단지 의지가 약해서 궂은일을 피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꿈과 희망이 있다면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불평할 시간에 차근차근 실력을 쌓다보면 반드시 기회는 주어질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20대를 청춘의 봄으로 생각한다. 찬란한 봄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하여 위기를 기회로 삼는 멋진 당찬 20대를 설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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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국문학도를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한 아이. 하지만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아이. 안녕하세요^^ 김빛나입니다. 대학교에서 플루트를 전공했습니다. '독립연대'에서 '활동가'로 근무 중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심리상담가'가 되겠다는 스물다섯의 당찬 아이. 저는 꿈꾸는 아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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