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다. 우리가 새해에 엄청난 의미를 두는 것은 잊고 싶은 일이 많기 때문이다. 다 털어버리고 새로 시작하기 좋은 시점이 바로 새해인 것이다. 우리가 버리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일까?

장애인계에도 진보와 보수가 있다. 흔히 장애인 운동가들은 진보이고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단체는 보수라고 생각한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 견제하면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아야 건강한 사회가 된다.

그래서 장애인계에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장애인계는 사람을 중심으로 묘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 누구 사람이냐에 따라 네편 내편이 갈라진다. 어느 국회의원 줄에 서야 이로운가를 계산하는 것이다.

개중에는 이줄 저줄 다 잡고 힘을 과시하기도 한다.

정부 기관 인사에 있어서도 서로 힘겨루기를 한다. 실력으로 판단을 하지 않고 인맥으로 인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심사와 상관없이 결과가 뒤바뀌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자리에 누구쪽 사람이 앉느냐에 따라 정책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 처럼 권력자들의 힘겨루기에 장애인들이 피를 보고 있다.

새해에는 제발 이런 패거리 정치가 장애인계에서 사라지기를 바란다.

장애인복지는 이 땅의 450만 장애인을 위한 것이 돼야지 장애인 단체나 장애인 개인이 유리한 쪽으로 좌지우지 돼서는 안 된다.

새해에는 장애인계에 폭력이 사라져야 한다. 지난해 초가을 저녁 9시뉴스를 장식했던 장애인 폭력 사건에 아무 것도 모르는 비장애인 시청자들은 장애인과 폭력을 같은 이미지로 기억한다.

그 뉴스가 방영된 이후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장애인단체가 이권에 개입돼 있나봐" 하는 의심의 눈초리였다.

재가 장애인의 살림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는데 왜 장애인단체는 돈이 많다는 얘길 듣게 됐을까?

쉽게 돈을 벌기 위해 폭력이 개입되는 것이 공공연한 공식인데 이런 이미지 속에서는 장애인이 당당해질 수가 없다.

장애인 운동가들이 장애인복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택하는 시위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원칙이 있어야 하고 감정보다는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상대에게 허점을 절대로 보여서는 안 된다.

소위 장애인복지의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을 뛰어넘을 논리가 있어야 하고 속내를 알 수 없는 행정가들을 압도할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 운동이 장애인복지의 흐름을 바꾸어 갈 수 있다.

사실 나도 이렇게 말할 자격이 없다. 내 필력도 비겁했다. 자판을 두드리다가 지움키 누르기를 반복했다. 악플이 두려워서였다. 하지만 이 코너도 1월 말이면 연재를 마쳐야 한다. 그래서 할 말은 써야겠다고 새해 다짐을 한다.

에이블 뉴스 모든 가족들이 새해, 버리고 싶은 것을 털어내는 변화의 시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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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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