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개감채, <너꽃해> 시인 김종태 작품. ⓒ김종태

그는 흰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그렇다고 꼭 시각장애인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을 정확히 알아본다. 아무리 구석 자리에 콕 박혀 있어도 나를 찾아낸다.

그런데 그는 항상 자신이 시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책자를 볼 수 없다며 텍스트 파일을 달라고 요구한다.

그런 요구를 하는 그가 처음에는 대견스러웠다. 관심이 참 많구나. 정확히 알려고 하는 열정에 유능함이 느껴졌다.

그는 정말 토론회에서 항상 자기 의견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과히 틀리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똑똑한 친구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를 행사 때마다 보면서 많은 의문점을 갖게 됐다. 그는 장애인 복지를 위해 투쟁하는 운동가라고 주장하지만 장애 민중보다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을 좋아했다.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그들에게 접근했다.

그는 항상 행사 VIP석을 찾아가 자리를 잡고 앉는데 주최 측에서 점잖게 주의를 주면 큰 소리로 반항을 해 행사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든다.

VIP도 그를 제지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싫어도 참아내는 눈치다. 그래서 장애인계 행사에서는 그가 나타나면 긴장한다.

한번은 그의 행동을 제지하려다가 몸싸움이 벌어졌다. 그는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이기 때문에 그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약자에 대한 사회 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 몸싸움이 격렬해지지는 않았다.

그는 거세게 항의를 했는데 그가 주장하는 요지는

"나는 장애인이야. 왜 반말 해. 왜 장애인을 쳐!"라는 것이다. 그의 논리에 의하면 장애인에게는 반말도 하지 말고 몸으로 저지를 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에 대해 장애인계에서는 골칫덩어리라고 말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그에게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계 회식자리에도 불쑥 나타난다. 이제 회식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겠다며 그를 피해 다니기에 바쁘다.

이렇게 그를 피하는 것이 정말 그를 위한 일일까?

그를 정말 위한다면 그의 장애가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판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인은 시각장애라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정신장애일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장애는 미스터리이다.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미스터리다.

이렇게 미스터리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그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에게 필요한 재활서비스를 제공해야 그가 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를 받아준다고 그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의 행동을 묵인하는 것은 장애인복지의 직무 유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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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동안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방송작가이자 방송을 직접 진행하는 방송인입니다. 장애인 문학 발전을 위해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이자 유일한 장애인 문예지「솟대문학」을 창간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발간해오고 있습니다. 틈틈이 단행본을 19권 출간하고 있는데 주로 장애인을 소재로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우송대학과 의료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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