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타이거우즈의 결핍

골프황제 타이거우즈가 스캔들 파문에 휩싸였다. 유부남인 우즈는 10명의 연인들이 있고, 그녀들은 하나같이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백인 여성들이라고 한다.

타이거우즈의 가계도는 코카시안(백인), 아프리칸, 아시안이 모두 섞여있다. 우즈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자신의 이런 혼합된 정체성에 대해 자랑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그는 학창시절 백인들에게 거꾸로 매달려 구타당한 적이 있을 만큼, 인종적으로 열등하다는 손가락질을 받고 자랐다. 그는 최고의 스포츠선수로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지만, 결국 자신이 백인이 아니라는 그 결핍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쉽지 않았었나 보다.

이런 우즈의 배경과, 그의 연인들이 하나같이 백인 여성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한 언론은 우즈의 여성편력이 인종적 콤플렉스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을 했다. 실제로 성공한 흑인 스포츠스타의 연인이나 부인은 대부분 백인여성이라고 한다. 남성들은 성적으로 여성들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 그 여성이 다른 인종, 즉 자신보다 우월하다고 평가되는 백인일 때 그 욕망이 충족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세기 중반 알제리의 흑인 인권운동가이자 정신분석학자였던 프란츠파농은 그의 유명한 책 「검은 피부 하얀가면」에서 이러한 흑인남성들의 욕망을 분석한 바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흑인이 아닌 백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백인 여자가 아닌 그 누가 과연 나의 이런 욕망을 실현시켜 줄 수 있겠는가... 나를 사랑해 주는 백인 여성을 통해서만 나는 백인화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지칠 줄 모르는 손이 그 순백의 젖가슴을 애무하는 순간, 백인의 문명과 존엄이 내 손아귀 속에서 내 것으로 화하는 것이다.” (프란츠 파농, 검은피부 하얀가면 中)

2. 결핍, 섹스, 사랑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여성편력에 대한 기사를 읽고, 나는 마음 한구석에 위치한 알 수 없는 무게를 지각했다. 나는 그와 아무런 공통점도 없지만, 왠지 그의 어떤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우즈의 불륜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나는 어쩐지 그의 욕망이 가진 모습을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비장애여성과 잘 때, 내가 비장애인이 된다고 느꼈다. 내가 가질 수 없는 몸. 긴 다리와 균형잡힌 몸. 나는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그 세계로 유일하게 진입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오직 그것은 내 결핍에 대한 나의 욕망이었다.

반면 나는 사랑하는 한 장애여성에게는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나는 분명 그 사람을 좋아했고, 함께 있는 시간이 좋았다. 가슴은 뛰고, 키스는 달콤했다. 그러나 나는 감히 ‘사랑해’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 말은 마치 나를, 다시 영원히 어쩔 수 없는 결핍된 몸의 세계로 끌어들여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진보된 장애담론을 고민하는 대학생이었다. 장애가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며, 장애를 둘러싼 각종 욕망들의 허상에 대해 공부했고, 경험했다. 프란츠 파농은 흑인남성들을 둘러싼 바로 그 욕망의 허구성, 정치성을 파헤쳤다. 그럼에도 나는 장애를 가진 나의 연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다. 내가 아무리 많은 것을 읽고 많은 것을 고민했어도, 나는 한 발자국도 성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타이거우즈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남성중의 하나였지만 결국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을 온전히 수용하고, 세상이 자신에게 부여했던 그 오래된 멸시와 모욕에 대응할 수 있는 강인한 자아를 길러내지 못한 것 같다. 물론 그의 여성편력은 이런저런 심리학적 이유를 댈 필요 없이, 그저 그런 돈 많은 카사노바 기질의 하나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번 사건을 통해 그토록 잘나고 부유한 그가 가진 일말의 결핍과 공백을 느낀다. 그가 아무리 많은 백인 여성과 사랑을 해도, 그는 백인이 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많은 비장애여성과 사랑을 해도, 나는 비장애인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나는 언젠가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세상의 시선 앞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에 대한 애정으로 그 허구적인 결핍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랑과 우정과, 나의 친구들을 있는 그대로, 내 왜곡된 욕망을 채우기 위한 타자가 아니라 그 자체의 소중한 사람들로 받아들일 수 있기를.

욕망과 결핍에 빠진 그는, 아니 나는 언제쯤 사랑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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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의 지체장애인. 태어나서부터 10여 년간 병원생활을 했다. 초등학교 검정고시, 특수학교 중학부, 일반고교를 거쳐 2003년 대학에 진학해 사회학을 전공했고, 2009년부터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우주와 관련한 서적이나 다큐멘터리, 생물학 서적, 연극, 드라마, 소설 등을 좋아한다. 스스로 섹시한 장애인이라고 공언하고 다니지만 가난하고 까칠한 성격에 별 볼일 없는 외모로 연애시장에서 잘 안 팔린다. 신이나 사람, 어떤 신념에 의존하기보다 인간의 이성을 신뢰하고자 노력중이다. 직설적이고 배려심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화법을 종종 구사해 주변에서 원성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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