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정형외과 외래에 종종 돌 막 지난 아이의 보행이 이상하다고 데려오는 부모님이 계십니다. 보행은 나이가 들면서 변화합니다. 돌 무렵에 아이들이 걸음마를 시작할 때는 신경학적으로 미숙하고 근육이 덜 발달 되어 있습니다. 중심을 잡기가 어렵고 근육의 힘이 약합니다. 그래서 다리를 벌리게 되므로, 두 발 간에 거리가 넓습니다. 무릎을 어른처럼 구부렸다 폈다 하지 못합니다. 무릎을 구부릴라 치면, 꺾여서 넘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종종 까치발을 하기도 하고, 아치가 무너져 있는 게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의 걸음 형태가 어른과 유사해지는 시기는 3년 6개월 무렵입니다. 우리 나이로 너댓살 정도 되면 어른처럼 발뒤꿈치부터 지면에 내려놓는 보행이 자연스러워집니다. 그리고 무릎의 굴신하는 정도도 어른 보행과 같아집니다. 따라서 세돌 전에 아치가 무너졌다든가, 종종 까치발을 한다든가 하는 부모님들의 걱정은 더러 병적인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기우입니다.

이처럼 눈으로 하는 보행 분석에 비하여, 지난 두 시간에 소개 드린 3차원 보행 분석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기록이 보관되어 관찰자의 기억에 의존할 필요가 없으며, 보행의 형태와 역학에 관한 여러 연관된 관절을 동시에 보여 주며, 정량화된 객관적 수치를 제공합니다(그림). 이를 토대로 보행의 일차 이상, 2차 이상 그리고 3차 이상을 구분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 덕에 뇌성마비 아동에서 불필요한 수술이나 해서는 안 되는 수술을 피할 수 있게 되었고, 수술의 횟수와 수술 후 재활 치료의 어려움을 많이 줄이게 되었습니다. 보행 분석 검사는 수술을 앞둔 뇌성마비 아동에게 수술 계획을 세우는데 필요한 검사로 인정되었으며, 수술이나 보톡스, 보조기, 재활 치료 후에 그 결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데 이용되고 있습니다.

De Luca등은 실제로 보행 분석을 활용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 보행분석을 함으로써 수술 계획에 변화가 큼을 논문으로 보고하였습니다. 적게는 50%정도에서 많게는 83%까지 수술 계획에 변화가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성마비 아동의 보행 분석에 대하여 '수술 전에 꼭 보행 분석 검사를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유는 몇 가지에서 찾을 수 있는데, 첫째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겁니다. 미국에 비해서 우리나라는 그래도 저렴한 편이지만 병원이나 검사 목적에 따라 5만원에서 50만 정도 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검사 결과가 정말 환자의 정확한 보행 양상을 보여주느냐 하는데 의문이 있습니다. 불수의 운동형 뇌성마비는 걸음 걸음마다 일정한 패턴이 없으므로 그래프 값이 달라집니다. 또 비교적 일정한 보행 양상을 보이는 강직형의 경우에도 어떤 아이는 평소 걸음과는 아주 다르게 이쁘게 걸으려고 노력하기도 하는데 이러다 보면 실제 보다 훨씬 경하게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셋째는 보행 분석 자료가 많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웬만한 경험이 있는 의사라면 뇌성마비 아동의 보행 유형이 비교적 일정한 몇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각 경우 마다 정해진 수술이 있어서 굳이 보행 분석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겁니다.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행 분석 검사는 뇌성마비를 비롯한 신경 근육성 질환에 의한 보행 장애를 연구하고 치료하는데 필수적인 검사로 남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수술 치료는 정말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구나, 이렇게 해야 되겠구나 라는 것을 깨닫는 일기장과 같은 역할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