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처음 만나는 순간. ⓒ송은주

아이를 갖게 되면서 나는 욕심쟁이가 되었다. 모유수유도 하고 싶었고, 천 기저귀도 채우고 싶었고, 힘들지만 남의 손 덜 빌리고 모든 것을 내가 해내고 싶은 욕심…. 욕심이 현실이 되길 무지 바랬고, 많이 준비했다.

수술 후 3일이 지나면서 모유수유를 시작했다. 처음 신생아실로 들어갔을 때 당황하는 간호사들의 눈빛이 어찌나 따갑던지… 그래도 아이만 생각하고 시도했을 때 엄마의 마음을 알았던 걸까? 아이는 첫 모유를 3일 동안 먹던 젖병보다 잘 물고 빨았다. 이렇게 수유를 시도하다 보니 큰 어려움 없이 10개월까지 모유를 먹일 수 있었다.

모유수유를 하면서 자세를 잡기가 어려웠다. 병원에서 알려주는 것들에 의존하지 않고 내가 편한 자세를 찾는 게 모유수유 성공에 비결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가며 40개월 동안 하루도 누구에게 맡기지 않고, 내 손으로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하면서 내 몸의 일부처럼 지내는 우리가 되었다.

아이는 엄마가 선택할 수 없고 아이가 엄마를 선택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실감한다. 아이를 안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녀도 혼자 돌아다니려고 하지 않고 시장, 병원, 산책 등을 한다. 그리고 산책을 하다가 몇 개의 계단을 만나면 호기심에 “엄마, 여기서 나 보고 있어. 내가 위에 뭐 있나 보고 말해줄게”하며 휠체어에서 내려간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조심해” 라는 말뿐…. 혹 계단을 오르다 넘어져도 일으켜줄 수 없어서 강조하는 말인데 이제 내가 실수라도 하면 “엄마 조심해야지”하며 엄마를 챙긴다.

그네가 타고 싶다며 놀이터에 놀러가자고 해놓고 놀이터에 가서 엄마가 그네 밀어주는 게 힘든 걸 알아차리곤 자기 혼자 탈 수 있는 미끄럼만 타고 놀다가 돌아오면서 “그네야, 아빠랑 타러 올께”하며 스스로 아쉬움을 삭히는 걸 보면서 안타까워 더 꼭 안아주기도 했다.

비 오는 날 아빠랑 외출을 하게 되면 아이는 혼자 우산을 쓰고 차에 오르면서 “아빠, 가서 엄마 손 잡아줘야지. 엄마 넘어질 것 같아” 하며 아빠를 엄마에게 양보한다.

내 아이의 의젓함을 볼 때마다 안쓰럽기도 하고 나를 엄마로 선택해 내 아이가 되어준 것이 참 고맙다.

요즘 아이들 통해 다양한 나를 만나게 됩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이 낯설었던 1992년 무슨 배짱으로 혼자 살겠다는 선언을 하고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해 출판사 편집실에서 근무하면서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만난 남자와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된 일. 결혼 후 5년 만에 아이를 출산한 일. 정말 한순간 한순간이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습니다. 혼자일 때는 나에게 온 에너지를 쏟아 살았고, 결혼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지낸 3년은 내가 모르던 나를 만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시간이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일상 속 행복을 찾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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