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치가 병들어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정치인(국회의원)에게 있는가 아니면 그러한 정치인을 선출해 준 국민(유권자)에게 있는가? 혹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가?

내가 생각하는 결론 앞에 제기한 모든 부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이 중에 하나는 중앙당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는 당락에만 관심을 가질 뿐, 국민의 결정권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정당의 국민에 대한 불신은 국민의 정당에 대한 불신과 상관관계가 밀접하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지난번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들에게 접근해서 지지선언을 하거나 정책을 제안하던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표와 동반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우리 단체는 A후보를 지지하기로 선언했다"고 하여 과연 단체회원 모두가 A후보에게 표를 던진다고 볼 수 있을까?

비밀투표가 생명이기에 그것을 알 수 없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정치적 제안이 근본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를 믿을 수 없다면, 정치가들은 할 수 없이 그러한 제안을 받을 뿐, 그 제안이 곧 표와 직결된다는 믿음은 갖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A후보에 대한 선언은 그저 선언으로 그칠 뿐이지, 실질적인 영향력이나 위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공천권을 국민에게 일임하고, 국민에 의하여 선택된 후보를 중심으로 경쟁하는 체제로 갈 수 있다면, 우리나라 정치현장은 일취월장할 것이다.

사실 이러한 모습의 정치 환경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것은 자신이 국민의 선택을 받기위해서 분명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당’ 소속이라는 것 외에 자기에게 표를 던질 유권자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 중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어떠한가? 중앙의 공천권 때문에 자신의 독특한 생각과 정치적 개성이 몰개성화(沒個性化)하는 현실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이러한 현실에서도 정치인들은 자신의 구체적인 생각을 드러낼 수 있어야 하고, 그 생각이 얼마나 성취되었는지를 증명해 보일 수 있어야 한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의 그림자만을 밟거나 그의 후견인이 되어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만을 받아먹으려는 정치행태는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뿐이요, 민주주의 정치의 발전에 해가 될 뿐이다.

이제 우리 장애인이 살고 있는 장(場)에서의 정치적 발전을 기대해보자. 지난 정부에서는 단 2명의 장애인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고, 이번 정부에서는 당파를 떠나서 6명이 배지를 달았다. 결국 모든 국회의원 수에 비하면 소수 중의 소수일 뿐이다.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다음 정부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국회의원을 배출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를 가진 정치인의 역량을 증진시키고, 그 지원의 장을 확장하도록 해야 한다.

이제 국회의원이 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다. 아직 장애를 가진 정치인의 역량이 잘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 윤석용(한나라당 강동구)의원이 홈피에 올린 글을 보면서 그 분 나름대로 겪는 한계를 읽을 수 있었다. 법사위원회, 계수위원회에 장애를 가진 국회의원이 한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여전히 소수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방법은 단 하나이다. 진정 장애인들이 하나가 되어 장애를 가진 국회의원들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국회의원 뒤에 "이것 저것 해주시요"라고 주장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정치후원금도 내고, 바람직한 정책제안도 제시하고, 실질적인 힘이 되어주는 세력이 되어야 한다.

선거 때만 반짝 지지 선언하여 선언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국회의원으로 당선 된 이후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힘을 다해 지지해야 한다. 지금은 잘잘못을 따지거나 요구할 때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지지할 때이다. 힘써 지원하고 그 다음에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단지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다. 국회 안에서 장애를 가진 국회의원이 일할 수 있도록 눈에 띄도록 지지하고, 도와야 한다. 이러한 구체적인 힘을 바탕으로 장애를 가진 국회의원들은 당의 이념을 넘어서 하나가 되는 모습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우리들의 실질적인 지원에 힘입어 장애를 가진 국회의원들이 빈번히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미국에서와 같이 책임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후원하되, 말로만이 아니라 재정적으로, 세력으로, 조직적으로 그리고 투표의 의사를 통해서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지금 A국회의원의 정치후원금을 내는 사람들 중 다수가 장애인 혹은 장애인 단체라는 사실이 실질적으로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장애인을 위한 정치적인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겠는가?

이계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숭실대학교 철학과 졸업과 사회사업학과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한국밀알선교단과 세계밀알연합회에서 장애인선교현장경험을 가졌고 장애아전담보육시설 혜림어린이집 원장과 전국장애아보육시설협의회장으로 장애아보육에 전념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수와 장애인, 장애인선교의 이론과 실제, 이삭에서 헨델까지, 재활복지실천의 이론과 실제, 재활복지실천프로그램의 실제, 장애를 통한 하나님의 역사를 펴내어 재활복지실천으로 통한 선교에 이론적 작업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이 칼럼난을 통하여 재활복지선교와 장애아 보육 그리고 장애인가족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독자와 함께 세상을 새롭게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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