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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견의 역사적 가치를 논하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8-11-26 09:17:53
많은 사람들이 역사에 흥미를 느끼는 것은 변화의 발자취 속에서 현실을 자각하는 동시에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의 시야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역사의 물결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 또는 사건의 중심 세력을 조장한 인물을 위인으로 남겨 오랫동안 후대에 기억될 수 있도록 힘쓴다. 그런데 이렇게 역사의 변화를 주도한 위인들을 탄생시킨 힘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개인의 노력, 가정 및 사회적 영향, 영향력 있는 조력자, 타고난 재능 등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을 테지만, 필자는 그 중에서도 '때'를 잘 타고났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세종대왕은 조선 건국 초기의 난제를 해결해야 할 막중한 시기에 마침 아버지 태종의 강력한 왕권 체제가 마련되어 다양한 변화를 꾀하기 좋은 '때'를 타고났으며, 허균이 홍길동전을 썼을 당시는 임진왜란이 끝난 직후 신분질서의 붕괴 조짐이 아래로 부터 행해지는 '때'로 당시에 출현할 수 있는 가장 진보적 사상을 담은 문학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이미 사회; 문화적 변화가 환경의 요구에 의해 일정 수준 진행되고 있는 시점과 기존의 보수적 관점이 맞물리는 과정에서 위인의 탄생으로 말미암아 현실의 문제가 표면화되고 그 결과에 대한 해석의 차이에 따라 역사는 쓰여지는 것이라고 본다.

위인으로 대표되는 역사의 흐름뿐만 아니라 특정 현상이 보편화 되는 역사의 흐름도 궁극적으로는 변화의 도도한 물별을 둘러싼 극단적 대립 현상의 결과로서 설명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안내견의 등장은 시각장애인계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의 비중으로 다루어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하여 필자는 자신 있게 '그렇다'고 답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기 위하여 현재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안내견의 등장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중국의 그림 및 폼페이 벽화, 17세기 램브란트의 판화 등에 사람을 안내하는 개의 모습 등이 발견되어 당시 시각장애인의 활동에도 견이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 할 수는 있으나 대규모의 큰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실명하게 되어 장애인의 재활이 사회적 측면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표면화되면서 본격적으로 공식적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안내견에 대한 인식을 세계로 확산시키고 안내견과 함께 시각장애인을 교육하는 최초의 안내견 학교를 설립한 사람은 미국의 도로시 유스티스(Mrs. Dorothy Harrison Eustis)였다. 그녀는 프랭크 모리스(Frank Morris)라는 미국의 시각장애 청년에게 버디(Buddy)라는 안내견을 분양하여 미국 최초의 안내견으로 등록시킨 후, 1929년 미국에 The Seeing Eye라는 맹인 안내견 학교를 설립하고 안내견이란 존재를 서구 사회에 알리기 시작했다. 또한 러시아인인 라이아코프(Nicolai Liakhoff)를 안내견 훈련사로 영국에 파견하여 영국에 안내견 학교 설립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이후 안내견은 미국과 서유럽을 중심으로 발전하기 시작하였고 1960년대와 70년대 들어서는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으로 확산되었다. 일본만 하더라도 현재 10개의 안내견학교가 있으며 1000여 마리의 안내견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최초의 안내견 사용자는 임안수 교수(전 대구대학교 교수)이다. 우리 나라에 본격적인 안내견학교가 설립되기 전 극소수이기는 하지만 외국 학교로부터 안내견을 받아 사용한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 중 처음인 임안수 교수는 1972년에 미국 유학을 마치고 안내견 사라와 함께 귀국하였다. 그러나 이전의 안내견 사용자들은 안내견에 대한 사회의 무지와 인식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후 우리 나라의 안내견교육은 1993년 삼성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을 배출하면서 본격적인 양성이 이루어졌다. 2001년 장애인복지법에 보조견의 공공장소 출입 관련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의 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시각장애인은 모두 보행의 제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보행의 제한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다르다. 예를 들어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보행의 장애는 큰 문제가 되지만 재활 및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다지 큰 문제로 인식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시대 및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서도 보행의 제한성으로 인한 문제의 정도는 다르게 평가되기 마련이다.

1차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의 가장 큰 폐해는 사회노동자를 잃는다는 점에 있다. 즉 한참 일하고 소비해야 할 세대가 장애로 인하여 보호 계층으로 분류되어 생산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사회적 문제가 된다. 그러므로 장애인을 위한 교육 및 재활 프로그램의 목적에는 이들의 사회 생산성을 높이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시각장애인의 사회 참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할 때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보행 제한의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 방안을 모색하던 가운데 제일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안내견이었던 것이다. 참고로 시각장애인의 대표적 보행도구인 흰지팡이사용은 1950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시각장애인계는 당사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큰 변화의 때를 맞고 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직업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맹학교를 졸업한 대다수의 시각장애인은 주로 안마 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정안인과 평등한 조건에서 경쟁력을 온전하게 인정받기 위한 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못한 현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하여 안마 업을 시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직업으로 두는 것을 법적으로 허용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주 미세한 변화이긴 하지만 분명 시각장애인의 사회 참여의 폭이 서서히 확산되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러한 변화의 시초는 교육 현장에서 부터 서서히 일고 있다. 과거 맹학생들이 특수교육 및 사회복지를 중심으로 하는 몇 개 학과에만 신경을 기울이던 것에서 벗어나 점점 새로운 학과에 도전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이러한 도전들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더디기만 한 것이 무척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안마업도 예외는 아니다. 안마사의 안마 영업장소도 서서히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불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것에서 벗어나 기업체 등에 소속되어 헬스키퍼로 활동하는 안마사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일반화시키기 위해서는 보행의 제한성을 해결해야만 한다. 즉 시각의 장애가 혼자 이동하는 데 있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음을 전제로 할 때 사회도 시각장애인에게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현재 시각장애인계의 오피니언 리더 그룹의 대다수는 시각장애인과 관계되는 현장에서 일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정작 정안인 들과 통합된 사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독립보행의 필요성을 주장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안내견의 가장큰 의미는 무엇보다 시각장애인의 안전하고 독립적인 보행에 포커스 되어 있다. 즉 통합된 사회의 필요조건을 만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며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어느 위치에 있든 결국 시각장애인의 극복 가능한 제한성을 고스란히 인정하는 꼴이 된다.

이제는 시각장애인들도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일들만 하면서 살아가는 때는 지났다. 이러한 변화의 때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시각장애인 스스로의 이동을 가능케 해 주는 안내견의 등장은 통합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시각장애인에게 주어져야 할 적합한 서비스의 일종인 셈이다. 안내견과 함께 길을 나서면 많은 사람들로 부터 호기심과 더불어 찬사의 시선을 받는다. 그 시선에 담긴 의미 속에는 장애인의 사회 참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구성원의 동질의식이 깃들여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만일 과거 사회에서 처럼 시각장애인이 분리된 환경에서만 지낸다면 안내견은 큰 의미가 없다.

그러나 분명 안내견은 지금 보다 앞으로 더욱 더 사회에서 환영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할 시각장애인의 숫자가 늘어가는 '때'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댓글 열전]장애인차량 LPG지원금 환수 조치 항의합시다!

칼럼니스트 유석종 (guidedog828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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