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죽음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바로 장애라는 관문이다. 우리는 정신적인 부분이든 신체적인 부분이든 그 기능이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다시 말해 장애를 얻으면서 죽음에 이르게 된다. 물론 장애가 갖게 되는 시기와 종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모두가 죽음으로 가기 전에 장애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장애를 갖게 되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어느 교수의 삶에 대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소개할까 한다. 몇 년 전 서점가에 베스트셀러였고 모두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를 영화화 한 작품이다.
루게릭병으로 죽어가고 있는 모리 교수(잭 레몬)와 그를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스포츠 칼럼니스트인 옛 제자 미치(행크 아자리아)는 모리 교수를 만나면서 자신의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미치는 화요일마다 모리 교수를 찾아가 그로부터의 삶의 지혜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마지막 강의를 듣는다.
이들의 대화는 너무나 당연하게 머리로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죽어가고 있는 모리 교수의 입을 통해 전해올 때는 전혀 다른 강도로 다가온다.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볼 수밖에 없는 묘한 힘이 있다.
참고로 루게릭병(Lou Gehrig Disease)은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또는 운동신경원질환(MND : motor neuron disease) 등으로 불려지는 병으로 운동신경세포가 퇴행성 변화에 의하여 점차 소실되어 근력 약화와 근위축을 초래하여 언어장애, 사지위약, 급격한 체중감소, 페렴 등의 증세를 보이다가 종국에는 호흡장애 등으로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한국루게릭병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루게릭 환자는 약 1500여명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매년 1,000여명에 달하는 사람이 루게릭병으로 신규 진단되고 또한 매년 1,000여명의 환자가 이 병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모리는 이 병을 얻게 되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춤을 출 수는 없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닫게 되었다. 모리는 매우 춤을 좋아하고, 항상 긍정적이며, 다른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드는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루게릭병은 그를 밤마다 생사를 넘나들게 만들고 이로 인한 고통은 오랫동안 지켜온 밝고 긍정적인 성격을 여지없이 부셔버린다. 삶의 의지를 나약하게 만들고, 무력화시킨다. 하지만 모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루게릭이라는 장애를 인정한다. 그리고 이런 고통을 통해 모리는 죽어가는 것이 무엇인지,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장애를 통해 비장애인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고, 느끼지 못한 것을 느낄 수 있고, 깨닫지 못한 것을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얼마 살지 않은 인생을 되돌아보면 장애인의 그것과 비교되지는 안겠지만 고통의 순간, 아픔의 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도 더 많은 아픔과 고통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더 많은 것을 가르침도 함께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장애인이 알 수 없는 부분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장애인의 모습을 통해 앞으로 어떻게 삶을 준비해야 할지 많은 것을 배우는 것 같아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많은 장애인들이 나서서 세상이 보지 못하는 많은 부분을 알려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