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지내면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이 일부러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만들어 지는 상황들이다.

집에서는 늘 즐겁다. 무엇을 하든 아이와 함께 한다는 것이고, 함께 있으니 안전을 그만큼 신경 쓴다는 것이니 모두가 즐거움뿐이다. 일찍 일어나는 녀석은 이른 시간부터 컴퓨터를 켜 달라고 칭얼거리면서 성화를 부리고, 그러다가 경기를 하면서 쓰러지기도 하고, 밥도 책상에 앉아 먹을 정도로 삼매경에 빠져 지낸다. 무엇이라도 흥미를 가진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기에 열심히 친구삼아 놀라고 두니 재미를 붙인 모양이다.

남들은 전자파가 어쩌니 하면서 걱정을 하지만 그것이 아이에게 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어 가지고 놀게 두는데 벌써 컴퓨터를 두 대나 망가뜨렸으니 정도가 어떤지는 알만하다. 교육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부모를 만난 녀석은 컴퓨터로 여러 가지를 배운다. 동화도 보고, 노래도 듣고, 게임도 못하는 녀석이 게임을 한다고 소리 지르면서 빠져드는 것을 보면 또 다른 즐거움을 준다.

어설프게 몇 마디 하는 것도 그렇게 배운 것이고, 무언가에 집중을 하면서 오랜 시간 앉아서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좋은 것이고, 뇌 기능이 점점 상실돼 가는 과정에서 뇌에 자극을 주는 것도 그것이며 아파도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지켜봐야 하는 부모보다 더 많은 것을 아이에게 전달해 주고 있어 기계문명의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집 밖으로 나가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우리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이유가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 배움이 첫 번째가 아니고 어울림이 우선으로 학교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면서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학교 가는 길에 만나는 아이들이 많아 졌고, 스스럼없이 다가와 인사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장애인식이 책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학교에 가는 목적을 이루고 있는 셈이라 할 수 있지만 학교라는 곳은 여전히 그 자연스러움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해진 틀에서만 생활하기를 강요하고 있다.

한 명의 장애 학생이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인식을 가진 교사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장애학생이 무엇을 배울 수 있겠냐며 반문하는 교사가 여전히 존재하고, 장애학생에 대해서 혹은 장애에 대해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 반의 구성원으로 대하기보다는 다치지만 않으면 그만이라 여기는 교사가 여전히 존재하는 학교는 장애학생이 사람으로 대접받으며 지내기에는 아직도 멀기만 한 공간이다.

시험과 성적으로 모든 것이 정해지는 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대접(?)받으며 생활을 할 것이라 여기는 부모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매를 맞고, 놀림을 받고, 조용히 있기를 강요받으면서 지내는 생활은 아이나 부모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이지만 그것을 고통으로 여기지 않는 공간이 지금의 학교다. 그러다보니 부모들은 아이를 위해서 메뚜기처럼 학교를 옮기고, 생활의 터전을 옮기며 지내야 한다.

‘이 아이만 없다면 우리 반이, 혹은 우리 학교가 좋아질 것’이라고 여기는 어른들의 생각이 장애에 대한 어긋난 관념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고 있으며 그렇게 보고, 듣고 자란 아이들은 또 다른 관념을 만들어 내며 장애에 대해서 왜곡된 시각을 키워가고 있다. 결국 장애란 것이 이 사회에서 함께 할 수 없는 것 정도로 여겨지게 된다.

교육청은 무엇이 잘못된 현실이란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개선을 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지 않고 있다. 지금 국제중학교 문제를 다루는 것처럼 장애학생들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고집을 부리고 힘으로 해결하려 들고,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력을 보인다면 모든 장애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더 나아진 교육내용을 가지고, 사회에 나가기 위한 기본적인 것들을 습득해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청이나, 교육감, 그리고 대통령이나 교육기관의 모든 공무원들은 소수를 위한, 소외된 자들을 위한 어떠한 것도 관심이 없다. 번들거리는 행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보여주기 위한 것들을 만들어 내 분쟁을 조장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싸운다. 모든 잘못된 제도와 인식을 바꿔가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싸우고 있다. 데모만능주의라 손가락질을 해도 좋고, 데모기능인이라 비웃어도 좋다. 이 땅 모든 장애인들이 자신의 삶을 영위해 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어떠한 싸움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점점 자라고 있고, 성인장애인들의 삶도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니 장애를 두고 사회와 싸움질을 하는 것이 끝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더 즐겁게 지내야 한다. 즐겁지 않으면 우리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잃게 될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즐겁게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과 지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고 아이들과 함께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963년 서울 생. 지적장애와 간질의 복합장애 1급의 아이 부모. 11살이면서 2살의 정신세계를 가진 녀석과 토닥거리며 살고 있고, 현재 함께 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에 몸담고 있습니다. 장애라는 것에 대해서 아직도 많이 모르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지내온 것이 무지로 연결된 상태입니다. 개인적으로 장애라는 것이 일반의 사람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여기고 있었으며 그런 생각은 아이가 자라 학교에 갈 즈음에 환상이란 것을 알게 돼 지금은 배우며 지내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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