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이용할 때 마다 가장 두려운 것은 휠체어 리프트이다. 어떤 역은 리프트에 몸을 의지하여 5분간을 타고 있어야 한다. 어떤 역에 설치된 리프트는 오래 전에 설치된 것이라 아직도 300kg정도만을 감당할 수 있어 나같은 중량있는 장애인이 몸을 싣기에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오래전에 지어진 지하철(전철역)을 장애인이 이용하는 것은 목숨을 담보한 것과 같다.
그런데 일본에서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놀랐던 것이 있었다. 분명히 리프트였는데, 전혀 불안함을 느낄 수 없게 만든 것이었다. 그림에서 본 것처럼 일상적인 상황에서 비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계단이면서도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하기에 매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리프트였다. 이 정도의 리프트라면 안전할 뿐 아니라 외관상 이미지도 좋지 않은가? 게다가 평소에는 비장애인이 이용하기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리프트 옆에는 손쉽게 도우미를 부를 수 있도록 장치가 되어 있었다. 깨끗하고, 이미지도 신선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리프트를 이용할 때에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다. 휠체어를 타고 리프트를 이용하는 사람도, 그를 바라보는 사람도 불안감 없이 이용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공중에 떠다니는 리프트 보다는 계단에 가장 부착되어서 거의 지상과 같은 느낌을 가지고 다닐 수 있고, 게다가 양쪽에 벽이 있어서 좌우로 넘어질 염려도 전혀 없었다.
2년 전에 하우스텐 보쉬가 있는 지역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배를 이용했다. 휠체어를 타고 배에 들어가는 것이나 배에서 나오는 것은 약간 원시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짐 검색을 하기 위하여 나아가고 있는데, 에스컬레이터가 가로 막고 있었다. 그곳에 나는 잠시 서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에스켈레이터의 계단 두개가 펼쳐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위로 내가 탄 휠체어가 올라갔다. 에스컬레이터는 나를 싣고 자연스럽게 2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안전성은 최고였다. 마치 놀이동산에서 새로운 놀이기구를 탄 기분이었다. 우리는 왜 이런 것을 만들지 못할까?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아직 없는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희망을 갖는다. 이러한 실물을 통해서 생각을 갖게되면 우리 사회 역시 확 달라지겠지?